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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9-26 조회수2,083 추천수31 반대(0) 신고

9월 26일 연중 제25주간 금요일-루가 9장 18-22절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어제 저희 집 직원교육시간은 진정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아이들 음악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상담 선생님은 지난 1년간 한 아이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한 음악치료의 과정을 잘 요약해서 다른 직원들에게 소개를 했습니다.

 

그 과정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안고 있는 과거의 상처나 문제행동의 수정을 위해 한없는 인내를 가지고 접근했던 선생님의 지난 1년 세월이 손에 잡힐 듯 했습니다.

 

아이를 향한 선생님의 전문가적인 노력이 너무나 커보였고, 그저 피상적인 만남에 그치는 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지요.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 사람에 대해서 잘 아는 일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말씀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아이가 지니고 있는 공격성이나 파괴적인 행동, 무례함이나 이상증세 앞에 저는 한번도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안쓰럽고 안타까울 뿐이지요. 아이가 견뎌온 지난 세월을 잘 알고 있는 제가 어떻게 아이의 부정적인 측면 앞에서 분노할 수 있겠습니까?"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한 여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상대방의 지나온 삶의 여정, 쌓아온 상처들, 눈물어린 고통들, 감동의 순간들을 알게 되면 약점이나 부정적인 성향들도 이해할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의 첫단계는 상대방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르신들은 옛날 학창시절을 회상해보면 떠오르는 추억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첫눈임에도 불구하고 반해버린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다음 어떤 과정이 이어집니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일이지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사람에 대해서 알려고 기를 씁니다. 이름은 뭔지?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인지? 집은 어디인지? 성격은 어떤지? 취미는 뭔지? 등등. 그리고 나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알려는 노력"입니다.

 

예수님에게 한눈에 반한 제자들에게 있어서 첫 번째 당면 과제는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따라 나설 만한 가치가 있는 분인지? 끝까지 따라갔을 때 뭔가 대가가 보장되는 분인지? 혹시라도 내가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닌지? 뭔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괜히 잘못 따라나섰다가 인생 종치는 것은 아닌지?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나섰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면에서는 이해타산을 위한 저울질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나름대로 신앙여정을 통과한 베드로가 의미 있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스승의 물음에 베드로는 정답을 말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베드로, 자신 있게 예수님을 향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이제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베드로는 이제 예수님을 보다 깊이 사랑할 바탕을 자신의 내면에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정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예수님이 자비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닙니다.

 

예수님의 무한한 자비를 잘 알고 있었던 베드로였기에 그 숱한 배신과 그로 인한 좌절 가운데서도 끝까지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넘어선 분, 죽음마저도 지배하시는 생명의 주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베드로였기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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