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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레아의 자녀[14]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5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6 조회수1,617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4. 레아의 자녀

 

이제 야곱의 자식 소개는 막판으로 달려간다. 레아의 출산으로 라헬이 고통을 받아 그녀 몸종을 내주었고, 레아마저 덩달아 자기 몸종을 바쳤다. 사랑받는 것에 비례해서 자녀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받는 데 성공한 라헬은 여전히 실의에 빠진다. 언니의 출산에 더 깊은 고민이다. 그리고 곁에 야곱이 늘 자리해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 사랑을 얻지 못하는 레아도 마찬가지다. 잠자리까지 배제되는 그녀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여기에 하느님의 자비가 레아를 찾는 것 같다. 이 새로운 이야기의 실마리 제공자는 야곱의 맏이 르우벤이다. 그가 어머니 레아와 작은어머니 사이의 새로운 불화에 불을 지핀다.

 

밀을 거두어들일 때, 르우벤이 밖에 나갔다가 들에서 합환채를 발견하고, 자기 어머니 레아에게 갖다 드렸다. 지중해변에서 자라는 이 합환채는 줄기가 없고 넓은 잎에서는 냄새가 나며 누런 열매를 맺는다. 마술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마취나 성욕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다. 서양 말로는 사랑 사과라고 한다. 그 꼬마 녀석이 그 풀의 용도를 어떻게 알고 가져왔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어머니 레아에게 바로 갖다 드렸다는 것은 좀 수상쩍은 뒷맛이 들긴 한다.

 

라헬이 레아에게 언니 아들이 가져온 합환채를 좀 나눠 줘요.” 하자, 레아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내 남편을 가로챈 것으로도 모자라, 내 아들의 합환채까지 가로채려느냐?” 그러자 라헬이 말하였다. “좋아요. 언니 아들이 가져온 합환채를 주면, 그 대신 오늘 밤에는 그이가 언니와 함께 자게 해 주지요.” 한 지붕 아래 몇 가족이 사는 분위기다. 아마도 당시는 야곱의 차지는 라헬인가 보다. 하루 정도는 바꾸어 보자는 거다.

 

저녁에 야곱이 들에서 돌아오자, 레아가 나가 그를 맞으며 말하였다. “저에게 오셔야 해요. 내 아들의 합환채를 주고 당신을 빌렸어요.” 그리하여 야곱은 그날 밤에 레아와 함께 잤다. 하느님께서 레아의 소원을 들어주셔서, 그가 임신하여 야곱에게 다섯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다. 레아는 내가 남편에게 내 몸종을 준 값을 하느님께서 나에게 갚아 주셨구나.” 하면서, 그 이름을 이사카르라 하였다. 이 이름은 갚다동사를 상기시킨다. 레아가 동생에게 사랑 사과를 준 대가로 얻은 아들이라는 뜻이다.

 

레아가 다시 임신하여 야곱에게 여섯 번째 아들을 낳아 주었다. 레아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좋은 선물을 주셨구나. 내가 남편에게 아들을 여섯이나 낳아 주었으니, 이제는 나를 잘 대해 주겠지.” 하고는, 그 이름을 즈불룬이라 하였다. 이는 존중하다, 잘 대해 주다동사에서 나온 이름이다. ‘나에게 선물을 주시다라는 뜻을 가진 이 자식으로, 레아가 야곱에게 낳아 준 아들은 끝났다.

 

레아는 또 얼마 뒤에 딸을 낳아 그 이름을 디나라 하였다. 디나의 의미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이는 히브리어로 심판, 옹호, 변호라는 뜻을 갖는다. 이 이름의 뜻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의미가 모호하거나 딸이기 때문이기도 할 게다. 물론 딸의 출생을 언급한 것만 해도 예외적이다. 사실 딸인 디나를 이렇게 밝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스캠인들의 폭행과 그들과의 혼인 계약에서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레아가 아들 둘에 딸 하나를 출산하는 이 이야기의 시작은 르우벤이 가져온 합환채 때문이다. 시골 지역에서 자란 그가 야곱의 맏이로 아마도 열 살 내외가 되었을 나이니까, 그 풀의 용도쯤은 이곳저곳에서 좀 듣긴 했을 수도. 그래서 그는 어딘가에서 구해 어머니를 갖다 드렸고 동생 라헬은 보자마자 탐을 곧장 내었다. 아무튼 합환채를 포기하고 넘긴 언니 레아는, 자식을 셋이나 더 낳았다. 그러면 뺏다시피 해서 합환채를 챙긴 라헬은?

 

이렇게 두 여자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여러 책략을 꾸몄다. 야곱을 협박하기도 하고 데리고 있는 몸종을 바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식이 구해온 이상한 약초를 두고 실랑이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런 욕망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들의 몫이 분명히 아니었다. 야곱이 버럭 화를 내면 말했듯이(30,2), 그것은 오직 하느님의 자비의 산물일 게다. 아무튼 야곱을 두고 네 여인이 자식의 출산에 관여했지만, 남편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라헬은 여전히 무소식이다. 아마도 그 사랑을 거의 독차지한 그녀만이 유독 무자식이니, 참으로 하느님의 계획은 신비 그 자체라 할까? 이에 대한 하느님의 배려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대단히 궁금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15. 요셉 출생‘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레아,출산,합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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