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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과 씨름한 야곱[1/3][24]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4 조회수1,341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4. 하느님과 씨름한 야곱[1/3]

 

형 에사우를 만나려는 준비는 그런대로 최선을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천운에 내맡기는 길밖에는 없었다. 라반 외숙과 헤어지자마자 심부름꾼을 형에게 사전에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정성을 기울여 형을 위한 선물 꾸러미도 만들었다. 또 만일에 대비해 무리도 둘로 나누었다. 바로 그 밤에 야곱은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 그래서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이제는 정말 혼자서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더 처방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십 년 하란에서의 거칠고 모진 삶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사랑을 위해 칠 년의 더부살이도 헛되이 돌아왔다. 그래서 사랑하는 라헬과의 결혼을 기어이 허락받고자, 또다시 그 긴 칠 년의 기간을 외숙의 일을 돌보아 주어야만 했다. 한편 이러한 어려운 삶에서도 자식 농사는 줄줄이 이어졌다. 자그마치 열둘이나 되었다. 아내들의 시기와 다툼에서도 용케 남편으로 중심을 잡아가며, 그런대로 화목한 가정을 일구었다. 그렇지만 그 십사 년의 외숙과의 삶에서, 결국은 일한 품값 정산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그는 마지막 수단을 짜내, 외숙과의 협상을 잘 이끌어 재산 마련의 기회를 잡았다. 그 육 년의 유목지에서의 삶은 정말 고되고 거칠었다. 비록 비상수단인 돌연변이 기법으로 재산을 나름대로 축적했다. 이 기간 주위의 눈총을 좀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치졸한 방법은 아니었을 게다. 아마도 그분께서도 야곱의 힘든 처지를 십분 이해해, 그와 늘 함께했으리라. 그리하여 그는 보통 부자가 아닌, ‘대단한 부자가 되어 수많은 양과 염소뿐만 아니라 여종과 남종, 낙타와 나귀들을 거느리게 되었다’(30,43).

 

이렇게 해서 야곱은 손수 준비하여 마련한 선물을 선발대 편에 앞서 보내고, 자신은 그날 밤을 야영지에서 머물렀다. 찬란한 별빛이 달빛 사이로 솟아난다. 가끔 야생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그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와중에도 야곱은 선물을 먼저 보내어 형의 마음을 풀어야지. 그런 다음 그를 보게 되면, 그가 나를 좋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이 들곤 하였다.

 

바로 그 밤에 야곱은 무심중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딸과 마지막에 얻은 요셉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야곱은 이렇게 식솔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다 건네 보냈다. 이제 주위의 모든 것은 다 떠나 훌훌 비워졌다. 야뽁의 개울물은 그날따라 세차다. 그 강은 요르단 지역 동편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면서 사해와 갈리래아 호수 사이의 요르단 강에 합류되는 지류이다. 예로부터 이 야뽁 강은 물살이 좀 빠른 편으로, 부분적으로 거친 개울로 알려져 있다.

 

야뽁 건널목은 좁지만, 그런대로 물살이 잔잔하다. 그 건널목 인근 야영지에 야곱은 혼자 남았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외톨이가 되었다. 물소리와 새소리, 동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어둠을 타고 울린다. 하느님 소리는 대부분이 다, 아주 고요한 침묵 중에 들린단다. 엘리야가 하느님의 사명을 받을 때에도 그분 말씀은 고요 속에서 들렸었다. 그는 밤낮으로 사십 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러, 어느 동굴 근처에서 밤을 지내는데, 주님의 말씀이 그에게 내렸다. 바람 속에서도, 지진 가운데서도, 불 속에서도 그분의 말씀은 들리지 않았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 바로 그때에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는 그 소리를 듣고 겉옷 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 그러자 그에게 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엘리야가 대답하였다.’(1열왕 19,11-14)

 

이런 고요함에 어울리게 초원의 어둠은 별빛으로 흔들리고, 달빛은 마치 야곱의 애간장을 녹이는 것 같다. 한 편의 드라마 세트장 같은 풍경이다. 마치 급박한 장면이 연출될 직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어둠을 뚫고 갑자기 나타났다. 귀신같이 나타나서는 야곱을 혼비백산으로 내몰았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5. 하느님과 씨름한 야곱[2/3]‘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야뽁 강,씨름,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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