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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20 조회수649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습니다. 남자가 청혼을 하기 위해 여자네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지요.

“누구세요?” 안에서 예쁜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나요.”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나라니요? 아직 준비가 덜 되었군요. 돌아갔다가 준비가 되면 다시 오세

 

요.”

얼마 후 청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누구냐고 물었고, 청

 

년은 “당신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문이 열렸고, 그녀는 그의 청

 

혼을 받아 들였답니다.

이번에는 처녀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기 위해 둘이서 처녀의 부모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세요?” 안에서 처녀의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접니다.” 청년이 대답했지요.

“아직 준비가 덜 되었군요. 준비가 되면 다시 오세요.” 라고 처녀의 어머

 

니가 말했어요.

얼마 후 두 남녀가 다시 처녀의 부모가 사는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

 

번에도 안에서 누구냐고 물어왔고요, 청년은 “당신의 딸과 저, 저희들입니

 

다.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그제야

 

“어서 들어와요.” 라고 처녀의 부모는 말하면서 청년을 맞아들였답니다.

요즘 가정이 흔들린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이혼

 

율이 2위라는 영광을 얻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가정은 쉽게 이혼으로 깨어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앞선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습, 즉 늘 자기라는 기준으로만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

 

실 이혼은 그 남녀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이혼으로 인

 

해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 자녀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의 상실감’으

 

로 인해서 각종 우울증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 사회에서 힘든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 즉 부모와 형제자

 

매들 역시 그 이혼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이혼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회는 남성 중심이었기

 

에, 남편이 아내에게서 수치스러운 일을 발견하여 아내와 같이 살 마음이

 

없으면 이혼할 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음식을 태우는 것

 

도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상태에서 여성의 인권은

 

철저하게 무시되었고, 커다란 소외를 체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불평등한 법을 예수님께서 찬성하셨을까요?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자기만을 위한 삶. 그 삶에는 분명히 다른 사람의 소외를 가져오게 됩니

 

다. 예수님의 가정을 우리는 ‘성가정’이라고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

 

의 삶이 매일 행복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었지요. 분명히 예수님의 가

 

정 역시 많은 고통과 시련이 있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의 결혼 전에 있었

 

던 예수 잉태에 대한 문제들, 예루살렘에서 힘들게 예수님을 낳으셨을 때,

 

또한 이집트로 피난하실 때,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렸을 때……. 분명

 

히 문제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

 

는 것은, 이 가정 안에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어떤 가정인가요? 성가정이 된다는 것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사랑이 없다면, 그 가정은 콩

 

가루 집안이 되겠지요.

저는 어제 일을 하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답니다. 특히 카페 안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쉽게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렸던 저의 모습이 어

 

쩌면 ‘나’라는 기준 안에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새벽 가족’이라고 감히 말하면서도, 저는 ‘가족’이라는 생각을 실제로는

 

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분명히 소외되는 사람이 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을 보듬지 못하고 저만을 생각했던 모습들……. 어

 

쩌면 2000년 전, 자신의 아내가 음식을 태웠다고 소박을 놓는 그 이기적인

 

이스라엘 남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라는 부끄러운 반성을 하게 되었

 

습니다. 결국 저는 이 새벽 가족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드는데 선봉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는 예수님

 

의 말씀을 다시금 새겨 봅니다. 이 말씀은 가정 안에서만 해당되는 말씀만

 

은 아닙니다. 바로 나와 너가 만나서 우리를 이루고 있는 이 세상 안에서

 

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 위

 

해, 서로를 위해 끊임없는 배려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

 

다.

저만을 생각했던, 저의 짧은 생각으로 그 동안 물의를 일으켰던 점, 진심

 

으로 사죄드리며... 모든 이들을 보듬는 ‘새벽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최선

 

을 다하겠다고,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들에게 약속합니다. 여러분들도 조

 

금만 더 사랑의 마음으로써 서로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이 새벽 가족은 우리 인간들의 짧은 판단으로 갈라

 

놓을 수 없습니다.

 

 

           새벽님들을 위해 오늘 하루 지향을 가지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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