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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13: 제대, 그리스도의 표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7-03 조회수6,032 추천수0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13) 제대, 그리스도의 표지


십자가 희생 제사 재현되는 곳이자 주님의 식탁

 

 

제대는 성찬례뿐 아니라 교회 예식의 중심이 된다. 사진은 2016년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 봉헌식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제대 도유하는 모습.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모든 성당의 중심에는 제대가 있다. 제대는 성찬의 희생 제사가 봉헌되고 기념되는 제사상이요, 모든 신자가 거룩한 천상양식인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려고 둘러앉는 주님의 식탁이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주님의 만찬이며 희생 제사인 미사에서 제대의 중심성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힌다. 

 

“제대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성사적 표지로 재현되는 곳이며, 미사에 모인 하느님 백성이 다 함께 참여하는 주님의 식탁이다. 또한 제대는 성찬례로 이루어지는 감사 행위의 중심이다.”(296항) 

 

성찬례만이 아니라 교회의 다른 예식들도 모두 이 중심을 향하고 있다.

 

 

구약의 제단(제대)

 

구약 시대부터 제단은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특별한 장소였다. 흙이나 돌로 만들어진 제단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현현과 계약을 기억하고 재현하였다. 제물이 바쳐진 제단은 하느님께서 제물을 받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사람 곁으로 오시는 장소였다. 

 

“내가 나의 이름을 기억하여 예배하게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너희에게 강복하겠다.”(탈출 20,24) 

 

제사의 중심 공간인 제단에서 인간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고,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러 몸소 오신다. 이 만남은 언제나 인간에게 복을 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이 베풀어지는 자리다. 이처럼 구약의 제사 목표는 하느님과 만나는 데 있었고, 제사는 하느님과 그분을 믿는 사람들이 만나는 탁월한 자리였다. 이 제사는 또한 식사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뜻에 맞게 특별히 준비된 잔치 음식을 그분과 함께 나누어 먹기 위해 하느님을 초대했다. 그리고 하느님께 제일 먼저 가장 좋은 부분을 드리고 그 음식의 남은 부분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그분과 일치를 이루었다.

 

 

제대, 그리스도의 표지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만찬과 십자가의 희생 제사에서 그리스도께서 드러내신 하느님 사랑의 새 계약 안에서 제대의 중요한 상징성을 바라보았다. 곧 “제대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부활 감사송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몸을 바쳐 옛 제사를 완성하셨으며 저희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아버지께 맡기시어 사제요 제대이며 어린양이 되셨나이다.”(부활 감사송 5) 

 

그리스도는 사제요 희생 제사의 제물일 뿐만 아니라 제대이기도 하다. 그것은 봉헌된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이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하나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께 당신 자신을 온전히 바치시고 우리에게 당신 몸을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다. 그리스도의 몸은 하느님과 인간이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장소다. 곧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하는 장소이며 동시에 우리가 하느님을 맞이하는 장소다. 이로써 그리스도께서는 구약의 모든 옛 제사를 완성하는 참 제대가 되신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모퉁이의 머릿돌로 드러내셨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태 21,42) 사도 바오로도 같은 표상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에페 2,20)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대에 특별한 방식으로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입당 행렬에서 사제와 봉사자들은 제대 앞에 이르러 깊은 절을 하고 성품을 받은 봉사자들은 제대에 입을 맞추며 주례자는 제대에 분향한다. 제대에 입을 맞추고 분향하는 사제를 볼 때, 신자들도 마음속으로 사제와 결합되도록 한다. 그리스도 신비체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참 제대’이시면 그 지체요 제자인 우리도 영적 제대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 출신의 독일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1885~1968)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힘은 자신보다 더 높은 존재가 있음을 깨닫고 그 존재를 섬기며 헌신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제대는 우리의 마음속에 각인된 이 봉헌의 힘을 드러내는 표상이다.

 

“제대는 성당 안에서도 가장 거룩한 곳에 서 있다. 인간이 일상 활동을 하는 바깥 영역에서 이미 구별된 성당의 일반 공간보다도 또다시 몇 계단 높이, 마치 영혼의 성소처럼 따로 있다. 하느님을 알아 모시고 따라서 하느님을 위해 자신을 바치려는 인간의 참뜻을 드러내 줄듯 확고한 기석 위에 튼튼히 세워져 있다.… 우리 마음의 제사도 그래야 하듯이 하나도 어둡거나 애매한 데가 없다. 제대는 아무런 주저도 숨김도 없이 하느님 앞에 의젓이 서 있다. 밖에 있는 저 제대와 우리 마음 안의 제대는 다 같이 하나라야 한다. 밖에 있는 제대는 성당의 심장이다. 안의 것은 사람 마음속, 즉 밖의 성당이 드러내주는 내적 성전의 가장 깊은 곳이다.”(「거룩한 표징」 73~74)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7월 1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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