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교황청/해외교회 > 해외교회
가톨릭신문 2018.08.07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6·25 참전’ 카폰 신부 유해 찾을 희망 커져

【외신종합】 한국전쟁(1950~1953) 종전 65주년이었던 지난 7월 27일, 미국 공군의 C-17 수송기가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55개의 관을 싣고 북한 원산공항을 출발해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에 미국교회는 군종사제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선종한 하느님의 종 에밀 카폰 신부의 유해가 이 가운데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캔자스 위치타교구 카폰 신부 시복시성위원회 교구장 대리 존 호츠 신부는 "카폰 신부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커졌다"면서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에 송환된 55개의 관에는 55명이 아니라 더 많은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육군 제1기병대 소속 군종장교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카폰 신부는 1950년 11월 운산에서 전쟁포로로 잡혔다. 운산전투 당시 카폰 신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병을 구하고 돌봤다. 포로로 붙잡힌 뒤에도 다른 미군 포로들을 돌봤다.

증인들에 따르면, 카폰 신부는 아픈 병사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으며, 침대 시트로 포로들에게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 북한군의 감시를 피해 포로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성사를 집전했다. 자신의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카폰 신부는 1951년 5월 23일 평안북도 벽동군에 있던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 미국 군종신부단이 카폰 신부의 선종 기념사업으로 설립한 곳이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다.

교황청 시성성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인정했으며, 위치타교구는 그의 시복을 추진하고 있다.

호츠 신부는 이번에 송환된 미군 유해에 카폰 신부가 포함됐길 바라고 있지만, 그의 유해가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 있는 국립태평양기념묘지 안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명용사의 묘에는 전쟁 직후 송환된 미군 675명의 유해가 있으며, 이 중 75명이 카폰 신부가 죽은 지역에서 왔다. 송환 당시 카폰 신부라고 적힌 관이 있었지만, 조사결과 관 안의 유해는 카폰 신부와 함께 포로수용소에 있었던 러스크 상사의 것이었다.

호츠 신부는 "러스크 상사는 카폰 신부가 죽은 뒤 그를 묻었던 사람이고, 그도 역시 카폰 신부 근처에 묻혔다"면서 "러스크 상사의 유해가 호놀룰루에 있는 만큼 카폰 신부의 유해도 같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에도 호츠 신부는 이번에 새로 송환된 미군 유해 중에 카폰 신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위치타교구는 카폰 신부의 동생 유진 카폰씨의 DNA를 확보해 놓은 상태며, 이번에 송환된 유해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츠 신부는 "카폰 신부의 유해를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올 가을에는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