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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해성사] 판공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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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3-05-13

[빛과 소금] 판공성사

 

 

교회는 신자들에게 영적인 유익을 위해서 자주 고해성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함으로써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는 부활절에 맞춰 모든 교우들이 고해성사를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계속 전승되어 모든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성사규범으로 발전하였고 이는 현행 교회법에도 명문화되어 부활고해성사의 형태로 남아 있다(교회법 989조). 한국천주교회 역시 이러한 전통을 받아들였다. 성교사규(聖敎四規)라는 17세기 중국에서 발간 된 교리서에는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고해성사를 판공성사 또는 사규성사라고 하였는데, 이 책이 한국에 전해지면서 판공성사라는 명칭이 한국교회에 정착되었다. 초창기 한국교회에서는 신자들의 영적인 성장을 돕기 위해 찰고(察考)와 판공(判功)을 함께 하였다. 찰고란 본당 사제가 관할 신자들 가정의 신앙생활, 가정형편 등을 파악하면서, 기도생활, 성서와 전례 등의 교리지식 습득 정도를 시험하는 것을 말한다. 또 판공이란 노력한 성과를 본당신부에게 판단받는다는 의미로서 찰고와 함께 하는 고해성사를 일컬었다. 이러한 관습이 1년에 2차례, 성탄과 부활 전에 거행되었는데 현재 찰고는 ‘문제집’형태로 바뀌었고 오직 판공성사만이 남게 되었다.

 

판공성사는 통상 고해성사와 똑같지만 성사표가 발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사표를 발행하는 것은 고해성사를 강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례력의 핵심이 되는 성탄과 부활축제를 잘 준비함으로써 바람직한 신앙생활로 교우들을 이끌기 위한 교회의 배려이다. 또한 판공성사표를 집계함으로써 오랜 기간 성사를 보지 않거나 냉담한 교우들을 파악하여 사목적인 배려를 하기 위한 제도이다. 소속본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성사를 보았거나, 부활이나 성탄을 전후로 고해성사를 보았다면 판공성사와 같은 효과를 지니므로 성사표를 본당 사무실에 제출하면 된다.

 

판공성사도 고해성사와 똑같이 하느님께 사랑을 고백하는 적극적인 신앙행위이다. 그럼에도 많은 신자들이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임하곤 한다. 잦은 고해성사로서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영적인 성장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거리를 점점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판공성사는 고해성사의 통상양식으로 거행되어야 한다. 판공성사 때에 신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어린이들과 노인들에게 일괄적으로 공동고백과 공동사죄를 하는 것은 교회의 전승과 전례법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전쟁과 같은 매우 예외적인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예식이며 그 경우도 교구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공동고백과 공동사죄의 형식으로 고해성사를 한 신자는 추후에 개별적으로 그 죄를 다시 고해해야 한다. 모든 신자들은, 어린이와 노인을 모두 포함하여 개별적으로 사제를 만나 하느님께 내밀하고 진솔한 사랑고백을 할 권리가 있으며 그 자리가 고해성사인 것이다.

 

[2010년 3월 28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인천주보, 이완희 신부(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 만수1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