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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28: 복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25 조회수5,230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28) 복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성경 전체가 영감받은 책이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성서 가운데, 또 신약성서 중에서도 복음서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우리의 구원자, 사람이 되신 말씀의 삶과 가르침에 관한 으뜸가는 증언이기 때문이다”(계시헌장 18항). 미사 전례는 복음의 이 탁월함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전례가 복음 봉독에 얼마나 특별한 영예를 드리는지 주목해 봅시다. 이 특별한 독서를 위해 사제, 부제, 신자들이 다른 성경 독서에는 하지 않는 행위들을 합니다.

 

• 일어서기 : 먼저 신자들은 복음 봉독으로 선포될 주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섭니다. 일어선 자세는 에즈라가 율법서를 읽을 때 회중이 경의를 표하기 위해 취했던 자세였습니다(느헤 8,5). 이 동작으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있음을 드러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인물이 나타나면 일어서서 맞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알렐루야 : 둘째, 회중은 알렐루야(사순 시기에는 다른 복음 환호송)를 노래하거나 낭송합니다. 알렐루야는 히브리말로 “야훼를 찬양하여라” 또는 “주님을 찬양하여라”라는 뜻을 지닌 기쁨의 환호입니다. 이 말은 시편의 시작과 끝에 주로 나옵니다(시편 104-106; 111-113; 115-117; 146-150). 또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하늘의 천사들이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찬양하고 그리스도께서 오심을 알릴 때도 같은 말로 환호합니다(묵시 19,1-9). 시인과 천사들의 언어인 이 기쁨의 찬양으로 우리는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 행렬 : 셋째, 알렐루야를 부르는 동안 부제 또는 사제가 제단에서 행렬을 시작합니다. 먼저 제대에 가서 『복음집』을 들고 복음을 봉독할 독서대로 향하는데, 제대 봉사자들도 촛불과 향을 들고 이 행렬에 참여합니다. 이는 앞으로 거행할 예식 위에 장엄의 색채를 한 겹 더해줍니다. 복음 봉독이라는 거룩한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면서 사제는 제대 앞에서 조용히 기도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제 마음과 입술을 깨끗하게 하시어 당신의 복음을 합당하게 선포하게 하소서.” (부제가 복음을 읽을 때에는 주례 사제가 이와 비슷한 기도를 행렬 시작 전에 부제에게 해 줍니다.) 이 기도는 이사야 예언자가 주님의 말씀을 이스라엘에게 선포하기에 앞서 입술이 정화되어야 했던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천사가 불붙은 숯을 그의 입에 갖다 대자 이사야는 죄를 용서받고 예언직을 시작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이사 6,1-9 참조).

 

• 십자 표시 : 복음 봉독 전 인사(“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부제의 영과 함께”) 다음에 사제 또는 부제는 복음서의 제목을 알리고(“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책과 자신의 이마와 입술, 가슴에 차례로 십자 표시를 합니다. 교우들도 자신의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가를 따라 긋습니다. 이 예식으로 우리는 우리의 정신과 입술과 마음에 복음의 말씀이 늘 머물기를 청하며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주님께 봉헌합니다.

 

일어서기, 알렐루야, 행렬, 촛불, 향, 십자 표시 같은 이 모든 예식은 우리가 미사에서 가장 거룩한 순간에 다가가고 있음을 소리쳐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복음이 봉독되면서 마침내 찾아오고야 맙니다. 우리는 신자석에 앉아 옛날 팔레스타인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행적에 대해 듣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사람들더러 회개하고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용서해 주시는 ‘예수님에 대해서 듣는 것’이 아니고, 죄를 짓고 슬퍼하는 나의 귀에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을 듣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2020년 10월 25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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