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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미와 파우스티나 성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08 조회수6,548 추천수0

‘하느님의 자비 주일’ 의미와 파우스티나 성녀


생명 위협 심각한 시대 더 절실한 ‘자비’의 손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7월 30일 폴란드 크라쿠프의 하느님 자비의 성당에서 ‘자비하신 예수님’ 원본 성화와 마리아 파우스티나 성녀상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2000년 4월 30일, 부활 제2주일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폴란드의 마리아 파우스티나(Maria Faustina Kowalska·1905-1938) 수녀를 시성하면서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릴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그해 5월 5일 교령을 발표하고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도록 했다. 4월 8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아 이날의 제정 의미와 마리아 파우스티나 성녀에 대해 알아본다.

 

 

하느님 자비를 새롭게 조명한 성인

 

‘하느님 자비의 사도’로 불리는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는 그 명칭처럼 하느님의 자비 주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05년 폴란드 글로고비에츠(Glo gowiec)에서 태어난 파우스티나 수녀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과정도 마치지 못한 채 10대 때부터 집을 떠나 가정부 생활을 했다. 일찍부터 수도성소를 느꼈고 수녀원 입회를 원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성소를 접었던 그는 그리스도의 환시를 체험한 후 1925년 자비의 성모 수녀회(Congregation of the Sisters of Our Lady of Mercy)에 입회했다.

 

수녀회에서 주방, 정원사, 문지기 등 소임을 맡아 평범한 생활을 하는 가운데 그는 내적으로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았다. 폐결핵 등 병에 시달리다 33세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하느님 자비를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면서 이웃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키워나갔다.

 

특히 ‘계시’ ‘환시’와 같은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사명이 하느님 자비를 전하는데 있다는 것을 깊이 간직했다. “영혼들에게 나의 크나큰 자비를 알리고, 나의 한없는 자비에 의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네가 일생동안 수행해야 할 임무요, 과제다.”(일기 1567)

 

1931년 2월 22일 저녁에 보게 된 환시는 좀 더 특별했다. 흰 옷을 입은 예수 그리스도가 축복을 주시기 위해 한 손을 높이 올리고 계셨고, 다른 한 손은 가슴 부위에 대고 계신 장면이었다. 가슴에서는 두 줄기 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너는 지금 네가 본 나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라. 그리고 그 그림 밑에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라고 적어라”고 하셨다.

 

그는 자신이 예술가도 아닌 처지에서 대신 그림으로 표현할 사람을 구해야 했고, 또 이러한 환시 내용을 사람들이 믿지 않아 고심했다. 그러던 중 영성 지도를 맡았던 미하엘 소포츠코(Michael Sopocko) 신부가 화가를 수소문해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이는 ‘자비하신 예수님’ 모습으로 탄생했고, 1935년 4월 28일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이전에도 거룩한 환시를 자주 보았고 수많은 예언을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聖痕)을 간직했던 파우스티나 수녀는 소포츠코 신부 조언에 따라 체험한 환시와 예언들을 일기에 적었다. 「내 영혼 속 하느님의 자비」(Divine Mercy in My Soul)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기는 각국 언어로 번역됐고, 하느님 자비 신심을 널리 전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기를 통해 드러난 메시지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을 세상에 일깨우고, 하느님의 자비에 관한 신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메시지에는 하느님의 자비 상본을 만들 것, 하느님의 자비 축일을 지낼 것, 또 오후 3시에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찬미하며 하느님 자비를 청하는 기도 시간을 가질 것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왜 ‘자비 주일’ 인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탈출 34,6)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처럼 구약·신약성경에서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의 표상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하느님의 자비’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현재에 부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온갖 불의와 죽음의 문화가 범람하는 이 시대가 자비를 필요로 하고, 또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 시성식에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을 겪은 20세기의 흐름 속에서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들과 수많은 사람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또 참상을 증언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자비의 메시지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말로 하느님 자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에 나타난 “인류는 나의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며 내게 돌아서지 않는다면, 결코 평화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 일기 132쪽)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인용, “파우스티나 수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님 부활 대축일의 복음을 보다 심도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빛을 주는 은사이며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우리 시대 모든 사람에게 큰 빛으로 드러난다”고 의의를 덧붙였다.

 

조규만 주교(원주교구장)는 ‘하느님 자비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밝힌 본지 기고문(2001년 4월 22일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설정하셨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비로우신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생명의 위협들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이미 지적한 살인, 집단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은 인간 생명에 대한 많은 범죄들이 넘쳐나는 상황은 하느님 자비를 당연히 요청할 수밖에 없고, 아울러 자비로운 하느님 모습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은 더욱 요청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8월 17일 한 강론에서 “파우스티나 성녀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하느님 자비하심에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인류는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길이 없다”고 천명했다.

 

특히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는 말을 되풀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수많은 죄악과 부도덕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기에, 하느님의 전능하신 사랑에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겠다는 이 고백과 결단은 우리 시대에 특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자비는 ‘말로만이 아니라 생활의 증거를 통해 전해져야 한다’(「자비로우신 하느님」 13항)고 강조된다.

 

「가톨릭대사전」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예수님 말씀은 호세아 예언자 말을 인용하여 역설한 바와 같이(마태 9,13;12,7) 천국에 들어가는 본질적 조건 중 하나”라고 밝힌다.

 

부활 제2주일 미사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로 봉헌된다. 각 기도문도 하느님 자비를 기리는 고유기도로 바꿔서 바치게 된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8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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