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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새 로마 미사 경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06 조회수6,276 추천수0

[전례의 숲] 새 로마 미사 경본

 


1. 로마 미사 경본

 

“로마 미사 경본”(Missale Romanum)은 가톨릭교회 로마 예법에서 미사를 거행할 때 쓰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미사 전례문과 예식 규정들이 들어 있습니다. 책의 앞부분에는 교황령, 총지침, 전례력을 싣고 있고, 뒤에는 몇 가지 예식(성수, 성체 분배 임시 위임, 성작과 성반 축복), 보편 지향 기도 예문, 미사 앞뒤에 바치는 기도문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미사 독서에 사용하는 성경은 독서집(과 복음집)으로 따로 출판합니다.

 

미사 경본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사 경본은 미사 드릴 때 필요한 책들을 쓰기 편하게 한 책으로 모아놓은 데서 태어났습니다. 고대에는 사제를 위해서는 성사집, 미사 독서를 위해서 독서집(복음집 서간집), 성가를 위해서는 성가집이 필요하였습니다.

 

미사 경본은 11세기에 많이 나타났습니다. 여러 미사 경본 가운데 13세기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교황청 미사 경본”을 자기 수도회 전례서로 받아들여 이를 온 라틴 교회에 퍼트렸습니다. 이 미사 경본을 바탕으로 1474년 밀라노에서 “로마 미사 경본”이란 이름을 가진 책이 최초로 인쇄되었습니다(editio princeps). 이 경본이 현재 사용하는 미사 경본의 직접 조상입니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결정에 따라 1570년 성 비오 5세는 미사 경본을 공포하였습니다. “비오 5세 미사 경본” 또는 “트리엔트 미사 경본”이라고 부릅니다. 책 내용은 방금 말한 1474년 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 라틴 교회 전체는 교황청이 발행한 미사 경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적어도 200년이 넘는 고유 예식을 가지고 있는 교구들과 수도회들은 예외였습니다(보기를 들면, 톨레도 대교구의 모자라비크 미사 경본, 밀라노 교회의 암브로시오 미사 경본. 카르투시오회와 시토회 미사 경본 따위). 트리엔트 미사 경본은 여러 번 출판되었으며 1962년 성 요한 23세가 마지막 개정판을 간행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뒤에 미사 경본은 큰 폭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미사 경본은 복자 바오로 6세가 공포하였기 때문에 “바오로 6세 미사 경본”이라고도 부릅니다. 1970년에 표준판이 출판되었고, 1975년에는 2판이, 그리고 2002년에 새로운 총지침과 함께 3판이, 마지막으로 2008년에는 그 수정판이 나왔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미사 경본은 제3표준 수정판입니다. 참고로,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사제들에게 예외적으로 “1962년 라틴어 미사 경본”을 사용할 수 있는 허락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새 미사경본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2. 바오로 6세 미사 경본

 

바오로 6세 미사 경본은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른 전례 개혁의 열매입니다. 공의회는 미사 거행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신을 제시하고 중요한 요소들을 정립하였습니다.

 

이 미사 경본은 트리엔트 미사 경본과 견주어 매우 중요한 특징들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사를 “교회 전체의 행위”(총지침 5)로 이해합니다. 다시 말하여 미사의 주인공은 성직자가 아니라 회중 전체입니다. 감사기도에서도 회중 전체는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고 제사를 봉헌합니다(총지침 78). 그리고 회중의 능동적 참여를 위하여 미사에서 라틴어 대신 자기 나라말을 쓸 수 있게 하였습니다(전례 36). 또한 새 미사 예식의 순서는 각 부분의 고유한 본성과 그들 사이 상호 연결을 분면하게 표현합니다(전례 50). 특히 말씀과 성찬 두 식탁의 일치가 중요합니다.

 

나아가 새 미사 경본은 성경을 더욱 풍요롭게 활용합니다. 미사 독서를 통하여 “말씀의 식탁이 마련되고 성경의 보물 곳간이 열리기”(총지침 57)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론을 복구하여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현실의 삶에 적용하는데 도움을 주려 하였습니다.

 

그밖에도 몇 가지 예식이 복구되거나 다듬어졌습니다.

 

– 보편 지향 기도(신자들의 기도). 교우들은 이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 말씀에 응답하고 세례 때 받은 사제 직무를 수행합니다.”(총지침 69).

 

– 참회 예식. 형제들과도 화해하고 의무 소홀을 반성하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 양형 영성체. 성찬의 잔치와 종말의 잔치, 그리고 피로 맺어진 새 계약의 의미가 더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3판에서는 폭넓게 확대되었습니다(총지침 281-287).

 

– 예물 봉헌. 교우들이 제대에 빵과 포도주를 가져오고, 이 예물이 주님의 몸과 피로 변합니다(총지침 73-74).

 

– 주님의 기도. 영성체 앞에 모든 신자들이 사제와 함께 큰 소리로 바칩니다(총지침 81).

 

– 평화의 인사. 영성체 준비로서 서로 친교와 상호 사랑을 표현합니다(총지침 82).

 

– 공동 집전. “사제직과 희생 제사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일치를 잘 표현하며”(총지침 199)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에 이바지합니다.

 

 

3. 로마 미사 경본 한국어판

 

미사 경본은 교황청에서 교회의 공식 언어인 라틴어로 발행합니다. 이를 “표준판”(editio typica)이라 하며 각 나라 주교회의는 자기 나라 말로 번역하여 출판합니다.

 

주교회의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충실하게 번역을 할 책임이 있습니다. 번역을 위해 “올바른 전례”라는 교황청 지침을 따릅니다. 보통 위원회를 구성하여 작업을 하고 번역이 마무리되면 주교회의는 이를 인준합니다. 그러나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책으로 출판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은 2000년부터 번역 작업을 하여 2017년 로마의 승인을 받아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대림 첫 주일(2017년 12월 3일)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라틴어 3판은 2판에 견주어 총지침 보완과 전례력 수정 외에도 감사송을 비롯한 기도문을 더 넣었고, 예식 부분을 다듬거나 보충하였습니다. 미사 시작에서 사제의 인사에 교우들의 인사를 한 가지(“또한 당신/사제의 영과 함께”)로 통일하였고, 사제의 파견 인사 양식을 하나가(“미사가 끝났으니 돌아가십시오.”) 아니라 넷을 실어 선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라틴어 원문은 바뀌지 않았으나 우리말 번역이 바뀐 부분도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고대어에 온 전례 용어를 보존하라는 지침에 따라(올바른 전례 23) 자비송에 그리스어 “키리에, 엘레이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덧붙였습니다. 축성기도에서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로 바뀐 것도 대표적입니다. 교우들이 하는 응답과 기도에서도 두 곳이 바뀌었습니다. 사제 인사에 “또한 사제(=당신)의 영과 함께” 하고 대답하며, 영성체 준비 기도에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전례력 표기도 바로잡았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가 원문대로 기념일로 되돌아갔고, 전례력 규범(50)에 따라 7월4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는 전례력에서 삭제되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내용 가운데 각 지역의 문화와 상황에 적용할 요소들이 있습니다(총지침 390과 다른 곳들). 한국 주교회의는 동작과 자세에서 입맞춤과 무릎 꿇음은 깊은 절로, 평화의 인사 방식에서 “가벼운 절”로 적응을 하였습니다. 그밖에 성가, 영성체 방식, 제대와 비품, 제의에 관한 적응도 싣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2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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