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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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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사목, 가정과 공동체에 활력 불어넣어
작년 신설된 수원교구 배곧본당 주임 신부가 신자들 가정 방문해
▲ 수원교구 배곧본당 김정환 주임 신부(왼쪽)가 본당 신자 가정을 방문해 발 씻김 예식을 해주고, 찾아가 소통하는 사목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이루고 있다. 배곧본당 제공



"그동안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미안하다. 아빠가 더 잘 챙겨줄게."

"네, 죄송합니다. 아빠 말씀 잘 듣고 성당도 열심히 다닐게요."

수원교구 배곧본당 주임 김정환 신부가 신자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아들은 사춘기로 인해 아버지와 관계가 매우 소원해져 있었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아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던 터였다. 그런데 부자(父子)가 주임 신부 앞에서 극적으로 화해했다.

부자가 마음을 푼 것은 김 신부가 가정방문 때 베푼 발 씻김 예식 덕분이었다. 김 신부는 먼저 교우를 섬기는 마음으로 발 씻김 예식을 해줬다. 이어 부자가 서로의 발을 씻겨줬다. 아들은 난생처음 아버지의 발을 닦아드렸고,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아들의 발을 씻겨줬다. 관계는 회복됐고, 아들은 열심히 주일학교에 다니고 있다.

수원교구 배곧본당은 이처럼 주임 신부의 전 신자 가정방문 세족례 사목으로 공동체 활성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사제의 가정방문은 방문 기도, 발 씻김 예식, 가정과의 대화, 성모상 선물로 이뤄진다.

김 신부는 "집 대문을 여는 것이 곧 마음의 문을 여는 출발이라 여겼고, 1년간 매주 전 신자 가정 발 씻김 예식을 해오고 있다"며 "그러는 사이 저와 교우들과의 소통, 가족 간의 섬기는 마음이 생기면서 신앙의 의미도 더해졌고, 이것이 공동체 참여로도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배곧본당은 지난해 경기 시흥 배곧 신도시에 신설된 성당이다. 그렇기에 가정방문의 위력은 더 대단했다. 김 신부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년간 550가정을 방문했다. 이 덕분에 처음 10개 구역 신자 1000명이던 본당 규모는 16개 구역 2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신도시로 새 신자들의 자연스러운 유입도 있었지만, 전입해온 신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먼저 양 떼를 만나고자 하는 사제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직장인 가정이 대부분이라 김 신부는 주로 평일 저녁 때 집집마다 방문했다.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눌러 서로 당황할 때도 있었고, 김 신부를 외판원으로 착각한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은 일도 있었다.

사제의 가정방문은 감동 사연들을 낳았다. 혼인 60년이 넘은 노부부는 서로의 발을 씻겨주며 "천국에서도 이렇게 살자"고 했고, 남편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던 한 자매는 사제 방문으로 큰 위로를 얻었다. 가족이 처음 서로의 발을 씻겨주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운 사연은 많다. 동네 곳곳을 다니는 사제를 알아본 신자들 제보 덕에 냉담 중이던 30가정도 주님 품에 돌아왔다. 배곧본당은 임시 성전에서 생활 중이지만, 신자들은 본당이 펼치는 평일 미사 한 번 더 나오기, 함께 밤 10시에 기도하기, 신심 더하기 운동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사제의 노력에 감화된 신자들은 환경 미화로 선교와 선행을 실천 중이다. 매 주일 성전은 신자들로 꽉 찬다.

김 신부는 "우선 외형보다 내면의 성전 구축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전 신자 가정을 모두 만날 때까지 가정방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수원교구 배곧본당 이야기는 27일 오전 9시 가톨릭평화방송TV 프로그램 우리 본당 노래자랑 2 본방송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