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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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9 조회수2,185 추천수13 반대(0)

제가 있는 뉴욕의 퀸즈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은 1973년에 시작하였습니다. 부르클린 교구로부터 정식으로 본당으로 인정된 것은 1974년입니다. 50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본당 사무실로 들어가는 벽에는 역대 신부님들의 사진이 액자로 걸려있습니다. 초대 사제이신 정욱진 토마스 신부님의 사진이 제일 앞에 걸려있습니다. 퀸즈의 교우들은 지금도 초대 사제이신 정욱진 토마스 신부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큰 한인 공동체로 성장한 퀸즈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은 초대 사제와 교우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시작하였고 벽에 걸려있는 후임 사제들과 공동체의 노력으로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교회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유럽의 교회는 1,000년이 넘는 교회가 많습니다. 본당 신부님들의 초상화가 벽에 한 가득인 경우를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성인품에 오르신 분도 있고, 주교님이 되신 분도 있었습니다. 로마의 성 바오로 성당에는 입구에 바오로 사도의 동상이 있습니다. 성당 안에는 역대 교황님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지금 교황님은 266대 교황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 266명의 교황님이 있었으니 평균 8년 정도 교황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박해의 시기에 순교한 교황님도 많았습니다. 신앙의 모범으로 성인품에 오른 교황님도 많았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구교라고 하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5대째 천주교를 믿는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한 세대를 30년 잡으면 150년가량 됩니다. 대략 1810년가량 됩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1784년에 시작되었으니 교회가 시작되고 30년가량 지나서 저의 조상들이 신앙을 시작하였습니다. 구교 집안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가난하였습니다. 박해를 피해서 도망 다녔기 때문에 재산의 기본이 되는 땅이 없었습니다. 지역과 혈연으로 이루어지던 사회였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교우들이 모여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마땅한 교육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겨우 자리를 잡아도 박해가 시작되면 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구교 집안은 늘 가난하였습니다.

 

둘째는 신앙교육이었습니다. 재산도 버리고, 벼슬도 버리고, 이웃과도 헤어져서 선택한 신앙이었습니다.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은 철저했습니다. 기도문을 외워야 했고, 매일 기도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주일에는 성당엘 가야 했습니다. 신자가 아닌 집안과는 혼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신자가 아닌 배우자는 먼저 세례를 받아야 했습니다.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앙이 먼저였습니다. 기일(忌日)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연도를 바쳤습니다. 친척들이 모여도 먼저 조상을 위한 연도를 바쳤습니다. 성당에 연미사를 신청하였고, 가족들이 함께 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은 자녀들 중에 한명은 사제나 수도자가 되도록 기도하였습니다. 저의 집도 저는 사제가 되었고, 동생은 수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도, 형수도 먼저 세례를 받고 결혼하였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내면서 서울대교구에서는 신앙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질문하였고, 교우들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심단체 및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생기는 고립감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좋았던 점은 영상을 통해서 미사를 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여러 신부님들의 강론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교구는 영상을 이용한 다양한 신앙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합니다. 신자들과 사목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제작하겠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가진 신앙의 가치가 무엇인지, 신앙이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의 도움을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높은 곳도, 천사도, 권세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신앙의 가치를 안다면, 신앙의 기쁨을 안다면 코로나19는 결코 우리를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깊은 존경을 드립니다. 한국 최초의 사제이기도 하지만 순교로써 신앙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사랑합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고, 길 위에서 순직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분들의 발자취를 닮기에도 멀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갈라놓고 있을까요? ‘다음에 하지 머라는 게으름. ‘남들도 다 그러는데라는 자기 합리화.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열등감이 우리를 하느님과의 사랑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우리가 지닌 신앙을 우리 삶의 액세서리로 생각한다면, 신앙은 일주일에 한 번 주일날 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선조들의 순교자적인 삶을 본받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신앙생활은 조그마한 신앙의 시련에도 견디지 못하는 신앙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 역시 자랑스러운 신앙의 선조들처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비록 그와 같은 삶이 현재의 제도와 불의한 세력에 의해 탄압과 고통을 받는다 할지라도 신앙인들은 자신이 져야할 십자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뚫고 부활하여 하느님의 오른편에 계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어려움과 환난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오늘의 본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류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 이 땅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선택하시어 오묘한 방법으로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시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영광스러운 신앙 고백으로 하느님의 백성을 자라게 하셨으니 저희도 죽기까지 복음을 따라 살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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