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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의 날2: 주일은 재창조의 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2,968 추천수0

주님의 날 (2) 주일은 재창조의 날

 

 

사람은 기억하는 존재

 

시간은 흐른다. 물 흐르듯이 흐른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된다. 현재의 시간은 조금만 지나면 과거가 되고, 조금 전의 미래 시간이 금방 현재가 되었다가, 또 과거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이렇게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의 제약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간을 따라 살기에 시간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시간표가 있다. 공통적인 생활의 리듬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넘어서는 삶을 산다.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적절히 이용하고 시간의 특성을 관리하여 ‘시간을 지배’하고 산다. 시간을 넘어설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넘어서고 시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능력은 다른 것에 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 그래서 사람은 ‘기억하는 존재(homo memoriens)’이다.

 

인간이 기억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것은 시간을 넘어서는 능력이다. 과거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역사 속의 사건들을 기억해 낸다. 과거를 기억하기에 현재와 현실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더 나아가 기억하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에 ‘기념하여’ 지낸다. 매번 같은 때, 같은 시간이 되면 축제를 지내고 잔치를 벌이고, 그럼으로써 과거의 바로 ‘그때 그 사건’을 기념하여 현재의 것으로 실현한다.

 

이것은 또한 미래로 열리게 만든다. 곧 다음의 그 시간에도 똑같이 기념하며 ‘현재의 것’이 되도록 만들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 된다. 곧 현재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미래로 개방되는 것이다.

 

 

주일은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날

 

우리는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건’과 그 의미에 대한 믿음이며 희망이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사건은 2천년 전 과거의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으며 매번 때가 되면 기념한다.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 우리 신앙의 근거이며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곧 ‘주님의 날’에 주님의 부활 사건을 기념하여 축제를 지낸다. 그것이 ‘주일미사’이다. 주일은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그 사건이 일어난 ‘같은 때’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새 생명을 가져다준 사건이기에 우리의 기쁨이며 그러기에 매번 경축하는 것이다. 주님 부활은 역사의 의미와 시간의 의미를 새로 바꾸어놓은 사건이다. 죄로 인해 죽을 인간을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가도록 문을 열어주신 사건이다. 그것은 한 번의 사건으로 영원히 그렇게 이루신 것이다.

 

현재의 시간도 미래의 시간도 그리스도의 희생제사를 봉헌할 때마다, 부활의 사건은 재현되고 현재의 것이 되어 우리에게 새 생명이 주어지고 보증되고 미리 맛보게 된다. 새 생명을 얻게 되므로 우리의 삶을 부활시키게 하는 ‘새 창조’가 이루어진다.

 

 

우리의 삶도 부활과 재창조가 이루어지도록

 

흔히 “주일미사로 한 주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파스카 사건을 기억하는 주일을 통해 새 생명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을 단순하게 표현한 말이다. 이렇게 주일미사가 갖는 파스카의 의미는 새 생명의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여 우리의 생명이 부활과 재창조의 삶을 살게 해준다.

 

현대사회는 죽음의 문화가 창궐하고 있다. 경쟁과 힘 겨루기, 지능과 스트레스, 일과 강박관념 등으로 인해 자신을 스스로 해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문명이 아무리 발달하고 좋은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결실이 인간의 참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연을 거스르고 하늘을 거스르는 결과들을 낳는 것을 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참 생명, 완전한 행복, 아름다운 삶을 찾고 갈구한다.

 

그렇다.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새 생명과 새로운 창조가 우리를 완전한 생명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신앙이다.

 

‘주님의 날’은 그렇게 기억하고 재현하고 우리의 삶을 하느님의 선물로 만들어주시고자 마련하신 날이다. 주님의 날은 주님 부활의 날이기에 우리 삶도 부활하고 우리의 생활도 재창조가 이루어지도록 주일을 소중하게 지키고 일구어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향잡지, 2003년 7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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