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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니산 자락너머 저녁노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05 조회수3,599 추천수42 반대(0) 신고

5월 6일 부활 제 3주간 화요일-사도행전 7장 51절-8장 1절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마니산 자락너머 저녁노을>

 

강화도 함허동천이란 곳을 가보셨는지요? 1박 2일간 저는 형제들과 함께 함허동천 야영장으로 뒤늦은 엠마우스 소풍(부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함허동천은 마니산 남단에 위치한 계곡인데, 세종대왕때 이름을 떨친 함허대사가 수도하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상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맑은 계곡 물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1박 2일 내내 족구시합을 즐겼지요. 안가보신 분들은 가족들과 함께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실속 있는 소풍이 될 것입니다.

 

어제는 너무나 많은 인파가 야영장에 몰려들었기에 저녁 5시까지는 각기 찢어져서 여가를 즐겼습니다. 일부는 자전거 하이킹을, 일부는 마니산 등반을, 저희 "꾼들"은 함허동천 근처의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낚시터에 도착한 저희는 저수지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좌대가 그럴듯한 포인트로 여겨져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러나 웬걸, 한시간이 지나도 붕어들은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더군요.

 

"진정한 낚시란 고기를 잡는 것이기보다 세월을 낚는 것이다. 진정한 낚시는 스스로를 비워내는 행위이다. 잔잔한 수면과 끊임없이 흔들리는 찌를 도구로 내적인 긴장을 가다듬는 수련이 낚시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안을 가져보려 했지만 한 마리도 안 잡히니 은근히 짜증이 나더군요.

 

그렇게 뙤약볕 아래서 한참을 앉아 있다보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에라 모르겠다"며 좌대 위에 대자(大字)로 누워 깊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마침 저수지 건너편 마니산 자락이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제방 너머 해변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오후 내낸 붕어는 단 두 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장엄한 일몰광경을 바라보며 "우리 인생의 마무리도 저렇게 아름다웠으면 얼마나 좋겠는가?"하는 생각을 한참동안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스테파노는 아름다운 저녁노을 못지 않게 숭고하고도 고결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적대자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 죽기 일보 직전에 스테파노가 어떻게 처신했었고 어떤 말을 했는가를 한번 보십시오.

 

빗발처럼 날아오는 돌팔매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얹고 눈동자는 하늘을 향했습니다.

 

그 끔찍한 고통,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 영혼을 아버지,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며 하느님 아버지를 찾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 역시 저녁노을처럼 찬란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을 때부터, 건강할 때부터 미리미리 죽음을 잘 준비해서 고결하고도 깨끗한 임종, 이웃들에게 감동을 주는 최후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 역시 스테파노의 최후처럼 주님을 쳐다보며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다운 마침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제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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