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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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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지구, 교회 처방전은 ‘생태적 회개’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찾다
▲ 날씨 레이더를 통해 본 아시아·아프리카·유럽대륙의 기온 분포. 붉은색이 짙은 지역일수록 온도가 높다. 출처=windy.com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진과 화산 폭발, 가뭄과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운동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런 노력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지구를 회복하는 해결책으로 공동선을 기반으로 한 환경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통합적 생태 전환 즉 생태적 회개를 제안했다. 인류가 직면한 생태 재앙을 극복하는 데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영성"이라며 "건전한 윤리와 도덕을 동반한 영성적 삶을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한국 교회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다시 읽히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기후 변화 해결 방안을 살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기후 변화, 대기 오염, 물 부족, 뭇 생명의 멸종 등 지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자원을 오ㆍ남용하는 폭압적인 인간 중심주의가 우리의 공동 가정인 지구를 병들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사회를 붕괴해 인간 스스로 자기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든 지구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윤리적이고 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교황은 이 처방을 생태적 회개라고 표현한다. 생태적 회개는 자연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돌봄과 친교의 이웃이라는 인식과 생활 양식의 변화를 말한다.(216~221항) 이 생태적 회개는 환경ㆍ경제ㆍ정치ㆍ문화ㆍ사회 모든 분야에서 통합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태가 가난한 이들의 삶과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교황은 지구를 치유하는 생태적 회심을 네 단계로 처방한다. 첫 번째, 생태 시민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생태 시민은 소비 지향적 생활 양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하느님과 이웃, 자연,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조화를 이뤄 살아가며 하느님의 창조물을 지키는 의무를 다하는 이를 말한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어도 난방을 하는 대신 옷을 더 껴입고 환경 보호를 위한 신념과 태도를 보여준다. 플라스틱이나 종이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적당히 먹을 만큼만 요리해 음식을 버리지 않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등 공동선 추구의 삶을 산다.(211항)

교황은 "이러한 삶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런 행동은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온다"고 강조한다.(212항)

두 번째, 생명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학교, 가정, 언론과 대중 매체, 정치와 사회단체, 교회 공동체 등에서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법을 가르치고, 환경 훼손을 막는 소박한 삶을 가르쳐야 한다. 또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과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을 해야 한다.(213~215항)

세 번째, 돌봄의 문화를 장려한다. 자연을 돌보고 더불어 사는 삶과 친교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서로를 돌보는 사랑은 사회적 정치적 사랑이 되며,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으로 드러난다.(230~231항)

마지막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한 영성적 삶을 사는 것이다. 성사 특히 성찬례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은 우주적이다. 성체성사는 하느님과 인간, 세상을 이어주며 자연과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을 고무시킨다. 따라서 피조물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관상하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찬미할 때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찾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238~240항)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