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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견진성사] 견진교리서: 견진성사는 새로운 성령 강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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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09-07-22

견진성사는 새로운 성령 강림이다

 

 

올해에도 많은 본당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세례성사를 받고 새 신자들이 탄생하였다. 부활 때 영세한 성인 신자들은 당연히 성령 강림 대축일을 전후하여 견진성사를 받아야 한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와 성체성사는 단일한 입교성사이므로 견진성사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견진 날짜를 꼭 성령 강림 날로 못박을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견진 교리 기간을 더 길게 잡고 견진을 준비하여야 한다. 이 기간을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비 교육’ 기간이라고 불러왔다. 이제부터 새로 영세한 신자들은 주일마다 성체성사에 참여하면서 믿음을 기르고, 기도 생활을 통해 하느님과 친교를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견진 교리는 그저 교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믿음의 힘을 길러주는 신앙 실천이 강조되고, 건전한 신앙 체험을 쌓아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세한 새 신자들을 사도직 단체나 신심 단체들에 받아들여, 연륜이 쌓인 신자들과 함께 교회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견진성사를 받기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하셨고, 그들은 기도하면서 그분을 기다렸다. 스승을 떠나보낸 사도들은 모두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그들이 묵고 있던 이층방에 모였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비롯하여 여러 여자들과 예수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사도 1,14).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데 기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기도로써 성령을 받을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기도에는 견진 받을 사람들만이 아니고 본당 공동체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목에서 이미 말한 대로, 견진성사는 새로운 성령 강림이다. 오순절에 성령께서는 구약에서처럼 왕이나 예언자나 사제 등 꼭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내리신 것이 아니다.

 

오순절의 성령 강림 사건이 지닌 의미를 베드로 사도는 역사적인 그의 첫 강론에서 다음과 같은 요엘 예언서의 한 대목을 인용하여 밝힌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마지막 날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성령을 부어주리니 너희 아들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계시의 영상을 보며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그때에는 나의 남종에게도 여종에게도 나의 성령을 부어주리니 그들도 예언을 하리라”(사도 2,17-18; 요엘 3,1-2 참조). 한마디로 이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성령을 받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본당 공동체가 견진을 기도로 준비하면 견진성사의 은총 곧 성령과 성령의 은사는 견진 받는 신자들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충만히 내릴 것이다.

 

 

견진 교리 역시 기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까지 제자들을 가르치고 깨우치셨다.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동안 사도들에게 자주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사도 1,3).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부활의 증인으로 세우셨다(사도 1,8; 요한 15,26 참조). 증인은 행동뿐 아니라 말로도 증언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증언하기는 어렵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잘 아시고 제자들을 계속해서 가르치셨으며, 성령을 보내시어 당신이 하신 말씀을 그들이 알아듣고 깨닫게 하신다(요한 14,25-26 참조). 교리는 바로 많은 증인의 생생하고도 확신에 찬 증언, 조리 있고 설득력 있는 증언을 들려주는 것이다. 견진성사 준비는 기도와 교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 견진 교리 기간 :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교구가 사용할 수 있도록 새 견진 교리서를 마련하였는데, 이 교리서는 총 12과로 되어있다. 한 주에 한 과씩 가르치면 적어도 3개월이 걸리고, 만일 집중적으로 가르쳐 주간에 매일 가르치면 적어도 2주간이 필요하다.

 

모두들 바쁘다고 시간 내기를 어려워하는데 3개월뿐 아니라 2주간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목자나 신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본 위원회가 견진 교리서 편찬에 앞서 설문 조사를 하여 알아보니, 교리는 매일 한두 시간씩 1-2주 집중적으로, 또는 매주 한두 시간씩 2-3개월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과목(시간)은 12과 또는 9과 정도로 편성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견진 교리를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잘 준비하는 그만큼 성령께서 그 공동체에 쏟아주시는 은총도 크다. 성령의 은총은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과, 우리를 성삼위의 일치로 이끄는 친교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이다. 이러한 은총은 개인은 물론 모든 신앙 공동체가 얼마나 갈망하는 은총인가?

 

* 교리서의 활용 : 견진 교리서는 그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쉽고 성서 중심적이고 삶과 연결된 교리서”이다. 견진 교리서 문안이 작성될 때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였는데, 어떤 이들은 좀더 현대적이기를 주문하였다. 본 위원회 또한 그런 점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나가면 나이 드신 분들이나 시골 신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므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교리서를 만들려고 애썼다.

 

성서 말씀도 풍부히 인용하였다. 삶 곧 현실은 성서 말씀을 이해하는 오늘의 하느님 말씀으로 여겨 소중하게 다루었다. 이 교리서는 “성령과 교회에 대한 교리(제3과; 4과; 12과), 교회의 사회 교리(8과; 10-11과), 선교 정신을 드높이는 교리(9-10과), 신앙 생활의 샘이요 힘인 성삼위의 사랑과 친교에 우리가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1-3과; 5-7과)” 교리로 꾸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동체의 기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리서는 이를 위해 제5-6과를 할애하였는데 이는 교리일 뿐 실제의 기도가 아니다. 따라서 교리 시간마다 기도를 바칠 뿐 아니라 따로 공동체가 모여 기도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여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령께 마음을 활짝 열어라

 

제자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가득히 받고 변화하였다. 겁쟁이에서 용감한 사도가 되었고, 믿음이 부족하여 사람의 일만 생각하던 이들이 믿음의 사람, 하느님의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예를 들어 차를 운전하되 한번 가본 길로만 다니려 하고, 생소한 길은 겁을 낸다. 안전과 안심의 누에고치 속에만 안주하면 나비가 될 수 없다. 그저 틀에 박힌 삶을 살다가는 세상 풍조에 휩쓸려 가기 마련이다.

 

성령께 마음을 활짝 열고 그 새로움을 맞이하여야 한다. 성령은 누리를 새롭게 하시는 분이시다(시편 103,30 참조). 내가 새롭지 않으면 교회도 새로울 수 없고, 새날 새삶도 이룰 수 없다. 오늘의 세계는 새로운 신앙인, 새로운 교회를 갈망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2년 4월호, 정승현 요셉 신부(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 총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