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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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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속 노숙 체험… 끝모를 절망 온몸으로 느껴
한국 포함 4개국 청년 40명집값 비싼 홍콩서 노숙 체험
▲ 홍콩섬 시내 고가도로 아래 폐지를 깔고 앉은 EAP 참가자들이 8월 불볕더위 속에 노숙인 체험을 하고 있다. EAP 참가자 이경렬 제공



아시아 가톨릭 청년들이 홍콩에서 노숙인으로 변신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높은 홍콩에서 직접 노숙인들을 만나고 현장을 체험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찾기 위해서다.

노숙을 체험한 젊은이들은 노숙인 :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을 주제로 1~7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 가톨릭 학생회 조직 IMCS(International Movement of Catholic Student) 동아시아 지역 모임 EAP(East Asia Program) 참가자들이다. 모임에는 한국 가톨릭학생회원 9명을 포함해 홍콩, 대만, 일본 등 4개국 40여 명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노숙인들을 가까이 만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3일 통자오 거리에 있는 공원을 찾은 청년들은 노숙인들을 만나 노숙을 선택한 배경, 생활 환경, 지원 현황 등을 물으며 대화를 나눴다. 4일에는 직접 길거리 생활을 체험해보기 위해 홍콩 섬 완차이 북고가도로 아래에서 반나절 생활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출신의 난민들을 만났다.

전문가 강연을 듣고 각 나라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매일 홍콩시립대에서 열린 강연 및 토론 일정에는 홍콩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시민활동가, 사회복지학 전문가 등이 강연자로 나서 노숙인들이 처한 현실, 공동체 조직 방법 및 지원 현황, 가톨릭단체 운영 모습 등을 설명했다. 각 나라 청년들도 발표를 통해 노숙 환경과 복지정책, 대안 등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눴다. 2일에는 홍콩교구 주교좌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성당에서 마이클 밍청 영 주교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한 후 주교와 청년 그리스도인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화려한 도시 안에서 빈민으로 떠도는 가난한 이웃을 마주하고 며칠간 깊게 공부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김현서(미카엘라, 부산교구)씨는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해보니 무기력이 점점 영혼을 갉아먹는 느낌을 받았고 노숙인들이 절망의 굴레에 빠지는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성주원(마리스텔라, 청주교구)씨는 "책상 앞에 앉아 통계와 수치로만 알려고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렬(비오, 서울대교구)씨는 "결코 개인의 이유만으로 노숙하게 된 것이 아닌 만큼 그 부담과 책임을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나눠 짊어져야 한다고 느꼈다"며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1998년 시작된 EAP는 동아시아(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국가를 돌며 열리는 가톨릭학생회 회원 모임으로 서로의 삶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 2016년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국에서 열린 EAP에서는 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과 다수의 대기업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등 현장을 체험하고 청년 신앙인의 눈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