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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8-10-15 조회수6,639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 摩旨를 오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중에서

 

 무척이나 섬뜩한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다가 행복하게 살고, 죽을 때까지 싸우지 말고 서로 아껴라도 아니고 죽어버리라고 하니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분 답지 않은(?) 단호함을 보이십니다. 잘난 포도가지든 못난 포도가지든 다 열매를 맺게 해준다는 말씀이 아니고 못난 가지는 과감하게 쳐버리겠다라고 선언하십니다. 제가 잘난 가지라는 확신이 든다면 이 말씀이 섭섭하지 않겠지만...... 여하튼 좀 섭섭하네요.

 하지만 사랑이란 부드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얼마나 단호하고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매 맺지 못하는(않으려는) 가지를 쳐버리는 결단뒤에 무너질 주님의 가슴을 알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도 내마음 다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호한 사랑이 필요한 시절인 것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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