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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2.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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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의 늪에 빠져 살았던 시간 너무 허탈”
신천지 빠져나온 청년들 생생한 증언… 대부분 대학 새내기 때 포섭돼 청춘 허비



최근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을 노리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추수꾼들의 조직적 포교활동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대학 초년생 시절 신천지에 포섭됐다 빠져나온 청년들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져 나와 주목된다.

신천지 피해 청년들이 이단의 늪에 빠진 때는 하나같이 갓 대학에 입학한 20대 초반. 친한 친구, 길거리 설문조사, 이벤트 등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접근한 추수꾼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열고 포섭됐던 것이다. 고민 많은 나이에, 제대로 된 성경공부를 해본 적 없어 신앙의 기초체력이 약한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무방비로 이단에 노출된 사례들이다. 이들이 그릇된 신앙에 바친 청춘은 최소 10개월에서 길게는 4년에 이른다.

"잘 지내? 요새 걱정은 없어?" 2016년 대학에 갓 입학한 김 세레나(22)씨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창시절 친구였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 반가움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힐링 콘서트 티켓이 하나 있는데 가보자"는 말을 꺼냈다. 친한 친구였기에 경계심 없이 따라간 게 화근이었을까. 친구가 데려간 힐링 콘서트는 다름 아닌 신천지 전도의 장 행사로, 신천지가 하는 전형적인 위장 세미나 자리였다. 눈길 가는 공연과 강연, 개인 상담 부스까지 마련된 행사였다.

김씨처럼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온 또래가 50명쯤 됐다. 상담사로 위장한 신천지 언니는 그날 김씨와 친해진 뒤 어느 날 성경공부 모임을 소개해줬다. 신상 파악, 친분 쌓기에 이어 행해지는 복음방 유도다. 김씨는 그 일이 기나긴 신천지 생활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언니는 너를 만든 하느님을 통해 삶을 새롭게 볼 수 있다며 성경공부를 유도했어요. 잘 갖춰진 논리로 생활 맞춤형 성경공부를 해주기에 뿌리치기도 쉽지 않았죠. 신천지란 걸 밝힌 것도 수개월 뒤였어요."

박 다니엘(24)씨와 송 미카엘라(23)씨는 거리의 신천지 추수꾼들에게 당했다. 이들은 특정 대학교 이름까지 언급하며 심리 설문조사로 접근했고, 연락을 주고받다 복음방을 거쳐 센터까지 가게 됐다. 그렇게 박씨와 송씨가 대학생활을 신천지에서 허비한 시간은 4년여에 이른다.

송씨는 "입막음 교리라고 해서 절대 밖에 알려선 안 된다는 가르침으로 교리를 배운다"며 "자신들의 말씀 외엔 모두 비진리이고, 온라인에 떠도는 신천지 비방글은 선악과다, 영이 죽게 된다고 하면서 찾아보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아무리 사람들이 신천지가 사이비라고 해도 그들은 2000년 전 초대 교회 때처럼 자신들이 핍박받을 수밖에 없고, 악의 세력들이 공격하는 것이라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이 스텔라(24)씨는 모태 신앙인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가족들과 성당에 잘 다녔지만, 성경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며 "저는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성경공부를 신천지에서 한 셈"이라고 했다. "고민 많은 청년에게 생활과 밀접히 연관 지어 성경을 비유해 가르치니 많은 젊은이가 순간 매력을 느끼고 따르게 된다"고도 했다.

피해 청년들은 주변인의 신고와 부모의 발견으로 격리 상담을 받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신천지에 빠져 살았던 시간이 너무 허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낯선 이에게 연락처 주는 것을 꼭 조심하고, 교회 안에서만 성경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회와 가정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의 신앙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다.

신천지 피해자 상담가인 이 카타리나씨는 "신천지인들은 정신적 공산주의 체제 안에 생활하는 이들"이라며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지내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탈퇴하기가 무척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후속 관리"라며 "언제든 제2의 신천지가 등장할 수 있기에 교회는 초교구적 네트워크 형성, 피해 가족 상담과 회심자 후속 교육, 피해자 모임과 전문가 양성 등 이단 종교에 대한 대처를 적극 펼쳐야 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