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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10 조회수1,930 추천수13 반대(0)

가끔 상처가 날 때가 있습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찔리기도 합니다. 상처가 나면 상처 부위에 약을 바릅니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밴드를 부치기도 합니다. 붕대를 감기도 합니다. 이유는 상처의 부위가 예민해서 다시 충격을 받으면 더 아프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덧나면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상처가 나곤 합니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부치고 며칠 지나면 아물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상처가 날 때가 있습니다. 추월하는 차가 손가락질하며 갈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기분이 상합니다. 내가 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 모함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당연히 억울합니다. 믿었던 사람이 가슴에 대못을 박을 때도 있습니다. 당연히 배신감에 화가 납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지 못하기에 화가 나고, 다툼까지 생깁니다. 꽃밭의 꽃이 다른 건 인정하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몸의 상처는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부치면서 마음의 상처는 오히려 더 키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픈 상처를 건드리니, 당연히 더 아프기 마련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분노와 원망의 기름을 계속 부었습니다. 더는 사람을 사귀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문득 거울을 보니, 어두운 얼굴이 앞에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내버려 뒀기에 덧나고 말았습니다. 삶이 기쁘지 않았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나지 못한 건 마음의 상처를 돌보지 않아서입니다. 우리가 흔히 화병(火病)’이라고 부르는 증상은 마음의 상처에 시기와 질투, 근심과 걱정의 기름을 부을 때 생깁니다.

 

같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온 맘으로 받아들이고, 치유한 사람이 있습니다. 장 지오노가 소설로 표현한 나무를 심은 사람입니다. 아내를 잃었고, 자식까지 잃은 주인공은 혼자 숲속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황폐해진 땅을 보았습니다. 새도 날아오지 않고, 사람도 떠난 땅입니다. 매일 그 땅에 나무의 씨를 심었습니다. 원망은 걷어내고, 사랑을 심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자 황폐했던 땅은 숲이 되었습니다. 그 숲에 새와 나비가 찾아왔습니다. 마을 떠났던 사람들도 돌아왔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사랑하면 그 상처에서 향기로운 꽃이 핍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타인의 아픔도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시기와 질투의 기름을 부을 때가 있습니다. 잠도 오지 않고,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남의 떡은 커 보이고, 나의 떡은 작아 보입니다. 금수저가 아닌 것이 불만스럽습니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분노는 더 큰 분노로 돌아옵니다. 한 번뿐인 삶이 기쁘지도, 감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 테러리스트(공격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마음을 위한 테라피스트(치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지혜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 사람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선량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찾아라. 지혜는 간악한 영혼 안으로 들지 않고 죄에 얽매인 육신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하느님의 영은 분노와 원망의 마음에는 머물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영은 이해와 사랑의 마음에 머물러 우리를 영적으로 풍요롭게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용서를 말씀하십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큰 힘은 용서하고, 용서받는 겁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오니,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입니다. 용서는 주는 것(Forgiveness)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Forgiveness is what this Course is all about. Forgiveness is your Salvation.(용서가 바로 이 과정의 모든 것이다. 용서가 그대의 구원이다)” 또 이런 말도 있습니다. ”You are Christ. Pure and Innocent, You Are. You are Forgiven. And, You Are Released.(당신은 그리스도입니다. 순수하고 결백합니다, 당신은. 당신은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풀려났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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