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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첸시오 신부의 여행묵상 33 -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1 (인도)
작성자양상윤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20 조회수1,508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1)

 

캘커타 공항에 도착해서 프리 페이드택시를 탈 때의 일이다.

바우처를 받으며 어디서 타야 되느냐고 물으니 그냥 나가 보면 알 수 있단다,

무슨 대답이 저러냐싶었는데

공항 문을 나서니 바로 앞쪽으로 노란색 택시들이 늘어서 있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기사 인듯한 사람이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것이

아마도 순서가 정해져 있고 이번이 그사람 차례인 모양이다.

 

차로 다가가 어깨에 있는 배낭을 뒤 트렁크에 집어 넣으려는 순간 얼른 받아서 대신 집어 넣어준다.

참 친절 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것도 잠시, 팁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기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기사가 아니라는것도 황당했지만

배낭을 공항 출구에서부터 옮긴 것도 아니고

내 어깨에서 트렁크까지 옮기는데 걸린 시간이 길게 잡는다 쳐도 5초 정도,

그 것도 트렁크가 내 어깨보다 낮은 곳에 있으니 위에서 아래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힘든일도 아니다,

그래 놓고 손을 벌리는게 너무나 황당하고 뻔뻔해서 잔돈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실 공항에 도착해서 막 환전을 했으니 팁으로 줄만한 인도 동전이 없었다.

그랬더니 태국 돈도 받는단다, 공항 손님들을 상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비행기 스케줄을 훤히 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

내가 방금 태국에서 도착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손에 잡히는 태국 동전을 건네 주니 액수가 적다며 더 달라고 투덜거리는데 준 것 마저 도로 뺏어 버리고 싶어진다.

잡히는 대로 줬으니 정말로 그 액수가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 10원이라도 그가 한 노동(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에 비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택시에 오르니 기사는 진작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목적지를 말하고 이제 출발하려나 싶었는데 바우처를 달라며 웬 남자가 창문으로 손을 들이민다,

목적지에 확실하게 도착할 때까지 바우처를 절대 넘겨주지 말 것

가이드 북과 인터넷에서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는 주의사항이다.

시간이 돈인 택시들에게

만약 바우처를 미리 줘 버리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중간 어디쯤에 내려놓고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돈을 다 지불했으니 내게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바우처를

목적지에 도착해서 건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건만

그런 걸 기사도 아닌 제3자가 굳이 지금 달라는건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다.

나중에 주겠다고 하는데도 계속해서 보채길래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겠다고 소리를 높혔더니

그제서야 마지 못해 손을 창 밖으로 뺀다

운전석에 앉아서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던 기사는

그때서야 무슨 신호라도 받은 듯 서서히 택시를 출발시킨다.

 

배낭을 들어주고 팁을 달라고 조르던 사람,

바우처를 달라고 손을 들이밀던 사람과 택시 기사.

공항 안에서 바우처를 파는 직원을 빼고도 택시 한대에 무려 세명이나 연관되어 있다.

도대체 이래가지고 서야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될까 싶은게 얼핏 이해가 안되지만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빈부 차가 많이 나는 나라의 문제는 임금이 적다는 것에도 있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할곳이 부족하다는게 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여행객들 등이나 치는 사기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들은 그나마 일 할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간에 내가 끝까지 바우처를 안 줬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무슨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야 일을 당하면 당장이야 화나고 황당하겠지만

몸만 상하지 않는다면 툴툴 털고 잊어 버릴 수도 있고 여행의 한 추억쯤으로 간직 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생계를 위해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팁을 더 달라고 졸라야 되고,

안 주겠다는 바우처를 받아내야 하고,

한번이라도 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중간 어디쯤에 우리들을 내려놓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야 되는 것이다.

그들도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고단한 노동을 하고 있는것이다.

 

캘커타가 그리 큰 공항이 아니니 승객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날도 길게 늘어서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 숫자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루에 몇번이나 그들의 순서가 돌아 오는건지?


- 10, 20, 30일에 업데이트됩니다.




캘커타 기차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길게 늘어선 택시들.

(공항사진이 없어 기차역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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