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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새 희망을 나누는 부활절 풍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03 조회수5,200 추천수0

[아름다운 가톨릭 신앙] 새 희망을 나누는 부활절 풍습

 

 

너무나 보잘 것 없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 사람들은 힘을 잃고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말씀하신 대로, 그분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이 놀라운 사건으로 슬픔에 젖었던 사람들은 생기 가득한 새로운 날을 맞아들이게 되었다.

 

예수 부활하셨네 그 전에 사도께 말씀하심과 같이 예수 부활하셨네 무덤 위 비추며 오시네(가톨릭성가 130번)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이 되면 기원 후 30년경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부활 사건을 기념하며 기쁘게 맞이한다. 그분의 부활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이상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희망으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던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과의 충격적인 만남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 그들이 체험한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오늘날까지 우리를 희망으로 이끈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년)는 “부활 소식을 들은 사람은 더 이상 슬픈 표정으로 돌아다니거나 희망과 유머가 없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활절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형형색색 부활달걀을 나눠주던 풍경, 부활 사건에 대한 성극을 준비했던 기억, 신자들이 음식을 나눠먹던 기억 등은 우리의 믿음을 매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의아해할지 모를 부활절 풍습. 달걀 하나, 초 하나가 무엇을 담고 있기에 우리는 그토록 기뻐하고 기억하려는 것일까?

 

 

함께 나누는 부활달걀

 

다양한 부활절 풍습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부활달걀이다. 고대로부터 달걀은 봄의 상징이며 풍요를 의미했다.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부활달걀은 빈 무덤을 남기고 생명으로 나아간다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게 된다.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에는 삶은 달걀에 색을 입히는데, 붉은 색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린 피를 의미했다. 또한 부활달걀은 사순시기 동안의 금식을 마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은 부활달걀을 서로 나누며, 세상 끝날에 있을 인류의 구원에 대한 희망 역시 기쁘게 나눈다(부활절 풍습과 전례가 궁금해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16일 참조).

 

“저희 본당은 오랫동안 매년 ‘부활달걀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속한 지역의 4개 구역이 번갈아가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네요. 하하.” 이영희 안나(권선동본당) 12지역장은 지역 식구들의 ‘신선한 아이디어’ 덕분이라며 칭찬했다. “제가 속한 구역은 재작년에 우승했는데, 주제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다’였어요.” 부활달걀과 함께 구역식구들이 함께 적은 신약 필사본을 전시했다. “혼자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약 필사를 약 15가구가 나눠서 하니까 몇 개월 만에 완성했어요. 성경을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에 부활하신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지요. 부활달걀을 꾸밀 때는 참여한 가족들의 사진을 붙였고요.”

 

다른 작품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콩나무 시루에 9가지 은사를 적은 부활달걀들을 가득 채우고 밑바닥에는 달걀 껍데기를 반쯤 깨서 우리가 버려야 할 시기, 질투, 나태와 같은 습관들을 두었다. “10명이 모이면 10개의 탈렌트를 가진 분들이 모이는 셈이에요. 어떤 사람은 손재주가 좋고, 어떤 사람은 아이디어가 풍성하고… 함께하는 과정이 참 소중하지요.” 행사를 주관한 김태수 스텔라 제분과회장은 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부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함께 모여 구상하고 꾸미면서 친목을 다지는 기회도 되고, 어려운 시기에 신앙을 나누는 계기가 된답니다.” 더불어 부활달걀을 비신자 이웃들과도 나누며 부활의 기쁨을 함께 한다고 했다.

 

 

부활 토끼와 엠마우스

 

한편,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부활달걀 외에도 부활 토끼, 부활절 백합 등으로 부활절을 기념하는 풍습도 있다. 독일에서는 초록색으로 물들인 달걀과 초콜릿을 아이가 잠든 사이 숨겨놓는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달걀을 굴려서 깨지지 않고 멀리 가게 하는 시합을 하거나 부활 토끼가 숨겨놓은 달걀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달걀 찾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부활달걀과 함께 부활 토끼가 유명하지요. 성탄절처럼 부활절 카드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한 정진만 안젤로 신부(복음화국 부국장)는 독일인의 일상생활 속에 자리한 부활절 풍경을 전해주었다. “부활 토끼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요. 다산의 의미와 함께, 예수님 부활을 기다리며 눈이 빨개졌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그는 엠마우스(Emmaus)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루카복음 24장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처럼 부활절이 지난 후 월요일 날, 기도와 노래를 하며 자연을 거니는 풍습이 남아있지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후, 슬픔과 실의에 빠져 있던 두 제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며 용기와 희망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봄의 기운을 느끼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한 번 만나고 돌아오는 시간들을 가집니다”(Emmausgang, 「Lexikon der Bräuche und Feste」, Herder).

 

부활초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데 빠질 수 없다. 부활초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 그리고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가 쓰여 있으며, 그 해의 연수가 표시되어 있다. 이는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이요 끝이신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내일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표지이며, 부활 시기 동안 촛대에 세워져 밝혀진다.

 

 

매년 특별한 부활절

 

비록 우리는 전통과 풍습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예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깊이 새기고자 했던 그 마음은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은 매년 돌아오지만,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당연히 여기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분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분이 걷는 길 위에서 동참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부활달걀을 통해 누구보다 기뻐하고, 엠마우스를 통해 그분을 느끼고, 부활초로 그분을 기억한다. 이번 부활 시기에는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보내신 마지막 날들을 기억하며, 그분의 특별한 사랑을 더욱 깊이 묵상해보면 어떨까 한다.

 

[외침, 2018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이지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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