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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4,697 추천수0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하느님의 어머니께 축하를 드리며

 

 

김씨는 평소 열심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자신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는 그에게 소중한 분이시다. 그가 지금 준비하고 이루려고 노력하는 일에 없어서는 안될 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은 ’고시’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 끝에 그는 드디어 시험에 합격하였다. 그리고 그는 판사가 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열성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일을 칭송하였고, 그를 ’김 판사’라 불렀다. 또한 그를 뒷바라지한 그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미니를 두고 ’김 판사의 어머니’라 불렀고, 모든 사람이 김 판사와 김 판사의 어머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왜 우리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르는가? 그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이시고 우리의 ’주님’, 곧 하느님이심이 드러났다. 김씨가 ’김 판사’가 되었을 때 그의 어머니가 ’김 판사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주님이심이 드러났으므로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성모님이 하느님보다 더 높은 분이라는 뜻은 아니다. 김 판사의 어머니가 김 판사보다 더 높은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성모님도 그러하다. 단지 ’그분의 어머니’라 부르는 것은 ’어머니’의 위치에서 그분을 위해 많은 희생과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공로가 있었기에 그분이 그런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어머니’인 성모님도 예수님께서 이 지상에 인간으로 탄생하시는 데에 커다란 공헌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것은 처녀의 몸인데도 하느님의 천사가 전하는 말씀을 믿고 겸손되이 받아들인 것이다. 처녀로서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 그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닥칠 엄청난 고통과 시련의 길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그 어려운 일과 앞으로 닥칠 시련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자세가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어머니’ 또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새해 첫날 기념하고 축하한다. 이날은 성탄시기의 팔일 축제(팔부)의 여덟째 날이다. 교회는 이날을 의무 대축일 중 하나로 지정하여 공동체가 함께 기뻐하며 축하하고 있다. 또 성탄 팔일 축제에 맞추어 기념함으로써 ’성탄의 의미’(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오셨다)와 ’성모 공경의 의미’(겸손한 신앙으로 주님을 받아들이고 모신 성모님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회의 모습이다)를 잘 연결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어머니 대축일은 어떻게 생겨나고 발전한 것일까? 이미 초세기(3세기 이전)부터 성모 공경이 이루어졌다. 곧 성모 공경이 대중 신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모 공경은 8월 15일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날에 예루살렘에서 ’성모 마리아의 축일’을 지냈다. 성모 공경에 대한 대중 신심이 발전하고 확대되어, 결정적으로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성모께 ’천주의 거룩한 어머니(Theotokos)’라는 호칭이 주어졌다. 그 이후 이날에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에서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어머니를 축하하는 것은 예루살렘뿐 아니라, 여러 동방교회에 확산되어 동방교회에서도 축제를 지내고 성모님을 공경하였다. 그것은 이미 대부분의 교회에서 성모님을 공경해 왔기에 널리 전파될 수 있었다. 특별히 성모 마리아의 역할에 비추어 ’주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강생의 신비, 곧 성탄 축일 신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기념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 동방교회에서는 예수 성탄 다음날인 12월 26일에 ’하느님의 어머니 축일’을 지내기도 하였다.

 

7세기에 와서 로마 교회에서 성모 공경의 축일을 처음 지냈다. 1월 1일에 ’성모 성탄 축일’을 지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8월 15일과 9월 8일의 성모 축일이 도입되었다. 그러면서 예수 성탄과 연결된 1월 1일은 ’하느님 어머니’를 특히 강조하고 기념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한 주간 앞서 예수님의 성탄을 지냈다. 그리고 팔일 축제 마지막 날에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축하한다. 예수 성탄의 의미가 ’빛이신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을 겸손되이 우리 마음 안에 받아들였다. 성모님을 축하하고 경하하는 이날은 성모님께서 주님을 받아들이신 자세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겸손된 자세로 주님께만 믿음을 두고 용기있게 주님께 투신하신 성모님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래서 이날의 전례는 성모님이 깊은 신앙으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아드님 예수께서 주님(하느님)이시니 그분의 어머니께 어찌 축하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해 첫날 우리는 성모님의 깊은 신앙을 본받도록 노력하고, 성모님의 도움을 간구해 보자. 그것은 성모님께서 우리 교회의 모델이시기 때문이다.

 

[경향잡지, 1999년 1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효성 가톨릭 대학교 교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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