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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모세의 탄생과 입양[4]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28 조회수1,69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 모세의 탄생과 입양

 

레위 집안의 어떤 남자가 레위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여기서 남자의 이름은 레위의 손자 아므람이고 여자는 레위의 딸 요케벳(6,20)이다. 본디 당시의 관습으로는 고모와의 결혼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지만(레위 18,12 참조), 이는 혈통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벌어진 이런 관계의 결혼을 두고 지금의 관점에서 그 잣대를 판단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무튼 이들 사이에서 모세와 아론이 태어났다.

 

요케벳은 잘생긴 아들을 보고 차마 강물에 버릴 수가 없어 석 달 동안 보물 다루듯이 그를 은밀하게 숨겨 길렀다. 그러나 아기가 자라 시끄럽게 울기 시작하자 더는 숨겨 둘 수가 없게 되어, 왕골 상자를 가져다 역청과 송진을 바르고, 그 안에 아기를 뉘어 강가 갈대 사이에 놓아두었다. ‘상자에 대한 히브리 말은 노아의 방주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성경에서는 이 두 경우 외에는 이 말이 쓰이지 않는다.

 

아기의 가족은 아기가 뉘어진 왕골 상자를 아주 한적한 강가 갈대 숲 속에 놓아두었다. 집에서는 더는 키울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었으리라. 숲 속은 떠내려가지 않고 안전했다. 아기 가족, 특히 아기 어머니와 누이가 도맡아 지켰을 게다. 성경에는 예언자이며 아론의 누이인 미르얌’(15,20)이 누이로 소개된다. 누이가 더 있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여기에 아기를 보살피는 누이의 이름은 미르얌일 게다. 미르얌은 쓴 것, 고달픈 것을 뜻한다.

 

이렇게 아기 가족은 절망 속에 아기를 포기하고자 파라오의 명령대로 강물에 버린 것이 아니라,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갖은 지혜를 모아 왕골로 만든 상자에 뉘어 강물에 놓아두었을 뿐이다. 아기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아기가 이집트인들에게 발견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고, 발각될 경우는 아마도 운명의 탓으로 돌릴 참이었으리라. 왕골은 나일 강 삼각주의 진흙 지대에 무성했던 파피루스로서 필기 재료로도 사용되며, 신발이나 밧줄로도 사용되었다.

 

어느 날 아기의 누이 미르얌이 멀찍이 서서 아기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마침 파라오의 딸이 목욕하러 강으로 내려왔다. 시녀들을 거느린 공주가 상자를 발견한다면, 그 잘생긴 아기는 더 이상 목숨을 지탱할 수가 없을 게다. 아무리 공주라 해도, 아버지 파라오의 준엄한 명령을 저버릴 수가 없기에. 아기 누이는 초조하게 상자를 지키고 있었고 상자는 바람을 타고 물결에 살랑살랑 떠밀리고 있었다.

 

이렇게 공주가 시녀들과 강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공주가 갈대 사이에 있는 상자를 보고는 여종 하나를 보내어 그것을 가져오게 하였다. 공주가 갈대 숲 속에 걸려 있는 왕골 상자에 호기심을 가진 것이다. 그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미르얌의 숨결은 거칠어지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그렇지만 아기 누이는 다만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기도로 아기의 안전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튼 상자가 이집트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아기의 운명은 눈에 보듯 뻔했다.

 

드디어 시녀가 상자를 열어 보니 잘생긴 아기가 울고 있었다. 공주는 깜짝 놀라며 그 아기를 불쌍히 여기며, “이 아기는 히브리인들의 아이 가운데 하나로구나.” 하였다. 그런데 순간 공주는 아기가 히브리인의 아들인 줄 알면서도 본능적 모성애에 이끌려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히브리 사내아이는 다 죽이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모를 리 없었지만, 막상 그녀 앞에 울음을 터뜨리는 잘생긴 아기를 두고서는 아버지의 그 명령은 안중에도 없었다. 비록 그 명령을 어겼을 때 어떤 처벌을 받을지를 잘 아는 그녀였지만, 생명의 존엄성이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순간 이 틈새를 재빨리 알아차린 아기의 누이 미르얌이 파라오의 딸의 마음을 알기나 한 듯이 나서서 공주에게 말하였다. “제가 가서, 공주님 대신 아기에게 젖을 먹일 히브리인 유모를 하나 불러다 드릴까요?” 그러자 동정심에 찬 파라오의 딸이 그래, 가거라.” 하자, 미르얌은 얼른 어머니를 모셔왔다. 파라오 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아기를 데려다 나 대신 젖을 먹여 주게. 내가 직접 그대에게 충분한 삯을 주겠네.”

 

그리하여 요케벳은 아기를 데려다 젖을 먹였다. 결국은 공주의 도움으로 아기 어머니는 주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모유를 먹여가며 아기를 마음 놓고 키웠다. 파라오가 죽인 아기였지만, 그 딸이 살려주었다. 그리하여 그 아기 어머니가 손수 모유를 비싼 삯까지 받으면서 먹여 키운 셈이 된 것이다. 비록 죽어야 할 히브리인 사내아이였지만, 이집트 공주의 보호를 받아 가며 생명의 위험을 벗어나게 되었다.

 

아이가 자라 젖을 떼고도 자랄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아기 어머니는 아이를 파라오의 딸에게 데려갔다. 젖을 떼는 나이, 곧 세 살가량이 되었음을 뜻한다(창세 21.8 참조). 공주는 그 아이를 아들로 삼고,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 하면서 그 이름을 모세라 하였다. 모세를 직역하면 건져 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용상으로는 모세는 건져 내는 사람이 아니라, ‘건져진 사람이다. 아무튼 이 아기가 자라서 자기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구해 낼 지도자이기에 건져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아무튼 모세는 이집트 공주의 양자로 입양되었다.

 

이처럼 죽을 운명에 처한 아기는 공주의 양자로 입양되었다. 자기 백성을 건져 낼 이가 자기 백성을 구박하는 왕의 딸 양자로 들어간 것이다. 태어나면서 죽을 운명인 그가, 공주의 도움으로 아무 걱정도 없이 어미의 품에서 모유를 먹고 자라서는 궁궐로 들어간 것이다. 이는 과연 우연으로만 실현될 사항이던가? 여기에는 의당 평범한 그 일상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하느님의 손길이 닿았으리라. 감추어진 손길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우리 신앙인은 보아야만 한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약속을 실현하시려고 당신 백성은 물론 이방인도 끌어들이신다. 히브리인의 사내아이는 이집트 강물에 버리라는 어명을 그의 딸이 건지고는 동정심을 느끼게 하여, 오히려 아기 어미에게 젖을 먹여 키우라고 내어주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리고 그 아기가 어미 품을 떠나 그 죽음의 소굴로 당당하게 양자로 입양되는 것은 완벽한 하느님의 섭리가 아닐까?

 

히브리인의 사내아이는 모두 죽이라고 한 그 파라오의 저택에서 히브리인 사내아이 모세가 자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미디안으로 달아난 모세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아므람.요케벳,왕골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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