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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게으름의 찬양(1)] 기다림
작성자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1998-10-05 조회수5,76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제가 좋아하는 러끌레르끄의 '게으름의 찬양'중에서 발췌합니다.

 

  출애굽기에 보면 야훼 하느님께서 모세를 산으로 부르셨다고 합니다. 모세는 산에 올라 그 꼭대기를 덮고 있는 구름 안으로 걸어 들어가 거룩하신 음성을 기다렸으나 하느님은 아무 말씀도 안하셨습니다.

 

  한 시간을 기다리고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하느님은 아무 말씀도 안하셨습니다. 이틀을 기다렸습니다. 하느님은 묵묵하셨습니다. 사흘, 나흘, 모세는 한 주일을 기다렸습니다. 이렛만에야 하느님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무슨 사환을 부르듯 종을 눌러 불러내는 법이 아닙니다. 하느님 음성을 들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됩니다. 모세는 산꼭대기에서 기다렸습니다.기다리는 동안 그래 무엇을 했겠습니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저 마냥 기다렸습니다. 그렇다고 할일이 하나도 없는 모세였겠습니까. 천만에. 역사가 곧 말해줍니다. 모세가 떠나자마자 유태인들은 들판에서 서로 싸우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산 위에 머뭅니다. 거기 머물고 있으면서 요즘 말로 시간 낭비를 합니다. 모세가 거기 머물고 있는 것은 하느님 음성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이렛날 하느님은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 음성을 여러분은 들은 적이 전혀 없으시다고요. 하지만 여러분이 산에 올라가 반 시간이나 기다리셨더라면 아마 '뭐 이래'하면서 도로 내려 오셨을 것입니다.

 

  시메온 노인에게 저는 남달리 존경이 갑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그 어른이 그저 기다리면서, 성경 말씀대로 이스라엘의 위안을 기다리면서, 고령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갓난 애기를 부모네들이 안고 성전에 들어오자 그는 그 애기에게서 이스라엘의 위안을 곧 알아 보았던 것입니다. 또 동방 성현으로 말하더라도 때때로 자기 집 망대에 올라 하늘을 쳐다보곤 하지 않았던들 그 별을 보았겠습니까.

 

  별도 전혀 본 일이 없으시다고요. 하느님 음성도 듣지 못하시듯이. 그러나 저러나 별들은 아직도 그래도 쳐다보기나 하시는지요. 밤의 고요 가운데에, 하늘 저 높이 뜬 별들의 반짝임이 내 안에 흘러 들어오도록, 가만히 머물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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