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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 동산의 꽃과 풀들: 꽃들의 여왕, 성모님의 꽃, 장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05 조회수9,657 추천수0

[성모 동산의 꽃과 풀들] 꽃들의 여왕, 성모님의 꽃, 장미

 

 

- 신비로운 장미, 스테인드글라스.

 

 

장미, 성모님의 상징

 

많은 신자들이 ‘5월’ 하면 대개는 ‘성모님의 달’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적지 않은 이들이 ‘성모님의 꽃’ 하면 장미를 떠올릴 것이다.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듯 하면서도 다분히 막연한 생각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부터 왜 장미꽃을 보면서 성모님을 연상하게 되었고, 장미꽃을 성모님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장미는 흔히 ‘꽃들의 여왕’이라 불린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스도교 시대 이전부터 장미는 최고의 존재인 신(神)을 가리키는 꽃, 공경과 숭배의 상징이었다. 고대 로마 때 장미는 최고의 여신인 비너스에게 헌정되는 꽃이었다.

 

사람들은 일찍부터 생김새가 단순하지 않으면서 우아한 장미꽃을 보면서 역사(役事)하는 창조주의 손길을, 앙증맞은 봉오리에서 차츰 꽃잎들이 펼쳐지며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신적이고 영적인 지혜가 인류에게 드러나는 과정을 읽어냈다. 그리고 장미의 짙고 향긋한 향기에서 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강한 사랑의 달콤함을 맡았다. 이를테면 장미는 형태며 색깔이며 향기에 이르기까지 꽃으로서 완벽한 면모를 갖춘 꽃, 그러기에 신의 완전한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리스도교회가 로마 제국으로부터 공인된 뒤, 꽃 중의 꽃인 장미는 교회에서 구세주의 어머니이시자 하늘나라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 여러 면에서 성모님과 관련되는 꽃이 되었다. 꽃이 아니더라도, 장미의 가시는 구원의 역사에서 인류를 위한 사랑 때문에 가시관을 쓰시고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신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성모님께서 수행하신 고통스런 역할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가시 덩굴에서 솟아올라 피는 장미꽃은 인류 가운데서 유일하게 원죄 없이 잉태되시어 우리와는 다르게 타락한 본성을 지니지 않으신 성모님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기 위해, 곧 ‘말씀’이 육화하시기 위해 선택하신 수단이셨기에, 시인 단테는 《신곡》 ‘천국’ 편에서 성모님을 일컬어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으로 태어나시게 해 드린 장미”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은 성모님을 그리거나 조각할 때 곁에 장미꽃이 함께 있는 모습으로, 흔히는 성모님이 장미 동산에 계시는 장면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장미의 이러한 상징성은 묵주기도와 다른 신심 기도들로 이어졌다.

 

 

성모님과 관련된 장미 이야기 몇 가지

 

교회에는 성모님과 관련된 장미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 온다. 이런 이야기들은 특히 12세기에 많이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가브리엘 대천사에게서 하느님의 아드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부끄럽고 민망한 나머지 마리아의 얼굴이 빨개졌는데, 그 순간에 흰색 장미가 분홍색 장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는 이때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장미꽃 150송이로 화관 3개를, 흰색 꽃으로는 마리아께서 맛보실 환희를, 빨간색 꽃으로는 마리아께서 겪으실 고통(통고)을, 노란색 꽃으로는 마리아께서 누리실 영광을 상징하는 화관을 엮어서 드렸다고 전한다.

 

또 에덴동산에서 자라던 장미의 꽃은 본래 흰색이었는데,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어 은총을 잃고는 당황하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빨개졌고, 그때 장미꽃이 빨간 색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에덴동산에 있던 장미에는 본래 가시가 없었는데, 아담과 하와가 낙원에서 쫓겨난 뒤에 비로소 가시가 돋아났다고도 한다.

 

또 성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사도 토마스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뒤늦게야 무덤으로 찾아뵈었는데, 그때 사도들이 토마스를 위해 성모님의 무덤을 열었더니 빈 무덤에 장미꽃과 나리꽃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런 기적 이야기들도 있다.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가지고 가다가 남편과 맞닥뜨리자 엉겁결에 앞치마로 음식을 가렸는데, 그 앞치마에는 장미꽃이 가득 들어 있었다.

 

1531년 멕시코 과달루페에서 성모님이 발현하셨을 때, 그 지역의 주교는 성모님이 나타나셨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표징을 요구했고, 후안 디에고는 장미꽃을 볼 수 없는 시기인 12월에 장미가 자랄 수 없는 장소인 돌투성이의 산꼭대기에서 장미꽃을 발견하여 외투에 담아 가져가서 주교에게 보여주었다.

 

 

우리 신앙의 삶과 장미

 

장미꽃은 색깔이 다양하고, 그 색깔에 따라 각기 성모님의 다른 면모를 상징한다. 가령 흰색은 성모님의 정결을, 빨간색은 성모님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리스도의 수난과 성혈을, 노란색은 성모님의 영광을, 빨간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것은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장미꽃은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영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말하자면, 흰색은 정결과 성덕과 헌신을, 빨간색은 고난과 희생을, 노란색은 지혜와 환희를, 분홍색은 감사와 평화를, 보라색은 놀라움, 경외(敬畏), 더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나타낸다.

 

성모 마리아는 낙원에서 쫓겨난 하와가 지녔던 본래의 정결을 회복하신 제2의 하와로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서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 수행하셨다. 그러기에 에덴동산에 있던 본래의 장미처럼 ‘가시 없는 장미’로 여겨지셨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성모 호칭 기도에서 이렇듯 신비하신 마리아님을 일컬어 ‘신비로운 장미’라 부르며 기도한다.

 

앞에서 말한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과 성 후안 디에고뿐 아니라 성녀 도로테아,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 리마의 성녀 로사도 장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한때 보속 행위로 정원으로 나가서 장미의 가시덩굴을 향해 몸을 던졌고, 그때부터 그곳의 장미 나무들에는 가시가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편, 장미의 유명세 때문인지, 꽃들 중에는 장미의 이름을 빌려 쓰는 꽃들도 있다. 집안이 가난해서 아기 예수님께 드릴 예물을 장만하지 못한 양치기 소녀 앞에 꽃 한 송이가 솟아났는데, 크리스마스 로즈(Christmas Rose)가 그것이다. 성가족이 헤로데 왕의 손길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하던 중에 쉬어 간 자리에서 피었다는 꽃의 이름은 예리고의 장미(Rose of Jericho, 안산수 또는 부활초)이고, 어느 귀족이 성모님께 기도하던 중 문득 꽃 하나에 눈길을 주는 찰나에 목숨을 구했는데, 그 꽃의 이름은 로사 캠피온(Rosa Campion, 선옹초)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5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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