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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18 조회수5,542 추천수0

[전례 생활]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

 

 

미사 전례문의 핵심에 해당하는 감사 기도의 내용은, 최후 만찬 때에 성자께서 성부께 감사의 찬미를 드리셨던 것을 본받아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가운데 성령의 힘으로 성변화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이루어진 주님의 몸과 피를 성부께 봉헌하며, 성체를 통해 일치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여 그 희생을 바탕으로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특히 교회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대목에서는 성인들과의 통공이 언급된다. 이때 나열되는 여러 성인 가운데서 성모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며 그다음으로 요셉 성인의 이름이 나온다.

 

 

감사 기도에서 낭송하는 성 요셉의 이름

 

요셉 성인의 이름을 감사 기도에서 낭송하게 해 달라는 청원은 비오 7세 교황 재위 때인 1815년에 처음 있었다. 비오 9세 교황 재위 때인 1866년에도 이러한 의견이 다시 제기되었으나 전통의 감사 기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결되었다.

 

요한 23세 교황 때에 이르러 드디어 요셉의 이름을 넣도록 결정하였다. 곧,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62년 12월 8일부터 감사 기도(지금의 제1양식에 해당)에서 성모님의 이름 다음에 요셉도 함께 기억하도록 제정하였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개혁이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마련된 제2양식과 제3양식, 제4양식에는 그 이름이 빠져 있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요셉 성인의 이름을 나머지 세 개의 감사 기도에도 넣기를 바란다는 원의를 2011년 교황청 경신성사성에 전했다.

 

경신성사성은 여러 가지를 살펴본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추인으로 2013년 5월 1일에 제2-4양식에도 “그 배필이신 성 요셉과”를 삽입하게 하였다. 이는 올해 출판될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처럼 모든 감사 기도에서 요셉 성인의 이름을 낭송하도록 한 결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험난한 세파를 겪으며 살아온 교회가 어려운 순간마다 성가정의 보호자인 요셉을 교회의 보호자로도 믿고 기도해 온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성가정과 교회를 본질적으로 동일시하는 신학적 인식을 그 바탕으로 한다. 이 역사의 과정에서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성 요셉 공경의 역사와 신학

 

비오 9세 교황

 

15세기 말 식스토 4세 교황 이후로 17세기에는 그레고리오 15세 교황과 클레멘스 10세 교황에게서 요셉 성인에 대한 특별한 신심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전례상 다방면에서 공경을 발전시킨 이는 비오 9세 교황이다.

 

비오 9세 교황이 즉위한 바로 이듬해인 1847년 교황청 전례성성은 요셉 성인을 ‘독생 성자의 양부’이며 ‘세상의 여왕이요 천사들의 여주인의 참된 배필’이라고 하였고, 그 축일을 부활 제3주일에 지내게 하였다. 그 뒤 1870년에는 요셉 성인을 ‘가톨릭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고, 그 축일을 3월 19일에 지내게 하였다.

 

전례성성은 요셉 성인을 구약의 요셉과 연결시켰다. 구약의 요셉이 이집트의 곡식을 관리하여 위기 상황에서 백성을 구하였듯이, 요셉 성인도 어려울 때에 교회의 재산과 보화를 지키는 수호자이다.

 

또한 사람이 되신 성자께서 ‘요셉의 아들’로서 그의 슬하에 놓였으며, 하느님께서는 교회가 성모님 다음으로 요셉을 공경하게 하셨다. 교황청은 당시 교회의 상황을 “교회가 적군들에게 도처에서 박해받는 이 지극히 슬픈 때에”라고 표현하면서, 교회의 지도자들과 신자들이 요셉 성인을 가톨릭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였다.

 

레오 13세 교황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요셉 성인에 대한 공경은 신학적으로 더욱 발전하였다. 레오 13세 교황은 요셉에 관한 총체적인 교의를 제시하였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만 요약하면 이러하다.

 

교황은 당시를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보았다. 많은 이가 신앙을 잃고 애덕이 식어 가며, 젊은이들이 탈선하는 가운데 도처에서 폭력과 악의로 그리스도 교회가 위험에 놓여 있다. 이 어렵고 병든 상황을 인간의 약으로 낫게 할 수 없으니, 하느님의 권능에 의한 치유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특별히 비오 9세 교황 이후로 교회의 수호성인인 요셉에 대한 신심이 증가해왔다. 무엇보다도 그가 성모님의 배필이며 성자의 양부라는 사실 때문이다. 성인 공경에서 하느님의 어머니에 대한 공경이 최고임은 지당하나, 성모님과 요셉 사이에는 혼인의 유대가 있다. 혼인은 사회를 이루어 내며, 다른 모든 유대보다 위대한 것이다.

 

하느님께서 성모님에게 요셉을 배필로 주셨다면 삶의 동반자요 동정의 증언자인 동시에, 혼인 유대를 통해 성모님의 지극한 위대함에까지도 동참하는 이가 되게 하신 것이다.

 

또한 말씀이신 성자께서 사람이 되시어 요셉의 아들로서 겸손하게 그의 슬하에 놓이시어, 그 아버지에게 순명과 공경과 존경을 드러내셨다.

 

성모님의 배필이요 성자의 아버지라는 이중의 권위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 가장의 임무이다. 요셉은 성가정의 합법적이고 자연적인 수호자이며 가장이다. 그는 이 임무를 온 생애를 통하여 수행하였다. 가난한 성가정의 가장은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였으며, 힘이 아니라 자애로운 가르침과 모범으로 아들 예수님을 이끌었다.

 

가난한 노동자를 이롭게 한다는 명목 아래 하느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질서를 폭력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그 어떠한 이유도 정의도 없다. 다만 요셉 성인의 모범과 교회의 애덕이 상처를 치유하는 참된 약이다.

 

베네딕토 15세 교황

 

요셉 성인을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한 지 50주년이 되는 1920년, 베네딕토 15세 교황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많은 문제를 치유할 약으로 요셉을 제시하였다. 교황은 특히 임종하는 이를 위해 요셉의 전구를 청하라고 하였다. 노동자와 가진 자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고, 노동으로 자리를 비우는 남편과 그 아내가 갈라지는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권위이며 가장의 참된 권위이다.

 

비오 12세 교황

 

비오 12세 교황은 1955년 이탈리아 그리스도인 노동자 협회 1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요셉을 노동자의 수호성인이요 모범으로 제시하였다. 그 이듬해에는 교령을 발표하여 5월 1일을 노동자 성 요셉 축일로 제정하였다. 또한 3월 19일에 거행하던 축일의 명칭을 ‘보편 교회의 수호자 성 요셉 대축일’로 바꾸었다.

 

요한 23세 교황 이후부터 지금까지

 

요한 23세 교황은 1961년 3월 19일 교황 교서를 통하여 요셉 성인을 나자렛 가정의 신성한 가장이며 ‘거룩한 교회의 보호자’라고 하였다. 또한 교황은 요셉의 이름이 감사 기도에도 삽입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교황의 이러한 원의에 따라 전례성성은 1962년 12월 8일부터 감사 기도에서 성모님의 이름 다음에 요셉의 이름을 낭송하게 하였다.

 

요한 23세 교황은 1962년 12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제1차 회기를 마감하는 연설을 하면서, 요셉을 ‘보편 공의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하느님께서 성 요셉을 나자렛 가정의 인도자요 보호자로 주셨으니,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 요한 세례자, 모든 교황과 목자, 교회의 박사들이 성 요셉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요한 23세 교황은 바로 이날부터 “성 요셉의 이름이 미사의 감사 기도에서 빛을 발한다.”고 천명하였다. 이는 1870년 12월 8일 성 요셉을 ‘가톨릭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한 지 92년 만의 일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새로 마련된 세 개의 감사 기도에도 요셉의 이름을 넣자는 다양한 청원이 있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 청원을 받아들여 모든 감사 기도에 요셉의 이름을 넣는 방안을 승인하였으며, 2013년 5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추인하여 발표하였다.

 

* 신호철 비오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겸 교목처장,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신호철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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