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31 조회수1,883 추천수13 반대(0)

류시화의 글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흉년이 들어 굶주린 과부와 딸이 있었습니다. 과부는 딸에게 하나 남은 보석 목걸이를 팔자고 했습니다. 딸은 목걸이를 가지고 보석상에게 갔습니다. 보석상은 목걸이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시세가 낮으니 집에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대신에 약간의 돈을 빌려 주었고, 시간이 되면 내일부터 나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딸은 목걸이를 집으로 가져갔고, 보석상과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보석 감정에 재능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능한 보석 감정사가 되었습니다.

 

문득 어머니의 보석 목걸이가 생각났고, 집에 가서 보석을 감정했습니다. 딸은 놀랬습니다. 어머니의 목걸이는 도금이었고, 보석도 순도가 낮았습니다. 다음날 딸은 보석상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어머니의 목걸이가 도금인줄 알았습니까? 보석상은 이야기 했습니다.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실을 이야기하면 당신은 내가 속이는 줄 알고, 다른 보석상을 찾아 다녔을 겁니다. 결국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나는 사실을 말하기 보다는 당신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었답니다. 보석 목걸이가 없어도 능력이 있으면 굶주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석상의 이야기를 들은 딸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오늘 우리는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용광로에 들어갔지만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성서에는 이런 놀라운 표징이 있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넜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위를 걸으셨습니다. 풍랑을 잠재우셨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앉은뱅이를 걷게 하였습니다. 루르드의 샘물에 몸을 담그면 병이 나았습니다. 이런 표징은 분명 있었습니다. 이런 표징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불 항아리에 들어가도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지팡이로 홍해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 위를 걷고, 풍랑을 잠재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믿으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물리법칙을 넘어서는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삶을 살라는 이야기입니다. 영적인 삶을 살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리제네스는 성서해석의 3가지 차원을 이야기했습니다. 글자 그대로의 해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시대와 문화, 역사와 전통이 다른 곳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덕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시대와 문화, 역사와 전통이 다를지라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동선을 위한 삶으로 초대합니다. 영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보편적인 상식과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해석입니다.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부귀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대인들은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말합니다. 오랜 시간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예수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였습니다. 사실입니다. 사실이라는 관점에서는 인과관계의 그물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소유라는 그물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영화 판도라에서 주인공은 가족에게 가겠다고 말하였지만, 위험한 사고의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누군가는 불을 꺼야 했습니다. 주인공은 불 속으로 들어갔고, 수많은 사람을 구하였습니다. 주인공은 불 속에서 죽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가족과 살아남은 사람의 가슴 속에 살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혈연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공간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진리를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이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가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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