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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5: 미사의 명칭과 본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12 조회수6,506 추천수0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5) 미사의 명칭과 본질


미사 정점은 ‘감사 기도’… 마음 다해 주님께 감사드려야

 

 

렘브란트는 ‘엠마오의 저녁식사’를 주제로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겼다. 1629년에 완성한 ‘엠마오의 저녁식사’.

 

 

우리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사물이나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여러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순한 사물을 가리키는 명칭은 하나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할 때에는 여러 가지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성경에서 하느님은 ‘야훼’라는 이름 외에도 창조주, 전능하신 분, 주님, 아버지, 살아계신 분, 거룩하신 분, 자비하신 분 등 수많은 칭호로 불리었다. 우리가 어떤 칭호를 사용하더라도 결코 하느님의 전부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칭호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과 그 신비의 일부만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미사는 하느님의 위대한 신비를 품고 있다. 그러므로 미사에서 거행되는 거룩한 신비를 가리키는 다양한 명칭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가운데 미사의 기원이 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와 깊이 연관된 두 가지 명칭을 통해서 미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빵 나눔

 

초기 교회에서 성찬례는 ‘빵 나눔’이라고 불렸다. 우리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에서 주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제자들의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빛의 화가’라 불린 렘브란트는 바로 이 장면에 주목하여 여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작품에서 예수님은 마치 제자들의 내면을 휩싸고 있었던 깊은 어둠에서 솟아난 한 줄기 빛처럼 환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빵을 떼어 주시는 행위로 제자들의 영적인 눈을 열어 당신 생애의 가장 신비로운 순간을 드러내신다.

 

유다인의 식사에서 이루어진 빵을 나누는 일상 행위가 최후의 만찬에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고, 이제 성찬례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드러내는 가장 탁월한 표징이 된 것이다. 사도행전은 이 놀라운 부활 체험으로 새로 태어난 초기 공동체의 삶의 중심에 언제나 ‘빵 나눔’이 있었음을 전해준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여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6-47) 

 

여기서 말하는 빵 나눔은 성찬례 거행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전서에서 이 행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혀준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주님의 기도’ 안에서도 언급된 일용할 양식인 ‘빵’은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삶의 필수 요소를 나타낸다(루카 11,3 참조). 

 

어쩌면 초기 그리스도인은 이 표현을 통해서 그들이 성찬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더 분명히 드러내고자 했는지 모른다. 하나의 같은 빵, 곧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먹은 우리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한 몸을 이룸으로써 그리스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므로 빵을 나누는 행위는 또한 그리스도인 각자의 삶 안에서 빵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한 사랑과 자비의 몸짓이 되어야 한다. 곧 예수님께서 몸소 삶과 죽음을 통하여 보여주신 참사랑의 실천, 생명의 나눔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찬례(감사례)

 

우리가 ‘미사’란 말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찬례’라는 명칭은 본디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 하신 감사의 기도를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다. ‘감사를 드린다’는 그리스 말 ‘eucharistein’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란 말을 직역한다면 ‘감사’, ‘감사 기도’, ‘감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바치신 기도는 유다인의 식사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기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미사 거행 전체의 중심이며 정점인 감사 기도는 바로 예수님의 이 기도에서 비롯하였다. 일찍이 교회는 ‘에우카리스티아’란 말로 감사 기도만이 아니라 이 기도를 통해 ‘축성된 빵과 포도주’와 이 기도를 중심에 둔 예식 전체를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말에서 이 말은 미사 거행 전체를 가리킬 때 일반적으로 ‘성찬례’라고 번역된다.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미사에서 거행되는 거룩한 신비들이 ‘성찬례’(감사례)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비들은 수많은 은총의 증거로서 하느님 구원의 근본적인 차원을 보여 주며 우리가 언제나 감사를 드리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러므로 사제는 거룩한 희생 제사를 드릴 때, 온 세상, 우리보다 앞서 간 사람들과 현재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이미 태어난 사람들과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드리라고 명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모 「마태오 복음 강론」 25,3) 

 

‘성찬례’(감사례)란 명칭은 미사가 무엇보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행위임을 드러낸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당신의 온 존재를 봉헌하심으로써 감사의 삶을 사셨다. 미사 안에서 우리도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릴 뿐만 아니라 감사의 선물인 ‘성체로 비롯된 존재’로서 살아가도록 부름 받았음을 깨달아야 한다.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11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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