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전례/미사

제목 [미사]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주님의 현존을 느껴 그분께 감사를 드리는 기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5,262 추천수0

[전례 속 성경 한 말씀] 주님의 현존을 느껴 그분께 감사를 드리는 기쁨

 

 

지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 이뤄진 교황님의 방한은 한국 천주교회의 잔치이면서 많은 한국인에게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특히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에게 그러했다. 왜 그랬을까? 로마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지도자가 왔다고 나라 전체가 술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 그분의 향기를 내는 분이 찾아와서가 아닐까 싶다. 종교적·사회적·인종적 차별과 두려움을 넘어선 사랑으로 다가온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격에 매료된 것이다. 그분이 그리스도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항상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분께 마음을 다해 감사를 드리는 기쁨으로 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닌 자세와 태도를 습득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감사송의 대화구이다. 이 대화구는 3세기 초에 작성되었다고 추정되는 히뽈리토의 <사도전승> 4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와 함께.

+ 마음을 드높이.

◎ 주님께 올립니다.

+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주님의 현존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는 히브리인의 일상적 평화 인사인 “평화가 당신과 함께”를 본보기로 삼았다. 오래된 이 전례 인사는 현행 미사에서 시작 예식, 복음 봉독, 감사 기도, 마침 예식 때 나온다(4회). 어찌 보면 미사를 구성하는 네 가지 예식의 시작에 주님의 현존을 기원하는 이 인사가 항상 배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사의 핵심이 바로 주님의 현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교회가 깊이 인식한다는 증거다.

 

사제는 현존하시는 주님과 함께 감사 기도를 바치기 위해 교우들에게 그에 걸맞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기를 바라며 “마음을 드높이” 하고 권고한다. 이에 교우들은 “주님께 올립니다” 하고 응답한다. 이는 다른 신들과 다른 제단, 다른 예배에 마음을 쓰며 하느님께 멀어졌던 이스라엘 민족이 주님의 제단에 돌아와 진실하게 회심하여 마음과 몸 전체가 주님께 향하기를 바라며 기도한 애가의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손과 함께 우리의 마음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들어 올리세”(애가 3,41).

 

3세기의 치프리아노는 이 말을 “육적이고 세속적인 모든 생각을 멀리하여 오직 기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기도 시간에 유혹과 분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나약함을 예전부터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주님 외에 아무것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권유를 기도문에 넣은 것이라 하겠다. 또 빵과 포도주에 더하여 자신을 완전한 포기와 봉헌의 상징으로 하느님께 온전히 넘겨드리는 산 제물로 바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사제는 이러한 봉헌의 자세로 주님과 함께 감사 기도를 본격적으로 바치기 위해 교우들에게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라고 하며 주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자고 청한다. 유다인은 하가다 예식의 식사 끝에 가장이 잔을 들고 “우리 주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하고 권한 뒤 찬양 기도를 시작한다. 그래서 이 감사 권고는 단순한 감사송에 대한 권고일 뿐 아니라 감사 기도 전체에 대한 권고이기도 하다. 이 권고에 대해 교우들은 온전히 동의한다는 뜻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하고 답한다. 이 동의 역시 유다인의 ‘셰마 기도’에 나타나며, 일종의 성대한 ‘아멘’이다.

 

‘감사’는 자신이 바라는 바가 이루어졌을 때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힘겹고 어려울 때도 전에 받은 은혜와 고마운 일을 기억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감사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이미 예수님께서 보여 주셨다. 예수님께서는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 기도를 바치셨다. 이스라엘 백성 대부분이 당신의 회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백성의 지도급 인사들은 당신을 배척하였지만, 소수의 사람이라도 당신을 이해하고 따라 준 데 대해 성부께 감사를 드리신 것이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사도 바오로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8)라고 충고하기 훨씬 전에 예수님께서 이를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역경 중에도 감사할 줄 아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을 앞둔 힘겨운 상황에서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셨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8월 20일의 수요 알현에서 “이번 한국 사목방문의 의미는 기억, 희망, 증언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며 방한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교회는 기억과 희망의 수호자”이고, “과거 순교자들에 대한 기억은 현재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의 희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기억’은 늘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현존을 되새기는 것이고, ‘희망’은 주님께만 모든 신뢰를 두겠다는 마음의 자세이며, ‘증언’은 이승의 모든 은총에 감사드리는 삶이라고 재해석할 수 있다. 곧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감사송의 대화구 기원을 다시 확인하여 주었다.

 

* 윤종식 신부는 의정부교구 소속으로 1995년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하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전례학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0월호(통권 463호), 윤종식 티모테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