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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와 믿음 -하늘에서 오는 지혜-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21 조회수4,199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8.5.21. 연중 제7주간 월요일, 야고3,13-18 마르9,14-29




                                                                             기도와 믿음

                                                                      -하늘에서 오는 지혜-




아침기도중 시편 한 구절이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주께서는 희생보다 자비를, 번제보다 지혜를 원하시나이다.” 하느님은 자비롭고 지혜로우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을 닮을수록 자비롭고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자비와 지혜는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자비에서 샘솟는 지혜입니다. 하여 자비로운 사람은 바로 지혜로운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하늘에서 오는 지혜입니다. 오늘 제1독서 야고보서에서 ‘하늘에서 오는 지혜’와 ‘세상의 지혜’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물론 우리가 추구할바는 하늘에서 오는 지혜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가 지혜롭고 총명합니까? 그러한 사람은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긴 부활시기가 끝나고 다시 연중시기가 되니 마음이 홀가분해 좋습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했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착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진정 하늘에서 오는 지혜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에게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이면 날마다 좋은 날 주님의 날입니다. 다음 하늘에서 오는 지혜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아름답습니다.


“위에서 오는 지혜는 우선 순수하고 그 다음으로 평화롭고 관대하고 유순하고,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참 기분 좋은, 마음 따뜻하게 하는 천상 지혜에 대한 묘사입니다. 지혜의 진위를 판가름 하는 잣대입니다. 이와는 참으로 대조되는 세상의 지혜입니다.


“여러분이 마음속에 모진 시기와 이기심을 품고 있거든, 자만하거나 진리를 거슬러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러한 지혜는 세속적이고 현세적이며 악마적인 것입니다. 시기와 이기심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온갖 악행도 있습니다.”


하늘에서 오는 지혜와 너무나 대조적인 세상의 지혜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서 가는 곳도 아닙니다. 똑같은 자리에서 하늘에서 오는 지혜를 사는 이들은 바로 거기가 천국이고 세상의 지혜를 사는 이들은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잠시 하늘에서 오는 지혜의 예를 나누고 싶습니다. 깊은 사랑과 믿음에서 나온 배려와 존중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고故 장영희 교수(1952-2009)에 관한 일화입니다. 어느 여제자가 서로 정말 사랑하는 그러나 아주 가난한 남자 친구와의 만남을 계속해야 하는 지 물음에 대한 장교수의 고백이 참 진솔하고 지혜롭습니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니까”라는 취지의 답을 적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남의 인생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 어떻게 돈없이도 사랑만 있으면 행복하리라고 단언하는가?’ 결국 장교수는 질문하나를 덧붙였다. 


“한 번 가정해보자. 아주 돈이 많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 돈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 즉 돈없는 사랑, 사랑없는 돈 중에 어느 쪽을 택하겠니? 돈과 사랑, 둘 다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살아보니 인생은 이것 아니면 저것, 선택일 뿐, 결코 둘 다가 아니더라. 내가 너라면, 나는 그래도 ‘사랑 없는 돈’보다는 ‘돈 없는 사랑 쪽을 택할 것 같다.”


평범하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한 참 지혜롭고 따뜻한 조언입니다. 이 또한 위에서 오는 지혜임이 분명합니다. 또 하나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문대통령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배우들이 중국음시점에 들렸을 때의 일화입니다. 도장관을 따라 모두가 짜장면을 주문했을 때 문대통령의 제의가 참 기발합니다. 신문에서 읽은 기사의 인용입니다.


-“아니, 자유롭게 시키죠. 전 해물짬봉이요.”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불렀고, 이 덕분에 자유로운 주문이 이어졌다. “마음대로들 시켜. 난 짜장”이라는 상사의 화법에 시달린 이들에게는 신선한 한마디였다. 무릇 리더의 말눈치는 이래야 한다.-


말은 마음의 반영입니다. 평범하지만 이웃을 배려한 소탈하고 격의없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지혜로운 말마디입니다. 제가 볼 때 이 또한 위에서 나온 지혜입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 하늘에서 오는 지혜를 지닐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참 지혜의 모델입니다. 기도와 믿음에서 나오는 참 지혜입니다. 기도와 믿음과 지혜는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늘 기도하셨기에 믿음도 좋으셨고 하느님을 닮아 자비롭고 지혜로우셨습니다. 벙어리 영이 들린 아이의 아버지와 예수님과의 대화입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치유기적에 전제되는바 이런 믿음입니다. 아이 아버지의 믿음과 예수님의 권능의 말씀이 만났을 때 치유의 기적이었습니다. 믿음을 통한 위로부터의 지혜가 치유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믿음과 직결되는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제자들과 예수님의 대화도 시사하는바 깊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바로 오늘 복음 앞 내용이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입니다. 기도중에 변모체험을 하신 예수님이요, 이런 치유의 기적 또한 예수님 기도의 열매임을 깨닫게 됩니다. 


기도의 힘, 믿음의 힘은 바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믿음과 함께 가는 온유와 겸손, 지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전례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도와주시고 영육의 치유와 더불어 참 좋은 지혜도 선물하십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5,9).


이런 평화의 사람들이야 말로 하늘에서 온 지혜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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