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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탐구 생활4: 미사 경본의 두 분수령 - 1570년과 1970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16 조회수5,750 추천수0

전례 탐구 생활 (4) 미사 경본의 두 분수령 : 1570년과 1970년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거행하신 마지막 만찬 예식 이후로 교회 공동체는 한 번도 ‘주일 미사’를 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현재와 똑같은 예식 요소들이 지금과 똑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교회는 저 교회보다 말씀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저 교회는 성찬 전례에 들어가기 전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지만, 이 교회는 영성체 직전에 했습니다. 이 교회는 주님의 기도를 다 함께 바쳤던 반면, 저 교회는 사제 혼자 공동체를 대표하여 바쳤습니다. 저 교회는 이 교회가 하는 것을 보고 한참이 지나서야 미사 중에 신경을 바치기 시작했습니다. 사제가 축성된 빵을 쪼갤 때 부르는 노래(하느님의 어린양)도 ‘물 건너 온 수입품’입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로마 미사 예식의 큰 틀은 성 그레고리오 대교종께서 일정한 순서로 엮어 놓은 것이지만, 그 이전과 이후를 포함하여 천 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각 시대와 지역마다 미사의 세부 사항은 많이 달랐습니다.

 

1570년, 성 비오 5세 교종께서 로마 전례를 따르는 전체 교회 공동체가 처음으로 통일된 미사 예식을 거행하도록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의 결정을 따른 로마 미사 경본’을 공포하셨습니다. 실제로 이 경본은, 시대에 따라 부분적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이후 400년 동안이나 로마 전례를 따르는 사제들에게 성찬의 희생 제사를 거행하는 규범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수정판은 1962년 요한 23세 교종 때 나왔습니다. 오늘날 이 1962년 미사 경본을 따라 거행되는 미사를 흔히들 트리엔트 미사 또는 비오 5세 미사라고 부릅니다.

 

한편, 지난 20세기 초부터 변화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례의 전반적인 개혁이 단행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70년 성 바오로 6세 교종께서 승인하신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결정에 따라 개정한 로마 미사 경본 표준판’이 나왔습니다. 이 경본은 이후 판을 거듭하여 현재 「로마 미사 경본」 표준 제3판(수정본, 2008)까지 나왔습니다. 2017년에 발행된 한국어판 「로마 미사 경본」도 이 최신판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미사 경본으로 드리는 미사를 흔히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미사 또는 바오로 6세 미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례 개정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극단적인 전통주의자들은 갈라져 나가버리기도 했고, 한동안 적지 않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새로운 전례 관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전례 개정의 정신을 잘 알지 못한 채 ‘낡은 자루에 새 포도주를 붓듯이’ 예식 요소들을 섞어 사용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이전 미사 예식이 400년 동안 사용되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그 10분의 1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새로운 미사 예식이 완전히 자리 잡는 데 따르는 자연스러운 진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종께서는 자의 교서 「교황들」을 통해 바오로 6세 미사 경본을 성찬 전례의 ‘일반 양식’(Forma ordinaria)으로, 비오 5세 미사 경본을 성찬 전례의 ‘특별 양식’(Forma extraordinaria)으로 지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별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미사가 아니라 단일하고 동일한 예식에 대한 두 가지 사용 방식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방식을 교회 공동체가 1570년-1962년에 한 번, 1970-현재까지 한 번, 이렇게 크게 두 번 정리했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정리를 통해 교회는 미사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모든 신자들이 성찬례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2020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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