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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3) 건강하라는데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4 조회수941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4년11월4일 목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ㅡ필립비3,3-8ㄱ;루가15,1-10ㅡ

 

               건강하라는데

 

 

매일 동네 한 바퀴 뿐만 아니라 호수가 까지 다녀와야 한다. 짝궁이 비상사태를 선포해 버렸기 때문이다. 약 한 달포를 작업을 한다고 못 자고, 못 먹고, 못 쉬었더니 짝궁의 보는 눈이 걱정으로 변했다. 각시는 온데간데가 없고 뱃살만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옷도 그대로고 뭘 많이 먹은 것도 없는데 공연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만 머물러 있다가 날이면 날마다 따라서 나갔다 오려니까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도 짝궁은 근력이 있어야 건강하다고 막무가내의 간섭을 하고 있다. 아침에 멀리 외출을 하며 잔소리를 하고 나간다. 대답은 철썩 같이 했지만 아침의 달콤한 잠에 빠져 버렸다. 불면증이 좀 있는 나에게는 가끔이라도 아침잠을 자게 되는 날은 행운을 만나는 것과 같다.

 

그것을 모르는 짝궁이 아니다. 그런데도 산에서 내려와 집에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동원령이 내려졌다. 졸랑졸랑 잘도 따라 나섰다. 거절도 하지 않았다. 불평도 하지 않는다. 짝궁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건강을 타고 태어나지를 못 했다. 그러나 불치의 병을 얻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냥 어느 한 부분이 나빠지면 대수술을 거쳐야하는 반복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짝궁이 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각시에게 자신이 수용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건강이라고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산에 갔다가 여러달 만에 왔더니 각시의 근력에 경계령을 선포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단지 내가 드럼통이 아니라는 변명과 오천평 같은 여자가 아니라고 변명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 가지의 행복을 지니고 산들 자네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것는가?" 

 

아침 단잠에서 깨어나 복음을 읽다가, 호수가를 한 바퀴 돌고 오라는 명령을 하고 나간 짝궁의 말이 생각났다. 하늘이 갈라 놓으실 때까지 같이 살아가는 나에게 아흔아홉의 복을 주신다고 해도 하나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 한다면, 아흔아홉의 시련을 이기며 살더라도 한 가지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궁의 정성은 신령님도 감동을 한 몫이 있다.

 

짝궁의 고집을 따라 섬에 가서 살을 적에도 실패를 했었다. 짝궁은 떠나고 혼자남아 뒷감당을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도 공소에 주일학교를 열고, 주님의 일을 했었다. 나에게 강점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내 자신을 주님께로 돌려 놓는다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이나 좌절이 오더라도 내 자신을 결코 방치하지 않는다. 가장 빠른 시간에 나를 주님께로 회복시켜  놓는다는 강점이 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인간은 육신을 지닌 한계적 동물이다. 그 육신이 그 화를 감당하지 못 할 시련이었던 것이다. 섬마을의 아짐들과 아재들이 "너란 가시네 치마폭이 그렇게 넓어서 느그 서방이 사내구실을 허는 것이드라!" 라고 입을 모았지만 그 치마폭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설사병! 온갖 검사를 해도 이상은 없었다. 종양 제거수술을 6개월 간격으로 두 번이나 했지만 설사는 멈추지 않았다.

 

쏟아지는 물은 동이로 붓는 것과 같았다. 손바닥 발바닥은 순간의 탈수를 이기지 못하고 목욕탕에 오래앉아 퉁퉁 부은 손바닥 발바닥 처럼 쪼골쪼골 해져 버린다. 그리고 두통이 태풍처럼 밀려오고....! (눈물나네!) 어린 아들을 시켜 소금물을 끓이게 하고,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들은 고사리 손으로 소금물을 끓여 온다. 그것을 마시며 섬마을에서의 고독을 이겨 살았다. 불면의 밤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며 짝궁이 돈을 벌어 부를 때 까지.....!

 

마을 사람이 짝궁에게 기별을 했다. 아무래도 저 사람을 잃을 것 같으니 다녀가라고! 겁이난 짝궁이 와서 보니 설사만 나으면 살릴 것 같았나보다. 그는 서울에 가든 섬에 오든 마누라가 설사병을 하는데 약이 없다고 선전을 하고 다녔다. 병원에서도 이상이 없다하고, 한약도 별 효과가 없고, 우리 마누라 설사에 좋은 약 좀 가르쳐 달라고 외치고 다녔다. 진짜로 미친놈 처럼 외치고 다녔다. 나중에는 자네 마누라 설사는 잡았느냐는 안부를 들어야 할 만큼 설사병에 좋은 약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배를 탓는데 짝궁의 말을 듣던 승객이 흘려주는 말이 있었다. 짝궁은 틈만 나면 섬에 와서 산천을 누비고 다녔다. 육지에서는 없어져버린지 오래일 것 같은 약을 찾아서 섬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설사를 시작한지 아홉달 반 만에 신의 가호가 있었다. 분명히 신의 가호가! 그날도 짝궁은 약을 구하러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 섬마을 사람이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다. 그리고 산 속에서 짝궁이 지나간 그 자리에서 어부지리로 따라오던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봤다. 봤어!"

산천으로 울려퍼지는 음성에 짝궁의 등골이 오싹했다고 한다. 왜 나한테는 안 보이고 저 사람한테 보이는가? 라는 안타까움에 순간이지만 죽고 싶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짝궁은 그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다고 한다. 내 마누라 좀 살려 주게! 돈은 달라는 대로 줄테니 내 마누라 좀 살려주게! 라고 사정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 사람이 착하여서 짝궁의 정성을 따라 나섰으므로 공짜로 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아까운 마음이 드니 조금만 받겠다고 하며 짝궁의 손에 그 물건을 놓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짝궁은 집에 돌아와 3일 밤과 낮을 변소에도 가지 않고 가스불 옆에서 자고 먹고 머물렀다. 내가 밖에 나가 있을 때만 변소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3일이 지났을 때! 설사를 한지 아홉달 반 만에 하얀 사발에 담긴 약을 마셨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 번에 다 마시지 말라고 해서 세 번으로 나누어 마셨다. 그리고 어느 약도 소용없었던 설사가 또 3일이 지난 뒤에 멈추었다. 3일동안 달여서, 세 번 나누어 마시고, 3일이 지난 뒤에 설사가 멈추었다.

 

내 생각이지만 그 약이 함께 간 사람의 눈에 뜨인 것도 섭리요, 그 사람이 착한 것도 섭리이며, 짝궁 혼자 갔으면 발견하지 못 했을텐데 그 사람이 따라 나선 것도 섭리이다. 각시를 살리겠다고 쉽게 무릎을 꿇고 사정하였을 짝궁의 마음을 하늘이 거두었으며, 지성으로 달이는 심성을 이루어 주셨고, 혼인성사의 완전한 배필을 어여삐 보아 주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짝궁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내가 아니라 당연히 내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다툼이 나게 마련이다. 당신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는가? 벌어다 주는 돈을 쓰고 살면서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모두가 부질없는 다툼이다. 사람이 살면서 아까운 마음이 들 때는 너는 나에게 무엇을 했느냐고 말 하지 못 한다. 그냥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있어서 아까운 마음으로 살아 간다. 짝궁이라는 존재의 가치가 나를 지탱하는 것이고, 또한 나의 존재가 짝궁을 지탱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것을 거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삶이 신앙을 사는 혼인의 신비라고 믿었다.

 

돌아보면 세상이 요구하는 울타리 밖의 존재로 살아왔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로 받은 것이 많다. 그 받은 것들이 아까워서 오늘도 함께 살고 싶고, 내일도 함께 살고 싶은 가 보다. 우리 서로 나에게 고생시킨 생각만을 한다면 이별을 선택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흔 아홉의 시련을 두고 하나의 행복만을 열심히 세면서 살아왔기에 소중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짝궁은 또 그렇게 말 한다. 아흔 아홉의 행복 보다 각시의 건강 하나를 선택 하겠다고!

 

그런데 나는 잠꾸러기가 되어 쿨쿨 달디단 꿀잠을 자 버렸다. 나는 회개를 해야한다. 히~! (^_^)!

 

ㅡ잘 들어두어라.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할 것이다. 루가15,1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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