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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4.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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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남수단 평화 위해 낮은 자세로 입맞추다
교황청 피정 후 남수단 정부·반군 지도자들 발등에 입맞춰… 5년간 이어진 내전 종결하고 평화 이끌길 호소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의 발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바티칸시티=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전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남수단 정치 지도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발에 입을 맞췄다. 평화를 향한 교황의 간절한 마음과 기도가 가장 낮고 겸손한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남수단 정부 및 반군 지도자들은 교황의 초청으로 바티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10∼11일 이틀간 피정에 참여했다. 교황은 11일 오후 피정을 마무리하면서 "평화협정에 서명한 세 분께 제가 형제로서 부탁합니다. 평화 안에 머무시길 바랍니다. 제 마음을 다해 부탁합니다"라고 간청했다. 그러고선 "이제 그 과정을 시작했으니 잘 끝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평화를 계속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형제로서 부탁한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 터이지만 이겨내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또한 "여러분 사이에서 갈등과 의견 충돌이 있겠지만, 이를 사무실 안에 가둬두고 국민들 앞에서는 손을 잡으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남수단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런 말을 끝내자마자 남수단 지도자들 앞으로 나아가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무릎을 꿇고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인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 키르 대통령을 보좌하는 부통령 등 3명의 발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예기치 않은 교황의 행동에 남수단 지도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교황이 이런 파격적인 모습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민족 내부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 형제임을 다시 깨닫고 분쟁을 멈춰달라는 것이다. 지난 2018년 9월 체결한 평화협정을 준수하고 상호 신뢰 구축에 나서달라는 무언의 요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정을 마친 남수단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는 가능한 것"이라며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인 동시에 국민을 책임질 의무를 지닌 이들의 절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200만 명 가운데 가톨릭과 개신교 등 그리스도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수단은 2011년 이슬람 국가인 수단에서 독립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다. 우리나라에는 고 이태석 신부가 봉사한 곳으로 친숙하다.

남수단은 2013년 말 키르 대통령 지지자와 마차르 전 부통령의 추종자 사이에 교전이 벌어진 이래 5년 동안 약 40만 명이 숨졌다. 집을 떠나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국민만 약 400만 명에 이른다.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올해 5월까지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과거 남수단 정부와 반군이 여러 차례 평화협정을 맺었다가 파기한 전례가 있는 까닭에 국제사회는 이번 평화협정을 계기로 남수단에 평화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을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남수단 지도자들의 피정은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총회 전임 의장 존 찰머스 목사 등이 지도했다. 가톨릭에서는 아프리카ㆍ마다가스카르 장상협의회장 아그본키안메게 오로바토 신부가 피정 지도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열을 극복하고 일치를 향해 나아가십시오"라는 글이 새겨진 성경을 피정에 참여한 남수단 정치 지도자들에게 선물했다.

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