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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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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대한민국 정부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 찬성 표결을 환영합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성명서

대한민국 정부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 찬성 표결을 환영합니다.


2020년 11월 17일(화)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2007년 첫 번째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여덟 번째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에 대한민국 정부가 최초로 찬성 표결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근본이 되는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와 국내의 종교·인권·시민단체들의 노력에 동참하였다는 큰 의미를 지니는 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공식기구로 설립한 이후, 매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 사형제도 폐지가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호소하며 타종교, 시민사회와 연대해 왔습니다.

 

매 국회마다 10만명 가량의 천주교인들이 서명한 사형제도폐지특별법 입법청원서를 제출하였고 헌법재판소에는 사형을 형벌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항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대통령과 정부에게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의 전 단계로 사형집행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움 선언을 촉구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23년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입니다. 하지만 지난 일곱 번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기권으로 일관하였고 사형제도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미루어 온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이번에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고 정부의 대표가 결의안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완전한 사형폐지로 나아가는 매우 큰 걸음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결의안에는 일부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형집행에 대한 깊은 우려와 사형집행에 대한 점진적 제한과 아동·임산부·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형 선고 제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 축소, 투명하고 공정한 사면 심사 보장,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사형제도 폐지를 염두에 둔 사형집행 모라토리움 선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유엔 총회의 결의는 원칙적으로 권고적 효력만을 지니고 있어 우리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유엔 결의안에 찬성 표결 한 것만으로 사형제도가 즉각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국회 입법을 통한 사형제도 폐지에 다가가는 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법무부와 외교부 등 이번 결의안 찬성 표결을 위해 애쓴 정부 인사들을 비롯하여, 지난 수십 년간 이 땅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애써온 종교인들과 인권활동가들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 11월 1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 기 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