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9 조회수1,874 추천수13 반대(0)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햇볕은 내가 죽지 않는 이유가 되었고, 깨달음과 공부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살아야 했습니다. 언제 석방 될지 모르는 감옥에서 창살 넘어 비추는 햇빛을 보았다고 합니다. 햇빛이 비추는 곳에 있으면 잠시나마 따뜻했다고 합니다. 감옥에서 책을 읽고, 사색하면서 예전에 몰랐던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죽음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것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이유를 모른다면 살아 있어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우리는 수산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로 두 명은 죽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건강하였고, 존경받았고, 가진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살아야 하는 이유는 몰랐습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수산나에게 누명을 씌었습니다. 몸은 건강했지만, 마음은 병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을 통하여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몰랐던 원로들을 심판하셨습니다. 거짓과 불의와 타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양심을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비록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기에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수산나는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존경받는 원로들이 누명을 씌었고, 율법에 따라서 죽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수산나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악의 유혹에 몸을 맡기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수산나의 마음을 아셨고, 다니엘을 통하여 수난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 주셨습니다. 수산나는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어둠을 온 몸으로 밝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현실의 삶에서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마음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정한 여인을 대하는 예수님과 군중들의 시선을 보았습니다. 군중들은 율법에 따라서 여인을 단죄하려했습니다. 손에는 돌을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돌을 던지면서 나의 잘못을 감추려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돌보다 더 아픈 글을 던지기도 합니다. 돌은 떨어지면 그만이지만 글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쉽게 두드리는 키보드의 자판은 거리의 제한도 없습니다. 시간의 제한도 없습니다. 공동체에 갈등과 분열을 조장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셨습니다. 군중들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기다리셨습니다. 군중들의 눈에 핏발도 사라졌을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도 돌을 맞을 잘못을 했음을 알았습니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자신들도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부터 돌아갔습니다. 비록 부정한 죄를 지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죄를 짓지 말라고 권고 하셨습니다.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따뜻함을 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선행이 많은 사람을 선행으로 초대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정성스럽게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면서 사랑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받아서 죽어야 했던 수산나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죄를 지어서 죽어야 했던 여인은 예수님의 자비하심으로 용서받았습니다. 수산나와 여인 중에 누가 더 하느님께 감사드렸을까? 죄를 용서받았던 여인은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았습니다.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바르고 정성스럽게 닦아 드렸습니다. 주님의 무덤을 찾아가서 한번만이라도 더 주님을 만나려 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만났습니다.

 

단심조만고(丹心照萬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직하고 정성스러우며 거짓과 삿됨이 없는 마음은 영원한 세상에 빛나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사순시기를 지내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이 모이면 우리는 이미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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