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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례성사] 세례성사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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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7-06-20

세례성사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성찰 필요

 

 

세례는 한 인간의 삶에서 커다란 변화의 기점이다. 새롭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이때만큼 크게 다가오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세례를 받고 1, 2년 사이에 냉담 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 세례자를 늘리는 일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혹여 세례성사 입문 과정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세례자 수 늘리기 보다는 질적 성장을

 

2년 전 세례를 받은 김순화 데레사씨는 6개월 간 예비 신자 교리를 받으며 세례를 준비하는 동안 누구보다 새롭게 살고 싶은 열정이 높았다. 건강 때문에 휴직 상태에서 세례 준비를 하며 이전의 불안했던 삶을 리셋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하지만 기대감이 높았던 세례식이 끝난 후 그는 마치 “홀로 세상 밖으로 던져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교리를 받는 동안은 교회에 속한 것 같았는데 세례 후 혼자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할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던 것이다. 열의가 있었던 그는 스스로 ‘굿 뉴스’, ‘마리아넷’ 등 신앙 관련 사이트도 찾고, 성경공부반에도 나가며 소속감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이후 본당 신자의 인도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해 비교적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 데레사씨의 경우 다행히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신앙생활에 안착할 수 있었지만 반면에 여러 이유로 냉담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새 신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원적인 이유는 입문 과정인 예비 신자 교리 기간 중 신앙에 대한 교육, 안내, 지도가 부족한 까닭이 크다.

 

수원교구 복음화국 정진만 부국장 신부는 “우리나라는 선교지역이라는 이유에서 신자 수를 빠르게 많이 늘려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신자 수는 급증했으나 냉담 교우, 교적 파악이 안 되는 거주 미상자의 급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교회가 양적 성장에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현재의 세례성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한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올해 교구장 사목 교서에서도 제기된 바이다. “우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리스도교 입문 과정 곧, 세례성사와 견진성사가 얼마나 통합적이고 효과적으로 신자들을 거룩한 성찬례로 인도하고 있는지 깊이 있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사실 성급하게 단기적으로, 그리고 단절된 형태로 이루어지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는 신자들을 교회 전례의 정점인 거룩한 성찬례로 인도하는데 충만한 성과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2017년 교구장 사목교서」, 10항).

 

 

세례 후 신앙생활 잘 하도록

 

지표는 현실을 반영한다. 수원교구 지난 10년(2006~2015)간 복음화 현황을 보면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꾸준한 상승 곡선이다. 9.73%(2006년)에서 10.26%(2010년), 10.69%(2013년), 10.98%(2015년)이다. 매년 신자 비율이 늘어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냉담 비율 역시 계속적으로 증가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주소가 확인되는 냉담 교우뿐 아니라 거주 미상자를 포함한 총 냉담 교우 비율은 다음과 같다. 35.20%(2006년)에서 36.53%(2010년), 41.95%(2013년), 45.35%(2015년)이다. 특히 세례 후 얼마 되지 않아 냉담 교우가 되는 수의 증가는 한국 교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적지 않은 신자들이 세례 받은 후 1, 2년 사이에 냉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교구 내 각 본당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문 과정 전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합니다”(「사목교서」, 10항).

 

세례는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세례를 받으려면 완전하고 성숙한 신앙이 아니라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신앙이 필요하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53항). 신앙은 세례성사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례 후 신앙을 잘 가꾸어 나가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이 같은 교육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교구 복음화국 강희재 부국장 신부는 현재 예비신자 교리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주었다. 첫째, 현재의 예비 신자 교리는 교리적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만 치중해 세례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데 부족하다. 둘째, 신앙은 교리를 넘어서는 하느님과의 구체적인 만남, 체험이 중요한데 교리 중 이 같은 풍부한 내용을 전달하거나 하느님 체험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지 못하고 있다. 셋째, 신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신앙이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즉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참여가 왜 필요한지 이에 대한 사회교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안타깝게도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마땅히 언급되어야 하는 사회교리 부분이 나오면 ‘왜 성당에서 정치 얘기를 하느냐?’고 거부감을 표하기도 한다.

 

 

거룩한 성찬례로 인도할 수 있도록

 

올해 교구장 사목교서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세례성사는 신자들을 거룩한 성찬례로 인도하는 입문 과정이다. 그런데 현재의 교리교육은 이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 신자 환영식, 예비 신자 교리반 참여, 받아들임 예식, 세례식으로 이어지고 첫 고백을 하고 나면 바로 새 신자가 되어 ‘알아서 스스로’ 헤쳐 나가며 신앙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희재 신부는 “한국 교회가 성장일로였던 20년 전에는 입교자는 많고 교리교사는 부족해 교리기간도 단축하고 내실 있는 교리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모델을 현재에도 그대로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6개월 혹은 더 짧게 3개월 만에 속성으로 끝내는 현재의 예비 신자 교리 교육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교회의 전례시기에 맞춰 1년 과정의 교리 교육을 부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성찰을 통해 신앙을 받아들일 어느 정도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받아들임 예식을 하도록 인도해야 하며, 이전의 삶을 돌아보는 참회와 회심을 하는 정화와 조명의 시간을 갖도록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이 같은 과정이 이뤄지지 않고 일정한 교리 과정을 이수하면 세례를 주고 있는데 이런 현재의 방식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자신을 돌아보는 정화와 조명의 시간, 진정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싶은지 점검하는 선발 예식 등 보다 내실 있는 과정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신앙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한지 예비 신자 스스로 돌아보고 결단하도록 돕는 일로써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세례 후 냉담으로 직진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외침, 2017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