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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8 조회수2,057 추천수12 반대(0)

학생 때 배운 시조가 생각납니다. 길재(吉再)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와 원천석((元天錫)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 년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쳤으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이 눈물계워 하노라.”입니다. 두 시조를 음미하면 인생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가도, 궁궐도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허망하게 사라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11년 전입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인 남대문이 화재로 전소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였습니다. 남대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징이었습니다. 600년 넘게 대한민국의 문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당시 화재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복원되어 옛 모습을 되찾았지만, 당시는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고려가 원나라의 침략을 받았다면,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찬란했던 역사와 문명을 자랑하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수메르, 페르시아, 바빌로니아, 앗시리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고고학적 발굴로 알 수 있습니다.

 

올해 4월입니다. 성주간 월요일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상징이었던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가 있었습니다. 저도 몇 번 방문했었습니다. 유럽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성당입니다.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프랑스는 교회의 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상징이 불타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성당이 불에 타고 있는 시간에 많은 사람이 성당 주변에서 성가를 불렀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당은 화재로 사라지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이 있었습니다. 파리의 시민은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눈물 흘렸지만, 식어가는 신앙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건물은 복원할 수 있지만 식어버린 신앙을 다시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머니와 같은 성당의 화재를 보면서 자신들의 식어버린 신앙을 뉘우쳤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그분께서 이르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황님들께서 지내시던 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오랜 박해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려 주는 성전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음을 알려 주는 성전입니다. 성전은 기도하는 곳입니다. 성전은 친교를 나누는 곳입니다. 성전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얻는 곳입니다. 성전은 생명의 빵을 나누는 성사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성전은 성전만으로 남으면 단순히 건물일 뿐입니다. 성전은 그곳에서 신앙생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몸이 바로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성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몸에서 가난, 순결, 순명의 물이 흘러나오면 세상에는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몸에서 믿음, 희망, 사랑의 물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도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들레헴 성당 문에 있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이 관광객으로 오셨다면 순례자가 되셔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순례자로 오셨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셔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주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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