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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6.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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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36) 자신의 보금자리를 망치는 인류 / 셰이 컬린 신부
지구의 얼굴을 바꿀 수 있는 힘과 능력과 지능, 이른바 커다란 두뇌를 지닌 우리 인간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그렇게 지구를 바꾸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자녀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낭비하고 부주의한 우리의 생활방식 때문에 미래 세대는 해를 입을 것이다.

인간은 모든 생물종 가운데 가장 지배적이고 공격적으로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 인간은 현대의 티라노사우루스 마냥, 눈앞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만족을 모르는 탐욕으로 자연계를 파괴한다.

자연계의 상태에 관한 유엔 보고서는 "온 지구상의 자연이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이 어떻게 자연 파괴를 일으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는 지구의 건강에 관한 가장 과학적이고 정확한 평가이다. 보고서는 인간의 행동과 생활방식이 더욱 생태계를 보호하는 쪽으로 진화하지 못한다면 만여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 인간의 생존은 자연 환경에 달려 있다. 흙은 식량을 생산할 터전이고, 깨끗한 물은 삶에 필수적이며, 곤충들은 나무와 풀들을 오가며 가루받이를 하고, 한때 균형 잡혔던 기후는 이것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기후가 변화하고 지구 온난화가 닥치고 있다. 희귀종들은 몇 십 년 안에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식물의 가루받이를 돕는 중요한 곤충들이 죽어 사라져가고 있다. 몇몇 종의 벌들은 사라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특히 살충제로 인한 질병들이다.

중국에서는 과실수의 가루받이가 사람들의 손을 빌려 이루어지고, 캘리포니아에서는 벌들이 사라져버린 아몬드 과수원의 가루받이를 위해 트럭 여러 대 분량의 벌통을 사들인다.

인간은 우리의 생존을 자연에 의존하고 있지만, 파괴적이고 이기적인 삶의 방식 때문에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안락함, 번영, 권력, 부, 쾌락의 추구에 몰두한 나머지 자연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가장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벌목과 채굴과 남획, 화석 연료의 연소 뒤에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자본주의가 있다. 이런 기업들은 공기와 토양에 오염물질과 유해화학물질과 이산화탄소, 메탄, 살충제를 쏟아 붓는다. 산업 화학물질과 인간이 버린 폐기물들이 강과 개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피조물들이 죽어가고 있고, 우리도 함께 죽어간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채우고 있다. 태평양에는 떠다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크기의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다. 플라스틱은 물고기를 오염시키고, 그 물고기를 먹는 인간도 오염시킨다. 도시와 산업 공장 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청정 지역에도 미세플라스틱 조각들이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지중해 사르데냐 섬에는 죽은 새끼를 임신한 향유고래 사체가 올라왔다. 고래 뱃속에는 22㎏의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도 미세플라스틱과 유독가스, 스모그, 매연, 굴뚝에서 나오는 입자들로 가득 차 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들이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유독 가스들을 내뿜고, 수많은 인간과 동물들이 그 영향을 고스란히 입는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온갖 것들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은 인간과 동물에게 암을 유발한다.

캐나다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곤충들이 순록을 공격하고 있다. 순록은 비옥한 초원을 떠나 더 추운 고지대로 이동한다. 이제 순록들은 덜 먹고, 더 빨리 죽어가고 있다. 10년 전 8만 마리였던 순록이 지금은 3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캐나다 토착 부족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방식의 종말을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둥지를 더럽히고 있으며, 귀한 피조물들을 잃어가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형편이다. 지구는 곧 온 인류와 모든 동식물들에게 더욱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우며 불안정한 행성이 될 것이다.

인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식량과 주택과 땅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환경을 망치고 있으면서, 자연계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 인류에게 이는 곧 생존의 문제다.

2019년 4월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6억 97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99억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보다 23억 명 더 많은 인구가 지구의 자원을 혹사시키리라는 얘기다.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인구 감소를 위한 가족계획, 빈곤을 막기 위한 사회적 평등, 화석 연료 사용 금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정화 기술에 대한 투자, 낭비적이고 무책임한 삶의 방식을 끝내기 위한 교육 등이다. 그런 대책들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우리 자신을 포함한 많은 피조물들이 품위 있게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셰이 컬린 신부
※셰이 컬린 신부는 1974년 필리핀 올롱가포에서 프레다 재단을 설립해, 인권과 아동의 권리, 특히 성학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가톨릭뉴스(UCA News) 등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