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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봉헌 생활의 날 특집: 시간 전례란 무엇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27 조회수6,762 추천수0

[봉헌 생활의 날 특집] ‘시간 전례’란 무엇인가


“항상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 따르는 신앙인의 노력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40일째 되는 2월 2일은 주님 봉헌 축일이다. 교회는 이날을 ‘봉헌 생활의 날’로 지낸다. 봉헌 생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봉헌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합당한 삶을 살도록 격려하고 기도하기 위해서다.

 

넓은 의미에서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자녀가 된 모든 신앙인이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봉헌 생활이라고 할 때는 수도 공동체를 말한다. 수도원을 방문하면, 수도자들이 하루를 여러 순간으로 나눠 정해진 시각에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시간 전례다. 

 

성직자들은 의무적으로, 수도자들은 수도회 회헌에 따라 이 기도를 바친다. 평신도들에게도 권고 사항(전례 100항: 「시간 전례 총지침」 27항, 32항)으로 제시되는 시간 전례는 교회의 공적 공통 기도이면서 교회 기도의 첫 자리다. 시간 전례의 유래와 의미, 구성 요소 등을 알아본다. 

 

 

역사

 

유다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아침과 저녁에 거행되는 성전 제사와 연관 지어 기도를 바쳤다고 한다. 또 예루살렘 밖 사람들은 대신 회당에 모여 기도했다. 유다인들의 기도 특징 중 하나가 ‘시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유다인들의 기도 생활은 예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예수께서 홀로 군중을 떠나 기도하셨고(마르 1,35), 또 기도가 주로 밤에 이뤄진 것은 유다인들의 관습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늘 깨어 기도하라’(루카 21,36; 마르 13,33)고 당부했던 예수는 수난이 다가올 때(요한 12,27 이하), 최후의 만찬 때(요한 17,1-26), 동산에서 고뇌에 젖었을 때(마태 26,36-46), 십자가에 매달리셨을 때(루카 23,34-46) 몸소 당신이 행동으로 기도의 모범을 보였다. 유다인들처럼 기도할 때 시편을 주로 이용했다.(마태 27,46) 예수의 기도 자취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과제로 남겨졌을 것이다. 시간 전례의 시작은 그 연관성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가톨릭대사전」은 “시간 전례는 ‘항상 깨어 기도한다’는 이상을 현실 안에서 구체화하는 가운데 태어난 것이고, 그 직접적인 기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그의 모범에 있다”고 밝힌다.

 

예수 부활 이후 사도 공동체는 기도하는 공동체였다. “유다인들과 달리 주님의 기도로 기도하라”고 쓰인 100년경의 「디다케」 증언을 참고할 때, 이 공동체는 유다인들이 하루 세 번 기도하는 관습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그리스도교적으로 바꿨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예수처럼 시편을 애용(콜로 3,16)했을 것이다.

 

1~3세기에는 교회 지도자들이 ‘항상 기도하라’는 그리스도교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기도 시각을 일정하게 정하고 그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는 모든 신자가 바쳐야 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종교 자유가 주어지면서 시간 전례는 공동체 기도로 확립됐다. 구성 면에서도 주교좌식 시간 전례와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회식 시간 전례 등 크게 두 갈래 형태로 발전해 갔다. 주교좌식은 주교를 중심으로 소속 교구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이 모여 주로 아침, 저녁에 바치는 것이었고, 수도회식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더욱 정교한 구조를 갖춰 더 많은 시간 전례를 드리는 식이었다.

 

중세 이후에는 시간 전례가 공동체가 바치는 기도에서 개인이 홀로 바치는 기도로 변질되거나, 성직자나 수도자의 기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의 결과로 시간 전례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기도’라는 본래의 공동체성을 재발견했다.

 

 

구성

 

시간 전례의 각 시간경에는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중심으로, ‘삼시경’(오전 9시), ‘육시경’(정오), ‘구시경’(오후 3시), ‘독서기도’, ‘끝기도’가 있다. 아침·저녁기도는 하루 가운데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이다. 독서기도는 성경 봉독을 기본으로 새벽에 드리는 기도이며, 끝기도는 일과를 마치며 바치는 기도다.

 

아침·저녁기도를 기본으로 주요 구성을 보면 ‘찬미가’, ‘시편과 찬가’, ‘성경소구와 응송’, ‘복음 찬가’(즈카르야의 노래, 성모의 노래), 청원기도, 주님의 기도, 마침기도 순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눈여겨볼 것은 ‘시편’이다. 시간 전례는 근본적으로 ‘시편’으로 구성된 찬미와 감사, 또 탄원과 청원을 드리는 기도다. 시편은 구약성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꼽힌다. 150편의 종교적인 시가(詩歌)들이 수록된 모음집으로, 하느님과의 직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이스라엘인들의 종교 심성을 표현하고 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는 “시편은 ‘사람이 하느님께 드리는 말씀, 기도’로 기록돼 있다”며 “살아계신 하느님을 찾는 인간 체험을 시편만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평했다. 

 

아울러 예수 그리스도가 시편으로 기도했다는 면에서 시편은 예수님과 하나 되어 기도하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만나게 한다.

 

탄원, 감사, 찬양 기도 등 각 시편의 성격은 각 시간경에 배분돼 있다. 아침기도에는 하루 시작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성격의 시편을, 저녁에는 하느님 은혜에 감사드리는 특성을 노래한다. 

 

 

의미

 

‘항상 깨어 기도하라’고 당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르는 신앙인들에게 기도는 본질적인 요소다. 그런 면에서 미사와 더불어 교회 고유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시간 전례다. 

 

인영균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중단 없는 기도가 교회의 존재적 소명이라고 할 때, 시간 전례는 ‘끊임없는 기도’에 부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며 “이 기도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더 잘 응답하려는 방편이며, 인간적인 약함과 나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힌다. “중단 없는 기도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겸손한 신앙인을 위한 기도법”이라는 것이다.

 

시간 전례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게 한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마태 18,20)이라는 말씀에서처럼, 하루의 정해진 시각에 바치는 기도는 하느님을 강하게 의식하도록 한다. 전례 기도는 파스카 신비와 직접 맞닿아 있으면서 기도하는 이와 그리스도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해 주는데, 특별히 가장 뛰어난 전례기도 중 하나인 시간 전례에서는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매일 정해진 때에 바치는 시간 전례의 특성은 규칙적으로 기도를 바칠 힘을 길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상생활을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하며 우리의 삶과 시간을 하느님 것으로 만든다. 

 

또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대화, 찬미를 통해 신앙인들이 하느님 자녀로 태어나는 여정을 도와주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비체를 하나로 만들어 준다.

 

베네딕토 성인은 “아무것도 하느님의 일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성 베네딕토 규칙서 43,3)는 말로 시간 전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간 전례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의 기도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가정에서 혼자 바치게 되더라도 모든 교회 구성원들과 영적으로 함께 바치는 기도가 된다.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2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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