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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유다가 대신 종이 되겠다고[34] / 요셉[4] / 창세기 성조사[11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5-25 조회수1,375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4. 유다가 대신 종이 되겠다고

 

그러자 유다가 이집트 재상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나리, 이 종이 감히 나리께 한 말씀 아뢰겠습니다. 나리께서는 파라오와 같으신 분이시니, 이 종에게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나리께서 이 종들에게 아버지나 아우가 있느냐?’ 물으시기에, 저희가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저희에게 늙은 아버지가 있고, 그가 늘그막에 얻은 막내가 있습니다. 그 애 형은 죽고 그의 어머니 아들로는 그 애밖에 남지 않아, 아버지가 그 애를 사랑합니다.’”

 

유다는 자신의 격한 감정을 충분히 조절한 참으로 공손한 태도를 드러내면서 말을 이어간다. “그러자 나리께서는 그 아이를 나에게 데리고 내려오너라. 내 눈으로 그를 보아야겠다.’ 하고 이 종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만, 저희는 나리께 대답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제 아버지를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면 그 애 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나리께서는 이 종들에게, ‘너희 막내아우가 함께 내려오지 않으면, 너희는 다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셨습니다.”

 

이렇게 유다는 이집트 재상께서 자신의 막내 동생에게 상당히 호의를 보이셨다면서, 은근히 칭송을 표하며 계속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저희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올라갔을 때, 나리의 말씀을 아버지에게 전하였습니다. 그 뒤에 저희 아버지가 다시 가서 양식을 좀 사 오너라.’ 하였지만, 저희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저희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막내아우가 함께 가야 저희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막내아우가 저희와 함께 가지 않으면, 저희는 그 어른의 얼굴을 전혀 뵐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유다는 잠시 긴 호흡을 내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계속 말을 잇는다. “한참 후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가 저희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 아내가 나에게 아들 둘을 낳아 주었다는 것을 너희도 알지 않느냐? 그런데 한 아이는 나를 벌써 떠났다. 나는 그 애가 찢겨 죽은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였고, 사실 그 후 나는 지금까지도 그 아이를 다시 보지를 못하였다. 그런데 너희가 이 아이마저 나에게서 데려갔다가 무슨 변이라도 당하게 되면, 너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한 나를, 너무나 비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이다.’”

 

이처럼 유다는 아버지 야곱의 말을 요셉에게 전하면서, 그는 아버지의 아내들 가운데에서 단지 한 사람만 언급한다. 이 아내는 하란에 머물 때 마지막으로 낳은 요셉과 가나안으로 돌아오는 중 낳은 벤야민을 낳으면서 죽은 여인으로서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라반의 둘째 딸 라헬을 가리킨다. 유다 자신의 어머니인 레아는 자기 아내가 아니며, 다른 열 아들도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투로 아버지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요셉에게 전한다. 그만큼 막내 벤야민을 아버지 야곱이 극진히 사랑한다는 뜻이다.

 

사실 유다는 그 옛날 요셉의 형들이 아버지에게 가져간 요셉의 피 묻은 옷 때문에 야곱이 자신의 옷을 찢고 허리에 자루옷을 두른 뒤 비통해하고 있을 때(37,34), 그는 다른 형제들과 함께 그저 서서 지켜만 보았다. 귀한 자식 잃고 슬피 우시는 아버지의 그 처절한 고통에 동참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요셉을 그토록 편애하셨으니, 어쩌면 아버지의 이런 고통을 받아 마땅하다는 식으로 생각했다. 그 유다가 이제는 아버지 야곱이 다시 그런 고통을 받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기꺼이 안으려 하면서 재상을 최대한 설득하려 한다.

 

이렇게 아버지의 목숨이 그 애의 목숨에 달려 있는데, 이제 그 아이 없이 제가 나리의 종인 저희 아버지에게 돌아갔을 때, 그 아이가 없는 것을 보게 되면, 아버지는 죽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 종들은 결국, 나리의 종인 백발이 성성한 저희 아버지를, 애통해하며 저승으로 내려가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그래서 나리의 이 종은 제 아버지에게 그 아이를 맡겠다고 하면서, ‘제가 만일 그 아이를 아버지께 도로 데려오지 않는다면, 제가 아버지 앞에서 그 죄를 평생 짊어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유다는 막내아우 벤야민의 친형인 요셉을 잃은 아버지가 막내 벤야민을 애지중지하는데, 식량을 얻기 위해 부득이 막내를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유다의 말투에서 벤야민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를 원망하거나 시기심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요셉을 잃고 난 후 벤야민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유다가 예전에는 아버지의 편애를 받은 요셉을 시기했지만, 지금 아버지의 편애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너무나 변화되었다.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그의 효심은, 이제는 옛날의 그것과는 너무나 판이하다. 그래서 유다는 벤야민에 대한 아버지의 한탄을 그대로 전하면서 재상의 자비를 간절히 청한다. 그는 이처럼 막내 벤야민을 잃었을 때 아버지 야곱의 목숨도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이 마찬가지라고 내세우는 것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의 큰 염려가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막내를 잃은 아버지는 고통 중에 죽어 가실 게 눈에 보듯 확실하다면서 설득력 있게 자기의 뜻을 재상에게 솔직히 강조한다.

 

그러니 이제 이 종이 저 아이 대신 나리의 종으로 여기에 머무르고, 저 아이는 형들과 함께 가나안의 아버지께 올라가게 해 주십시오. 그 아이 없이 제가 무슨 면목으로 어떻게 아버지에게 감히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나리의 종인 저는 저의 아버지가 겪게 될 그 비통함을 차마 두 눈을 뜨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유다는 아버지에게 닥칠 그 불행을 차마 볼 수가 없기에 자기가 대신해서 고통을 받겠단다. 자기보다 더 사랑받는 막내를 위해 자신이 이렇게 희생하려는 거다.

 

그의 이런 간청은 참으로 중요하다. 아버지의 그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그래서 유다는 아버지에게 또 다른 고통을 드리기보다는 차라리 형제를 대신하여 자신이 그 고통을 감내하겠단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셨듯이, 유다는 아버지의 고통을 대신 지고자 막내 벤야민을 아버지 곁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이 종으로 이집트에 머무르겠다는 거다. 유다가 이렇게 대속으로 자기를 희생하려 할 때, 비로소 완전한 용서와 화해가 시작될 게다.

 

요셉은 자기 곁에 서 있는 모든 이들 앞에서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모두들 물러가게 하여라.” 하고 외쳤다. [계속]

 

[참조] : 이어서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을 밝힘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종,나리,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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