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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형을 위한 선물[23] / 야곱[3] / 창세기 성조사[68]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3 조회수1,322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3. 형을 위한 선물

 

아무튼 그는 겸손으로 하느님을 찬양한다. 그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홀몸이, 이제는 당신의 과분한 배려로 두 무리가 될 만큼 이처럼 커졌단다. 그렇지만 쌍둥이 형인 에사오의 위험은 여전히 엄습해 와 두렵기 그지없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당신이 제게 하신 그 약속대로 제발 꼭 도와달라는 거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의 한계라는 거다. 당신의 도움이 없이는 모든 게 다 끝장이라는 거다. 그날 밤 야곱은 그곳에서 밤을 지냈다.

 

그런 다음 그는 자기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자기 형 에사우에게 줄 선물을 골라내었다. 암염소 이백 마리와 숫염소 스무 마리, 암양 이백 마리와 숫양 스무 마리, 어미 낙타 서른 마리와 거기에 딸린 새끼들, 암소 마흔 마리와 황소 열 마리, 암나귀 스무 마리와 수나귀 열 마리였다. 염소, , 낙타, , 나귀들을 암수 골고루 골라 숫자까지 정확하게 세어 선물 떼를 각기 구분했다. 대단한 물량의 선물이다.

 

야곱은 이것들을 종들의 손에 한 떼씩 따로따로 넘기면서 나보다 앞서 가되, 떼와 떼 사이에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 두어라.” 하고 종들에게 일렀다. 그리고 맨 앞에 선 종에게 지시하였다. “나의 형 에사우가 너를 만나, ‘너는 뉘 집 사람이냐? 어디로 가느냐? 네 앞에 있는 이것들은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묻거든, 이렇게 대답하여라. ‘이것들은 나리의 종 동생 야곱의 것인데, 주인이신 에사우께 보내는 선물입니다. 동생분도 저희 뒤에 따라오고 있습니다.’”

 

야곱은 둘째와 셋째 종에게도, 그리고 가축 떼를 뒤따라가는 자들에게도 세밀하게 지시하였다. “너희도 나의 형 에사우를 만나거든 그렇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나리의 종 야곱도 저희 뒤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하고 말해야 한다.” 사실 떼와 떼 사이의 거리가 얼마인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앞 떼와 뒤의 떼를 누가 봐도 서로 구별할 수 있는 거리였을 게다. 물론 세분된 가축의 숫자도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리라. 대충 가축별로 서로 무리 짓는 정도로 아름아름 어울리게 하였을 게다.

 

이렇게 야곱은 선물을 먼저 보내어 형의 마음을 풀어야지. 그런 다음 그를 보게 되면, 그가 나를 좋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 에사우의 호감을 사면서 노여움을 풀고자 세 차례에 걸쳐 선물을 먼저 보낸다. 정말 그가 그날까지 형에게 가졌던 미안함을 풀어주기 위해, 동생으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떼를 이끄는 종들이 형에게 할 말까지 이처럼 세세하게 이르는 것을 보면, 그의 그 정성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이는 마치 형에게 뺏은 축복을 덤까지 보태어 되돌려주는 것과 흡사하다.

 

사실 이 세 선물 떼는 야곱의 이차 심부름꾼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형의 마음을 풀도록 유도할 선발대인 셈이다. 더 나아가 저 뒤에 나리의 동생이 인사드리고자, 뒤따른다고 형에게 전하게 한다. 이런 동생의 정성을 봐서라도, 형이 그간의 노여움을 풀고 아무쪼록 너그럽게 보아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야곱은 형의 감정을 풀기 위해 선물은 물론 최대한의 배려를 다 한다. 형과 화해하고 형에게 빼앗은 축복을 다시 돌려주는 날, 야곱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배려로 이루어지는 것을 분명히 확신하게 될 게다.

 

어쩌면 우리도 어떤 사람과 화해하려면 그저 지나가는 말만으로는 안 되리라. 남에게 해를 끼쳤다면, 그것에 대해 보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화해를 청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화해해 주시기를 빌어야 한다. 이렇게 온 정성으로 준비해 그 성사가 이루어지면, 전에는 원수로 여겨 온 이가 동반자로 보이면서 하느님의 개입을 체험하게 되리라.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께 제물을 바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하라고 이르셨다(마태 5,23-24).

 

이렇게 해서 야곱은 선물을 앞서 보내고, 자신은 그날 밤을 야영지에서 지냈다. 바로 그 밤에 야곱은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데리고 야뽁 건널목을 건넜다.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계속]

 

[참조] : 이어서 '24. 하느님과 씨름한 야곱[1/3]‘ / 야곱[3]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선물,떼,심부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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