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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례 시기
  • 1163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한 해의 흐름을 통하여 지정된 날들에 하느님이신 자기 신랑의 구원 활동을 거룩한 기억으로 경축하는 것을 자기 임무라고 여긴다. 주간마다 주일이라고 불린 날에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또 일 년에 한 번 주님의 복된 수난과 함께 이 부활 축제를 가장 장엄하게 지낸다. 한 해를 주기로 하여, 강생과 성탄에서부터 승천, 성령 강림 날까지, 또 복된 희망을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까지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펼친다. 이렇게 속량의 신비들을 기억하며, 자기 주님의 풍요로운 힘과 공로가 모든 시기에 어떻게든 현존하도록 그 보고를 신자들에게 열어, 신자들이 거기에 다가가 구원의 은총으로 충만해지도록 한다.”(38)
  • 1164 하느님 백성은 모세의 율법 시대부터 파스카를 기점으로 해서 정해진 날에 지내는 축일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구세주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기념하고, 그분께 감사드리며, 그 기억을 영구히 간직하고 새로운 세대들이 여기에 맞추어 행동하도록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이미 단 한 번에 영원히 성취된 그리스도의 파스카와, 하느님 나라에서 이루어질 이 파스카의 완성 사이에 위치한 교회의 시대에, 정해진 날에 거행되는 전례에는 그리스도 신비의 새로움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 1165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를 기념하는 기도 중에 두드러지는 단어 하나는 바로 “오늘!”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와(39) 성령의 초대를(40) 그대로 반향하고 있다. 살아 계신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이 ‘오늘’에 들어오도록 초대하시며, 이는 바로 역사 전체를 관통하고 이끌어 가시는 예수님의 파스카의 ‘시간’이다.
  • 생명이 모든 존재 위에 펼쳐졌고, 모두에게 큰 빛이 가득 찼습니다. 태양 중의 태양이신 분이 우주를 덮으시고, 새벽 별보다 먼저, 천체들보다 먼저 계시는 분, 영원하시고 무한하시며 위대하신 그리스도께서 모든 존재 위에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는 우리에게 길고도 영원히 저물지 않는 빛의 하루가주어지니 그것이 바로 신비한 파스카입니다.(41)
  • 주님의 날
  • 1166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 바로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그 기원을 둔 파스카 신비를 여덟째 날마다 경축한다. 그날은 당연히 주님의 날 또는 주일이라고 불린다.”(42)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은 창조의 첫째 날을 기념하는 ‘주간 첫날’이며,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대안식일의 ‘휴식’ 다음에 “주님께서 만드신 날”(시편 118[117],24), “저물지 않는 날”을(43) 시작하시는 ‘여덟째 날’이기도 하다. 주님께서 당신 잔치에 초대하신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가 부활하신 주님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므로, ‘주님의 만찬’이 이날의 중심이다.(44)
  • 주님의 날,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그리스도인들의 날이 바로 우리의 날입니다. 이 때문에 이날을 주일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날 주님께서 승리하셔서 성부께 오르셨기 때문입니다. 이방인들은 이날을 태양의 날(일요일)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도 기꺼이 이날을 태양의 날이라고 고백합니다. 오늘 세상의 빛이 떠올랐고, 오늘 우리를 치유하는 빛을 비추는 정의의 태양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45)
  • 1167 주일은 전례 모임을 위해 가장 좋은 날이다. 이날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며,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46)
  • (그리스도님,) 당신의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부활 주일에 이루어진 놀라운 일들을 묵상할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복되다 주일이여, 이날 만물의 창조가 시작되었으며……세상이 구원되고……인류가 새롭게 되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로다. 이날 하늘과 땅이 기뻐하였으며, 온 우주에 빛이 가득 찼도다. 복되다 주일이여, 이날 낙원의 문이 열려, 아담과 추방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그리로 들어가게 되었도다.”(47)
  • 전례주년
  • 1168 빛의 근원인 파스카 성삼일에서 시작하여 부활의 새로운 시기는 전례주년 전체를 찬란히 비춘다. 이 근원을 중심으로,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점차 옮겨감으로써 한 해는 전례를 통하여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전례주년은 참으로 “주님의 은혜로운 해”이다.(48) 구원 경륜은 시간의 틀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 구원 경륜이 예수님의 파스카와 성령의 파견으로 완성된 뒤에 역사의 종말이 ‘미리 맛봄’으로 실현되었고, 하느님 나라가 우리 시간 안으로 들어왔다.
  • 1169 그렇기 때문에 부활절은 단순히 여러 축일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마치 성체성사가 성사 중의 성사(큰 성사)인 것처럼, ‘축일 중의 축일’, ‘대축일 중의 대축일’이다. 아타나시오 성인은 동방 교회가 성주간을 “대주간”이라고 부르듯이 이날을 “대주일”(49) 이라고 부른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쳐 이기신 부활의 신비는 모든 것이 그분께 굴복할 때까지 그 힘찬 능력으로 우리의 낡은 시대를 새롭게 한다.
  • 1170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모든 교회들은 춘분 후 만월(니산월 14일) 뒤에 오는 주일에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을 지내기로 합의했다. 니산월 14일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부활절 날짜는 항상 같지는 않다. 그래서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는 다시 주님의 부활절을 같은 날에 지내기 위해 합의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 1171 전례주년은 파스카라는 단 하나의 신비가 지닌 다양한 측면이 전개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구원의 시작을 기념하고 우리에게 파스카 신비의 첫 열매를 전해 주는, 강생의 신비가 중심이 되는 축일들(주님 탄생 예고, 예수 성탄, 주님 공현)의 주기(週期)도 그러하다.
  • 전례주년의 성인 축일
  • 1172 “그리스도 신비의 이 연례 주기를 지내는 동안, 거룩한 교회는 당신 아드님의 구원 활동과 뗄 수 없는 유대로 결합되어 있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마리아를 특별한 사랑으로 공경한다. 그분 안에서 교회는 구원의 뛰어난 열매를 경탄하고 찬양하며, 이를테면 그 지순한 표상 안에서 자신이 온전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열망하는 모습을 기쁨으로 바라본다.”(50)
  • 1173 교회가 전례주년 안에서 순교자들과 다른 성인들을 기념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받고 함께 영광을 받은 성인들 안에서 파스카 신비를 선포하며,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인도하는 그들의 모범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고, 그들의 공로로 하느님의 은혜를 간청하여 받는다.”(51)
  • 시간 전례(성무일도)
  • 1174 우리가 성찬례에서 특히 주일 집회에서 거행하는 그리스도의 신비인 강생과 파스카의 신비는, 시간 전례 곧 “성무일도”의(52) 거행을 통하여 매일의 시간에 스며들어 그 시간을 변화시킨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라고(53) 하는 사도의 권고에 따라 충실하게 거행하는 이 성무일도(聖務日禱)는 “낮과 밤의 모든 흐름이 하느님 찬미를 통하여 성화되도록 이루어져 있다.”(54) 이것은 “교회의 공적 기도”(55) 인데, 이로써 신자들(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은 세례 받은 사람들의 왕다운 사제직을 수행한다. 교회가 ‘공인한 형식으로’ 거행하는 시간 전례는 “참으로 자기 신랑에게 이야기하는 신부의 목소리이며, 또한 당신 몸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기도이다.”(56)
  • 1175 시간 전례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기도가 되어야만 한다. 이 전례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저 사제 임무를 바로 당신 교회를 통하여 수행하신다.”(57) 모든 신자는 교회 안에서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위치와 생활의 처지에 따라 여기에 참여한다. 사제들은 사목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기도와 말씀의 봉사에 충실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기 때문에,(58) 남녀 수도자들은 자기 봉헌 생활의 은사에 따라,(59) 성무일도를 바치며, 모든 신자들도 가능한 한 성무일도를 바쳐야 한다. “영혼의 목자들은 주일과 대축일에 주요 시간경 특히 저녁 기도를 성당에서 합동으로 바치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또한 평신도들도 사제들과 함께, 또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아니면 각기 혼자서 성무일도를 바치도록 권장한다.”(60)
  • 1176 시간 전례의 거행은 목소리와 기도하는 마음의 조화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전례와 성경 특히 시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출 것”(61) 을 요구한다.
  • 1177 여러 시간경의 ‘찬미가’는 시편 기도를 교회의 절기에 맞추어 하루 중의 시간이나 전례 시기나 기념하는 축일의 상징적 의미를 표현한다. 그뿐 아니라, 시간경마다 읽는 하느님 말씀(성경 소구와, 이어지는 응송 또는 화답송: troparia)과 어떤 시간경(독서 기도)에서 읽는 교부들과 영성가들의 글은 기념하는 신비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일깨우고, 시편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며, 침묵 기도를 준비시켜 준다.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여 기도가 되게 하는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는 이렇게 해서 전례 거행 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 1178 성찬례 거행의 연장인 시간 전례는 하느님 백성의 여러 가지 신심 행위들, 특히 성체 조배와 공경을 배제하지 않으며, 그러한 보완적인 신심 행위를 장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