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

게시물 상세
제목 [성체성사] 성체성사, 거룩한 변화와 현존의 신비
이전글 [고해성사] 고해성사 다시 보기
다음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8-07-28

[전례] 성체성사, ‘거룩한 변화와 현존’의 신비

 

 

교회는 성체성사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이 성사에 현존하신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75-1376항). 이를 ‘실체변화’라고 하는데, 이 변화를 통해 빵과 포도주의 감각적 ‘형상’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실체’는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합니다. 이는 성찬례의 빵과 포도주가 단순히 예수님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몸과 피의 ‘실체’로 현존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위와 같은 가르침이 현대인에게 매우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앙의 신비’(참조 : 교황 바오로 6세, 회칙 『신앙의 신비』)에 속하는 이 거룩한 변화에 대한 막연한 이해나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사 성제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성사적 현존’(참조 : 『신앙의 신비』 34-45항)에 눈을 뜰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만찬은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 제자들을 향해 ‘끝까지’(요한 13,1) 한 사랑, 벗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신 사랑의 지극한 표현입니다. 빵과 포도주에는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행하신 모든 것, 특히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역동적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시며 만났던 모든 사람들, 온갖 병고와 질병을 짊어진 이들을 향한 ‘가엾은 마음’,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며 그들에게 다가가 건네신 따뜻한 말씀과 몸짓, 그들을 향한 자비와 신뢰 가득한 눈길 … 그 모든 것 안에 그들과 하나 되고자 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배어납니다. 바로 그 사랑을 빵과 포도주에 담아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당신 자신을 십자가 죽음의 운명에 내맡기십니다.

 

아주 작고 미소하게 보이는,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님의 사랑은, 실제로는 세상 안에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가져오며,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어 완전히 새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 신적인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으로, 증오와 원한, 폭력과 불의, 갈등과 다툼은 이제 사랑과 자비, 화해와 용서에 자리를 내어 줍니다. 예수님의 인품을 접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 새롭게 밝혀짐을, 무너졌던 삶이 다시 일으켜짐을 경험합니다. 두려움과 좌절과 절망에 사로잡혔던 지난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찾는 여정으로 초대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새롭게 창조’하는 예수님의 사랑이 미사 성제를 통해 ‘지금 여기서’ 재현됩니다. 들어 높여지는 빵과 포도주 안에, 떼어 주시는 나눔의 행위 안에 예수님은 현존하시며, 우리들 각자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우리 안에 놀라운 사랑의 기적을 이루시기 위해서, 지금 내 안에 새로운 삶,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빵과 포도주의 ‘실체변화’ 교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비밀스런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인간적이며 신적인 사랑과 희생이 우리의 신앙을 통해 지금 여기, 우리 안에서 ‘현실화’되는 구원의 신비, 새로운 창조에 관한 것이며, 주님의 사랑이 다스리는 은총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인 것입니다.

 

[2018년 7월 29일 연중 제17주일 수원주보 4면, 한민택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