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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평신도주일: 사도직의 소명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363 추천수0

평신도주일 - 사도직의 소명

 

 

삶 안에는 여러 꾸밈이 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여러 준비도 필요하다. 그것은 액세서리이고, 어려움이 닥칠 때를 미리 대비하는 보험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종교나 신앙을 일종의 액세서리나 보험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신앙인에게 종교는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하는 덧붙인 어떤 꾸밈이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어떤 보험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신앙은 삶의 본질이며 기준이다. 자기 생의 참 가치이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종교에서 갖는 믿음이며, 여기서 생겨나는 굳은 신념인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이를 깊이 새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교회는 이 점을 일깨우고 되새기려고 ‘평신도주일’을 제정하여 지내고 있다. 특히 평신도들의 사도직을 강조하고자 종말론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연중 마지막 주 전 주일(연중 제33주일)을 ‘평신도주일’로 정하여 지내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내용으로, 특히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에 잘 나타나 있다.

 

이날 미사의 독서들을 보면 신앙은 살아야 하는 것이며, 현세 생활에서 결실을 맺는 사도직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제1독서는 잠언의 끝부분이다. 저자는 부인에 대한 칭찬의 말씀을 들려준다. 부인이 칭찬을 받는 것은 그가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이나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인답게 남편과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봉사하고 나아가 불쌍한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알기에 현숙한 아내라고 칭송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숙한 아내답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주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달란트의 비유를 들어 이러한 사실을 확대하여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킨다. 어느 주인이 먼길을 떠나면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었다. 다섯 또는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서 각각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더 벌어들였다. 돌아온 주인은 그 결과를 보고 그들을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라고 칭찬하면서 기쁨의 잔치에 초대한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 돈을 그대로 땅에 묻어두었다. 주인은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호통을 치면서 그를 바깥 어두운 곳으로 내쫓았다. 주인이 자기 재산을 맡긴 것은 종들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들도 그 재산을 자기 것처럼 잘 관리하여 주인의 신뢰에 보답해야 했다. 그런데 게으른 종은 신뢰 관계를 단순히 ‘고용 관계’로 전락시킴으로써 주인이 원하는 관계를 단절시킨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고유한 재능과 소질이 있다. 그것은 그냥 간직하라고 주신 것이 아니다. 잘 활용하여 당신의 창조사업에 참여하도록 주신 것이다.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서 셈을 바칠 때 각자가 받은 달란트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받은 달란트를 가지고 노력한 정도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재능과 소질뿐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라는 보석을 받았다. 그 보석을 그냥 땅에 묻어둔다면 참으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보석이 빛을 잃지 않도록 늘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서 그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우리는 빛의 자녀임을 자각하고 늘 빛 속에서 거닐며 빛을 발해야 한다. 현숙한 여인처럼 가족에게, 불쌍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 때 우리의 보석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신자들은 하느님께로부터 선물을 받았으며, 이것은 곧 소명을 받은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성실한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이 평신도 사도직이다. 이 실천은 복음화와 성화의 결실을 목표로 한다. 전례주년의 한 해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달란트를 벌었는지 깊이 숙고해 볼 일이다.

 

[경향잡지, 2002년 11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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