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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4.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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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481) 부모의 마음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선교사로 파견돼 충실히 자신의 몫을 다하시는 어느 수도회 수사님의 이야기입니다. 그 수사님은 수도회 입회 때부터 선교를 지망했고, 그 뜻이 받아들여져 지금은 아시아의 어느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답니다. 그 수사님은 선교사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선교지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묵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힘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르심에 응답한 삶'을 사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단 하루도 선교지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힘주어 고백했답니다.

그래서 그 수사님에게 같은 수도회의 다른 동료 수사님이 물었습니다.

"수사님, 지금까지 선교사로 살면서, 인상 깊은 기억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러자 수사님은 웃으며, "뭐 여러 가지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 문득 생각나는 것은 부모님의 걱정 때문에 일어난 사건 하나가 떠오르네요."

"이야기의 결론은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가 가장 큰 힘이었다. 뭐 그런 이야기인가요?"

"아뇨. 정말이지, 부모님 마음 때문에 일어난 일이 한 가지가 있었어요."

"그래요? 그게 뭐예요?"

"예전 일인데, 제가 처음 선교사로 파견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오랜만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무척이나 반갑게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부모님께서는 대화를 잘하시다가도, 통화 중에 몇 번이고 계속해서 똑같은 것을 묻고, 또 묻는 거예요. '먹는 것은 어때?', '잘 먹고 있어?', '하루 세끼는 먹을 수 있는 거야?' 마치 제가 선교지에서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줄 아셨던 거예요. 그래서 전화를 끊기 전에 부모님도 안심시켜 드릴 겸, 과장하듯 제 상황을 말씀드렸죠. '어머니, 아버지, 여기서 음식이 너무 잘 나오고, 맛있게 먹어서 배가 꽉 차서 체할 정도예요. 어마어마하게 너무 잘 먹어서, 때로는 음식을 소화도 못 시킬 때가 있을 정도예요. 그러니 아시겠죠, 제가 얼마나 잘 먹고 잘사는지?' 그제야 부모님께서는 '아야, 정말이지 다행이구먼. 다행이야. 이제 뭐 우리 선교사 아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네, 없어. 그려, 암튼 거기서 좋은 일 많이 하려면 잘 먹어야해, 알겠지?' 그리고 나서 전화를 끊었는데, 부모님의 그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 한구석이 짠… 했어요."

"그게 다예요?"

"아뇨, 그리고 한 달 반, 혹은 두 달쯤 됐나! 한국에서 소포로 큰 박스 하나가 온 거예요. 그래서 함께 사는 수사님들과 박스를 확인해 보니, 한국, 아니 우리 집에서 온 소포였어요. 그래서 나는 뭐 라면이나 보냈을까, 그런 생각으로 박스를 뜯어보니, 글쎄 그 당시 한국에서 나온 소화제란 소화제는 다 넣으셨더라고요. 심지어 동네 한의원을 다 찾아가서 소화나 혹은 위, 장에 좋다는 것들은 다 사서 보내셨더라고요. 예전에 부모님과 통화했을 때, 체할 정도로 잘 먹는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리고 그 많은 소화제, 어디 줄 데도 없어서 몇 년째 수도원 냉장고 안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그대로 있어요. 왜냐하면 가난한 우리 동네에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분들이 수두룩해서, 소화제 먹을 일이 없거든요. 아무튼 선교사의 가장 큰 힘은 사실 가족이 해 주는 기도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큰 걱정과 관심이 때로는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은 나오는데, 결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마음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이야깃거리나, 웃음거리가 될 수 없기에.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