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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10.3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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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58) 놀라운 주문!

얼마 전에 배가 좀 아픈 듯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그다음 날에는 조금 괜찮은 듯했지만, 명치 끝부분에 통증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쉬려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왔습니다.

"형, 제 방에서 차 한 잔 마실래요?"

며칠 전부터, 수도원의 손님방에서 머무르고 있는 어느 교구 신부님의 문자였습니다. 그래서 몸 상태는 안 좋았지만, 차를 마시자는 제안이라 그 신부님이 계신 손님방으로 찾아갔습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여는데, 작은 방안 가득 좋은 냄새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신부님,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나네요."

"아, 방금 제가 갈아, 연하게 내린 커피 냄새일 거예요."

나는 커피라는 말에 잠시 움찔하며,

"신부님, 오늘은 제가 커피는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어쩌나!"

"왜요, 어디 편찮으세요?"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어제는 배가 좀 아프더니, 오늘은 명치끝에 통증이 좀 있네요."

그러자 그 신부님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형님, 괜찮으시다면, 제 침대에 좀 누워 보실래요."

"아니, 왜?"

"형님, 저만 믿고, 제가 하라는 대로 해요."

그래서 나는 그 신부님의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내게 웃옷을 가슴까지 좀 올리고, 허리띠를 조금 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신부님은 자신의 몸을 침대에 걸친 후 내 배를 가만히 내려 보았습니다. 이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하더니, 성호를 그은 다음 내 배 위에 손을 얹어 원을 그리듯 천천히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내 배를 마사지를 하는데 나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 편안함이 느껴져 눈을 감았습니다. 신부님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배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렇게 좀 하더니 그 신부님은 "형님, 배 주변이 딱딱하네요. 그래서 5분만 하려고 했는데, 10분은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도 신부님은 중얼거리며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내 배에서 통증이 있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가라앉았고, 나중에는 부끄럽게도 꾸르륵, 꾸르륵 소리까지 났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신부님은,

"이제 소리가 난다. 위가 조금은 안정을 찾은 것 같네요."

그러고 나서 신부님은 거의 10분을 다 채운 듯, 마사지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성호를 그으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만 끝. 내일 한 번 더 해야겠어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아니에요. 이제 다 나았어요. 그런데 마사지하는 동안 뭐라고 중얼거렸어요?"

그 신부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이 말 하면 웃으실 거죠?"

"아니, 왜 웃어요, 진지한데. 정말 안 웃을게요."

"음, 그건, 헤헤, 어머니 손은 약손, 어머니 손은 약손 하면서 마사지를 했어요."

어머니 손은 약손! 이 말을 듣는데, 순간 울컥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어머니 손이 아니라도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주문만 외워도, 세상의 모든 손이 어머니 손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하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어머니 표 주문. 그날은 시공간을 넘고 기억과 추억을 넘어 어머니 손은 약손 주문의 놀라운 효과를 똑똑히 목격한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