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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의 숲: 전례 기도와 개인 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12 조회수7,040 추천수0

[전례의 숲] 전례 기도와 개인 기도

 

 

기도를 가리키는 말들은 많습니다. “하느님과 대화” 또는 “하느님과 만남”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기도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고는 기도할 수 없습니다. 기도는 “활동하는 믿음”입니다. 믿음 없는 기도는 빈 쭉정이이며, 기도 없는 믿음은 사그라지는 재입니다(J. 라칭거). 기도는 믿는 이들의 영혼이며 기도하지 않는 신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께서 먼저 움직이십니다. 보기를 들면, 시간전례(성무일도)는 주님께 올리는 간구로 시작합니다. “주님, 제 입술을 열어주소서. 제 입이 당신 찬미를 전하오리다.”(시편 51). 기도의 바탕에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깨달음입니다. 실제로 기도하도록 입술을 열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비잔틴 시간전례는 이 진리를 더 구체적으로 고백합니다. “주님, 당신은 저를 침대에서 잠에서 일으키시어 제 지성과 제 마음을 밝히시고 제 입술을 열어주시어 제가 당신을 찬양하게 하시나이다. 아, 거룩한 삼위 하느님이시여!”

 

또한 어떤 기도도, 혼자 하는 기도도, 홀로 하지 않습니다. 기도는 언제나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도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벗어나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홀로 기도할 때도 천사들 성인들 세상의 교우들도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 바오로 사도는 이 가르침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1테살 5, 17-19). 쉬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주님의 기도, 성모송, 묵주의 기도, 십자가의 길과 같은 정해진 기도를 계속하거나 기도문을 낭송하는 것일까요? 그러한 방식은 가능하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으며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사람은 일하고 쉬고, 다른 이들과 소통도 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교회의 공식 기도인 시간전례(성무일도)는 하루의 특정 시간들을 축성함으로써 하루의 모든 시간을 거룩하게 만들고 하느님께 속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이름 없는 순례자”처럼 호흡에 맞추어 “예수님 이름”을 부르는 기도를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자주 짧은 화살기도로 하루의 순간순간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은 하루 동안 “기도의 정신을 간직하는 것, 곧 언제나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의식하며 하느님과 일치 안에 머물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F. 아린체). 기도는 입으로만 하지 않고. 머리로만 하지도 않습니다. 인격 전체로 기도합니다.

 

 

전례 기도는 교회의 공식 기도로 공적인 기도

 

기도는 전례 기도와 신심기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례 기도, 공동 기도, 개인 기도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전례 기도는 공동기도의 근원이고 최고의 형태입니다. 공동 기도에는 전례 기도와 신심기도가 있고, 신심 기도는 공동으로도 개인으로도 바칠 수 있습니다.

 

전례 기도는 교회의 공식 기도로 공적인 기도입니다. 미사와 시간전례(성무일도)가 대표적입니다. 공적이고 공식적인 기도이기 때문에 교회가 규정한 본문과 예식을 따라야 합니다. 전례 기도 밖에도 신자들이 공동으로 바치는 기도가 있습니다. 묵주 기도, 십자가의 길, 성체 조배,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묵상, 구일 기도, 성모님과 성인들께 바치는 기도와 같이 여러 신심기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들은 신자들이 성당이나 다른 곳에 함께 모여 바치지만 아무데서나 개인적으로도 바칠 수도 있습니다. 홀로 바치는 신심기도(개인 기도)로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감사와 찬양, 탄원과 전구 같은 정감을 더욱 깊이 표현할 수 있고, 침묵 안에 더 길게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 기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신자들의 영성 생활은 전례에만 참여해서 끝나지 않는다. 신자는 공동 기도에 불림을 받지만 또한 골방에 들어가 아버지께 홀로 기도해야 한다.”(전례 12항)

 

전례는 모든 기도의 샘이며 정점입니다. 전례는 기도를 가르치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교육자는 성령이십니다(교리서 1091). 전례는 기도를 순수하고 올바르고 품위 있게 표현합니다. 무엇보다도 개인 기도의 내용과 형식에 끊임없이 풍요로운 영감을 줍니다. 전례에서 말씀을 들음, 관상과 침묵, 경배, 찬미, 감사, 봉헌, 간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전례 체험을 자신의 기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전례에게 감동을 요구하거나 자기 필요를 채워주기를 바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울려나오는 영적인 영향에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 하느님께 되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례 안에서 침묵은 예식의 장식품이 아니라 구성 요소

 

전례 기도에는 세 가지 요소들이 움직입니다(G. 보셀리). 하느님 말씀을 듣고, 들은 말씀을 내면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목소리로 해석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성경은 하느님을 말씀으로, 대화로, 관계로 체험합니다. 하느님은 예언자를 통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예레 7, 23) 이러한 체험은 “들어라, 이스라엘아”(쉐마 이스라엘; 신명 6, 4) 기도로 변합니다. 이는 유다교 전통에서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바치는 가장 중요한 기도입니다.

 

둘째는 들은 말씀을 내면으로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요한 카시아노는 이집트 수도원에서 수도승들이 시편 바치는 방식을 전합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선창자가 노래하는 시편을 모두 앉아서 듣습니다. 이어서 시편들 사이에는 침묵 기도의 여백이(interiectio orationis) 뒤따릅니다. 이 침묵은 영적인 깨달음을 지향합니다(1코린 14, 15). 이는 미사나 시간전례에서 성경 말씀을 듣고 잠깐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는 해석 활동입니다. 해석은 문자의 뜻을 넘어 다른 의미, 곧 살아 있는 의미를 밝히는 활동입니다. 듣고 새긴 말씀을 이제 자기 말로 표현합니다. 이렇게 같은 시편을 낭송하면서 늘 “새로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전례는 관상의 큰 스승입니다. 관상은 기도 가운데 가장 단순한 형태로서 전례의 한 부분이자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바른 관상은 전례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전례로 돌아갑니다. 전례의 말씀과 기도와 성사는 관상의 불씨입니다. “지금 여기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로 응답하며, 성사로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관상에서 중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침묵이 없으면 기도가 없습니다. 침묵은 말하지 않는 것을 넘어 마음을 다해 듣는 것입니다.”(M. 드브렐). 전례는 침묵에 예식의 품위를 줍니다. 다시 말하여, 전례 안에서 침묵은 예식의 장식품이 아니라 구성 요소입니다. 침묵은 표지의 중개가 더 이상 필요 없이 직접 그분과 만나도록 이끌어줍니다. 전례는 이렇게 체험합니다. “부드러운 정적이 만물을 뒤덮고, 시간은 흘러 한밤중이 되었을 때, 주님,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하늘의 왕좌에서 내려왔나이다.”(성탄 팔일 축제 입당송; 지혜 18, 14-15).

 

전례는 가장 훌륭한 찬미는 침묵이라고 가르칩니다. (히브리) 시편 65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침묵은 당신께 찬미이옵니다.”(Tibi silentium laus). 우리가 말과 생각을 멈추고 침묵 속에 감동하고 놀랄 때, 나아가 침묵만 남을 때 하느님은 찬미를 받으십니다. 사실 하느님과 만나는 경험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신비스러운 만남은 자주 침묵으로 표현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2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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