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감동적인 내용이라 소개합니다. (퍼온글)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7-18 조회수1,788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 글은 충남에 있는 모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재학중인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넷 위에 올라와 있는 이 글을 보고 감동을 받은 분이 여럿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랑의 다른 이름이 바로 치유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글에 등장하는 그녀의 빠른 회복과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길 빕니다. - 편집자

 

... 작고 볼품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열성인자만 물려받았는지 동생에 비하여 항상 뒤쳐졌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운동까지 난 동생에게 뒤쳐졌다. 그래서 항상 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할 때도 내 이름으로 소개받기보다는 누구의 형이라는 식으로 소개를 많이 받았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 몰라도 난 여자친구가 없었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 뭐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나에겐 그것마저 큰 콤플렉스였다. 내 옆에는 항상 아무도 없었다.

 

하긴 볼품없는 나에게 다가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역시 용기가 없어 애만 태우다가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에서 단체로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그곳은 조그마한 교외에 있는 요양원. 주로 이제는 더 이상 차도가 없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 흔히 식물인간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2층의 206호실. 내가 맡은 담당환자가 있는 곳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할아버지 할머니겠지. 206호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실내. 환한 병실...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조용했다.

 

그 흔한 TV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란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니었다. 조그마한 소녀. 긴 머리를 땋아 한쪽으로 늘어뜨린 소녀가 누워있었다.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다시 확인했다. 206. 206. 206.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맞는 병실이었다. 순간 밖에서 들어오는 한 사람. 어서 오세요.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군요.” ... ...” 잘 부탁해요. 저 아이의 어미 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엉겁결에 나도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침대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저 아이는 식물인간이었다. 10여 년 전. 저 아이가 10살 때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몸의 상처는 다 치료되었지만 그때 이후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10년 전 10살이라면.... 20... 하지만 아직도 중학생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아마 활동을 하지 않는 탓으로 성장이 느린 것이리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매우 지쳐 보였다. 1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했다. 그러며 잠시 눈 주위를 훔쳤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다음날. 난 병실로 찾아갔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빛이 너무 밝다. 난 창가로 다가가서 블라인드를 조금 내렸다. 그리고 다시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관을 통해서 들어가고 관을 통해서 나왔다.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내가 왜 이 병실로 배정 받았는지 그제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어라... 이거였군... 후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계속 잠을 잘 뿐이었다. 어머니가 말하길... 가끔 눈을 뜰뿐이며 대다수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고 했다. 결국 내가 할 일은 이 병실의 물건이 도둑맞지 않게 지키는 것. 그 역할밖에는 없었다. 다음날. 난 책 한 권을 들고 갔다. TV도 라디오도 없는 병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난 책을 한 권 들고 병실로 갔다.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것을 본 것은... 비로소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녀는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고 그녀는 다시 안심했다는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난 들고 간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난 다른 책 한 권을 가지고 병실로 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 나와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 또래가 흥미 있어 할만한 연예인 이야기였다. 인사를 건네자 어머니도 간단하게 인사를 받으시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야기를 알아들어요?”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어요.” 어머니는 바쁜 일로 곧 나갔고 병실에는 그녀와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책을 폈을 때 문득 이불 밖으로 나와있는 그녀의 하얀 손이 보였다. 난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아 이불 안으로 넣어주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깨어있었다.

 

순간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그냥 웃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책을 다시 펴들었을 때 난 내 심장이 무척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심장은 계속 두근거렸다. 결국에는 휴게실로 나가 커피한잔을 마시고 겨우 진정이 됐다. 다음날. 병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난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바보 같은 짓인 줄 알았지만, 얼마 전부터 그녀가 살아있다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순간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가 날 보더니 웃었다. 웃었다? 식물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들어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난 사실대로 말했다. 당신도 느꼈군요. 저 아이가 웃는 것을...” 느끼다니요? 그럼 정말로 웃은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순간이지만 다시 어머니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저도 몇 번이나 보아서 의사선생님에게 말했지만, 제 착각이랍니다. 저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두 눈밖에 없어요. 하지만 잘 되었네요.

 

당신도 저 아이가 웃은 것을 느낄 수 있다니.. 저 아이와 잘 통한 것 같군요.” 하며 잔잔하게 웃었다.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다음날. 이제는 병실을 찾는 것이 내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는 대신에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동화부터 시작해서 전쟁소설까지 닥치는 대로 읽어주었다. 그녀는 그날 따라 자지 않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다. 오늘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깜빡 가져올 책을 놓고 와버렸다. 병실에 들어가자 이미 그녀는 깨어있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30분전부터 깨어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책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미안해서 대신 그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읽었던 책 이야기, 친구 이야기, 시골 이야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고 난 후 밤늦게까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이미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녀도 잠들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새벽 3. 난 그녀가 무척 편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생의 이야기. 열등감을 느끼는 나. 여자친구가 없는 나. 그런 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 그냥 보내버린 사람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누가 알게 될까봐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내 스스로 하고 있었다. 왜일까... 그녀는 식물인간이니까. 그래서 내가 마음놓고 하는 것인가? 난 밤새도록 그녀에게 넋두리를 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 내 뺨에 따뜻한 것이 놓여있었다. 그녀의 손이었다. 그녀는 계속 깨어있었다. .. 당신이 올려놓은 거예요?” 난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할 리 없었다.

 

그녀는 계속 누워서 나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제가 밤중에 실례를 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난 병실을 뛰쳐나왔다. 꼴좋구나 이 녀석아... 어제는 밤새도록 넋두리를 해대더니.. 그리고 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난 늦게 병실을 찾았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병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그녀. 그녀의 어머니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제는... 일찍 들어가셨더군요...” ... 사정이 있어서...” 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오늘 마지막 날이네요...” 네에. 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듯 했는데. 아쉽네요.” 나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애써 어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오고 난 후로부터 저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지금까지는 저런 일이 없었는데... 의사선생님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네에...” 난 늘 그랬듯이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저 오늘 마지막날이에요. 지금까지 고마웠고요. 어제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난 또 한번 그녀의 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용서해준다는 뜻인가. 그리고 나도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다음날. 난 하루종일 안절부절 했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모두 괜찮냐는 질문뿐이었다. 뭔가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를 빼먹는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덜렁거리는 녀석. 또 뭔가를 빼먹고 헤매는군... 바보... 바보... 바보... 그러기를 일주일. 난 원인을 찾아내었다. 그 요양원 그곳에 뭔가를 놓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 책을 놓고 온 건가... 아니면 내 물건이라도... 아침 일찍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척 놀라는 듯 했지만 난 인사를 하고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서는 땀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잊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배고프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겐 둘도 없이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그 후로 계속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도 언제나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나 역시 어머니가 고마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남으면 무슨 책이든지 닥치는 대로 읽어 이야기할 주제를 찾았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다. 그날 밤도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이야기하고 있었을까. 문득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 해줄 때면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겨우 입을 열었다. 후후... 그래요... ... 그러니까...” 난 안절부절 더듬거렸다. 오늘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꼭 해야만 했다. 입의 침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하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당신을 좋아해요.” 해버렸다. 20년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던 건가. 하지만 난 그녀에게 말했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었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순간. 그녀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 움직였어? 난 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와서 보더니 기대하지 말라며 의사를 부르러 나갔다. 곧 의사가 들어왔고 진찰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답은 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렇게 일주일 후 그녀의 병실을 찾아갔을 때 그녀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난 간호사를 찾아가 목소리를 높여 물어보았다. 그녀는 매우 놀라 더듬거리며 대답해주었다. 어제 저녁,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닥터도 확실하게 보았고요. 그래서 큰 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난 병원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고 단숨에 달려갔다. 요양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 그 사이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어머니는 날 보자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아이가 차도가 있는 것은 당신 덕입니다. 근육이 되살아나고 있데요. 이제 움직일 수 있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겨우 겨우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시킨 후 그녀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

 

언제나 같은 그녀.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움직일 수 있데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울고 있었다. 정말 기뻐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난 그날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 병원은 요양원처럼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난 시간이 남는 대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그러기를 6개월 그녀는 정말 큰 차도를 보여주었다. 신문과 방송사에서는 10년만의 기적이라며 몇 번이고 찾아왔었다. 정말이지 이것은 기적이었다. 그녀가 움직일 수 있다니. 그러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제는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녀도 다른 정상인과 같이 되면... 나를 만날 일은 없게 될 꺼야... 나 같은 사람은 거들떠보지 않겠지... 6 개월전 그녀를 좋아했다고 말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그때 말을 할 수 있었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그후로 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전과 같은 허탈감. 이번에는 더 힘들었다. 몇 달간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가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지금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후후... 잊어버리자. 이젠 끝난 일이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문 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어머니였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건네 오며 다가왔다. 어찌해야 할까. 지금까지 찾아가지 않은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오랫동안 찾아오시지 않아서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 죄송합니다.” 그간 사정이 있었겠죠. 저와 아이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끔씩이라도 들려주세요. 어찌되었건 아이의 은인이니까요.” 그녀는 지금 굉장한 차도를 보여 재활치료도 받고 있다고 했다.

 

... 혹시 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 당신이 처음 올 때부터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그날 밤 내가 했던 모든 말. 내가 했던 고백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말... 예상하던 바였다. 그럼. 꼭 한번 들려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어머니는 돌아갔다. 난 텅 빈 골목에 혼자 서서 어머니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난 커다란 용기를 내어 다음 날 그녀를 찾아갔다. 얼마 만인가... 그녀를 보는 건. 병실에 찾아가자 그녀의 어머니가 홀로 앉아 있었다.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인사를 건넨 후 그녀를 찾자 재활치료중이라고 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찾아간 재활치료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많은 환자들이 보였다. 어머니는 그녀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전히 긴 머리를 땋고 금속으로 된 지지대에 몸을 싣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가 보였다.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옷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그녀는 걸음을 옮기는 것을 쉬지 않았다. 마치 갓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그녀는 위태위태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

 

이제 건강한 모습을 봤으니 내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 나오려는 순간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툰 발음이었다. 외국사람이 부르듯 서툴게 부르고 있는 소리였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였다. 그녀가 날 보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부르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서툰 걸음. 그런 걸음으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 걸어왔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 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다가 결국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며 그녀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환자들과 간호원은 그녀를 위해 길을 내주었고 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점차 내게로 옮겨졌다. 여전히 울먹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이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힘을 내요.’ 난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힘들게 다가온 그녀는 쓰러지듯 내게 안겼다. 곧이어 주변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난 그녀를 안고 천천히 앉았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면서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계속 말을 했다. ... ... 차자오지... .. 안았.. 써요...” 원망하듯 말하는 그녀에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이 날 싫어할까 봐... 난 당신이 떠나버릴 것이 두려워 찾아오지 못했어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며 말했다. “..... .. .지금까지... ..단신을 차자가려고 열심히 했어요.” 난 순간 가슴이 벅차 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그때 말... ... 기이억 하고... ...있써요...” 그녀는 계속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을 이었다.

 

 내 귀에는 그녀의 말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나도.. 좋아... 좋아해요. ... 이 말하고 ... ...싶었... 어요..” 그리고 그녀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난 그런 그녀의 젖은 등을 토닥거리며 달랬다. 내가... 내가 왜 쓸데없이 걱정을 했을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난 울먹이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리고... 정말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 할 자신이 없었다.

 

제길 난 이런 순간까지 용기가 없는 것인가... ‘사랑해요’ ‘사랑해요입안에서만 맴돌다가 난 좋아한다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그녀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더 이상은 놓쳐버리고 싶지 않기에... 떨어지고 싶지 않기에... ..그럴 때는..사라...사랑이라느... 말을 써도 조...좋을...꺼에요.” 그녀를 안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고, 그리고 오랫동안 시간은 정지해 있었다.

 

[출처] 기적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 식물인간을 깨어나게 한 사랑이야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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