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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병자성사] 고통의 가치를 높이는 성사 - 병자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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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호식 [ jpatrick ] 작성일2010-11-14

[알기 쉬운 교리상식] 병자성사 : 고통의 가치를 높이는 성사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행복한 삶의 조건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행복의 조건 중에서 윗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일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병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 인간의 무능함과 한계, 우리 삶의 유한성과 이 세상의 덧없음을 경험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예감하게 되고, 몸이 약해지면서 마음까지도 약해질 수가 있다. 신앙인인 경우엔 하느님께 대한 신앙까지 흔들리게 되고 하느님께 반항하기도 한다.

 

교회는 질병 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위험에 처한 환자들에게 병자성사를 수여함으로써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병자성사의 근거는 사도 야고보의 편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나을 것입니다.”(야고 5,14-16)

 

세월이 흐르면서 앓는 사람에게 기름을 바르고 기도해 주는 이 병자성사(병자의 도유)를 중병이나 죽음이 임박한 사람에게만 수여하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보니 명칭까지도 ‘마지막 도유’ 혹은 ‘종부성사(終傅聖事)’로 불리게 되었고, 병자들이 병자성사를 받기를 꺼려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사목일선에서 병자성사를 권하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미루는 신자들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병자성사의 명칭을 회복하였고, 죽음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질병으로 몸이 약해졌거나 연로하신 분들도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자성사를 받을 대상자

 

첫째, 중병을 앓는 환자 : 때에 따라서는 병세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수 있는데 병자성사는 여러 번 받을 수 있다.

 

둘째, 위험한 수술을 받게 될 병자.

 

셋째, 노환으로 기력이 쇠약해진 노인 : 기력이 쇠약해지지 않았더라도 어르신 학교나 본당 등에서 단체로 병자성사를 거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 성사로써 힘을 얻을 만큼 철이 든 어린아이 병자.

 

다섯째, 의식불명의 환자이거나 확실히 죽었을지 의심스러운 경우의 병자 : 의식이 있었더라면 병자성사를 청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병자성사를 베푸는 것이며, 이미 죽음이 확실한 경우에는 병자성사를 베풀지 않는다.

 

 

병자성사의 효과

 

첫째, 병자성사를 통하여 병자는 자신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에 일치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병자의 고통은 단순한 아픔이 아니라 구원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도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 24)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고통은 교회에 선익이 된다는 것을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둘째,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커지거나 길어지면 마음마저 불안해져서 용기를 잃게 되거나 신앙까지도 버릴 유혹을 받기도 한다. 병자성사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잃지 않고 용기를 가지도록 특별한 힘을 준다. 또한 죽음에 직면한 사람도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갖도록 도움을 준다.

 

셋째, 성령의 특별한 은총을 받은 환자는 때에 따라서 영신적 구원에 도움이 될 경우 육신의 건강도 회복하게 된다. 모든 환자는 자신의 병이 낫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하느님께서 그 사람의 영신적 구원과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치유의 은혜를 베푸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병의 치유만을 목적으로 반복해서 병자성사를 청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넷째, 야고보 사도가 기록한 대로 병자성사는 그 사람의 남아 있는 죄를 사해주는 은혜를 베푼다.

 

이처럼 병자성사는 단순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는 성사(종부성사)가 아니다. 이 성사를 통하여 우리는 고통을 통해서도 예수님과 일치하여 고통의 가치를 높이고, 하느님께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는 은혜로운 성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병자성사를 통하여 고통 중에서도 기뻐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월간빛, 2010년 11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5대리구 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